배우자 논란·대표와 갈등, 지지율 급락 후 반등…낙천적이고 느린 성격 위기 극복 효과 발휘, 마지막 관문은?
#윤석열, 천당·지옥 왕복 중
주식시장 격언처럼 악재는 혼자 오지 않았다. 윤석열 후보 악재는 항상 겹겹이 터졌다.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에 대한 각종 의혹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면서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공정과 상식’이 통째로 흔들리고,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와의 갈등까지 악화되면서 2021년 ‘악몽의 연말’을 보냈다.
김건희 씨 ‘가짜 이력’ 의혹 관련 2007년 수원여대 초빙교수 지원서 경력을 거짓으로 기재했다는 의혹이 YTN을 통해 보도되자 윤 후보 지지세는 요동쳤다. 김 씨가 해당 지원서에 2002∼2005년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이사로 재직했다고 기재했지만 협회는 2004년에 설립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기소됐고, 당시 검찰총장이 윤 후보였다는 점에서 ‘내로남불’ 논란이 일었다.
결국 윤 후보는 2021년 12월 17일 고개를 숙였다. 윤 후보는 “제가 강조해 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아내와 관련된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달게 받겠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김건희 씨 ‘가짜 경력’ 논란이 불러온 파장은 컸다. 윤 후보가 사과한 당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후보는 35%, 이재명 후보는 3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대장동 의혹으로 인해 윤 후보에게 여러 여론조사에서 상당 기간 밀렸던 이 후보가 오차범위 내 1%포인트(p) 차로 윤 후보를 역전하는 수치를 만들어낸 것이다(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하 동일).
부인 의혹으로 인해 타격을 받은 윤 후보는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까지 장기화하면서 제3지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키워주는 악재까지 맞았다. 윤 후보 지지율이 떨어지는 사이 이 후보와 격차가 벌어진 것은 물론, 안 후보 지지율까지 급등한 것이다. 한국갤럽이 서울신문 의뢰로 2021년 12월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각각 36.8%와 30.8% 지지율을 기록, 두 후보 간 격차는 오차범위를 간신히 유지한 6%p까지 벌어졌다.
반면 안 후보는 지지율 9.3%를 나타냈다. 한때 각종 여론조사에서 5%에 미치지 못하는 지지율을 보이며 ‘꺼진불’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다시 상승세를 타면서 결국 ‘꺼진불도 다시 봐야 한다’는 정치판 격언을 재확인시켜 줬다.
그러나 새해 들어서면서 윤 후보는 놀라운 복원력을 발휘했다. 1월 6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이준석 대표와 극적인 화해를 이뤄냈고, 부인 김건희 씨의 이른바 ‘7시간 전화 통화 녹취’ 파문도 예상과 달리 큰 파괴력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이후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완연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실제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 의뢰로 1월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36.1%, 이 후보는 34.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직전 여론조사(1월 3∼4일 실시)에 비해 이 후보 지지율은 2.7%p 하락했고, 윤 후보는 6.9%p 상승했다.
이어 김건희 씨의 전화 통화 녹취록 논란과 관련해 응답자의 40.8%는 “윤 후보 지지율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긍정적인 영향’은 12.4%, ‘부정적인 영향’은 36.4%였다. 여론조사 수치를 놓고 볼 때 윤 후보를 끈질기게 괴롭혔던 ‘부인 논란’은 일단 큰 고비를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낙천적 성격이 맷집 키웠나
문자가 날아오면 바로 답을 하는 등 반응이 기가 막히게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 이재명 후보와 달리, 윤석열 후보는 다소 굼뜨다는 해석이 많다. 불리한 사안이 발생하면 바로 머리를 숙이고 조치를 취하는 이 후보와 달리 윤 후보는 반응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윤 후보를 지켜본 사람들은 낙천적이고 느린 그의 성격이 오히려 여러 위기 극복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일단 매가 쏟아지면 흠씬 두들겨 맞으면서 잘 참아내고, 웬만하면 흥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스타일이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국면에서도 고도의 인내심을 발휘하게 했고, 감정적으로 대하면서 자칫 평정심을 잃기 쉬운 부인 논란도 잘 버텨냈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사시 9수를 했던 이력이 알려주듯 윤 후보는 스스로 잘 참는 성격임을 밝힌 바 있다. 2021년 9월 19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의 대선주자 특집 프로그램에서 출연자 이승기는 윤 후보가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과정에서 소신 발언을 했다 박근혜 정권 미움을 사 징계를 받고 지방 고검을 전전한 것을 빗대 “좌천 마니아”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윤 후보는 “성격이 낙천적이다, 지방발령이 나면 거기서 재밌게 보내자는 생각을 한다. 지방에 따라 맛집도 가볼 곳도 많아서 재밌다”라고 자신의 성격을 풀이해줬다.
또한 그는 자신의 인내심도 설명했다. 윤 후보는 “어린 시절 스케이트를 배울 때 친구들이 힘들다고 포기해도 나는 우는 한이 있더라도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30바퀴를 다 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2020년 2월 8일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검사 출신으로서 필적학 연구 전문가인 구본진 변호사는 윤 후보의 글씨체를 분석한 뒤 “어려움이 있다고 쉽게 포기하거나 물러서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글씨는 내면의 엑스레이라고 주장한 그는 “글씨를 분석해 보면 사람들의 성향과 잘 맞는다”고 했다. 필적학은 글씨의 크기, 모양, 간격, 기울기 등을 분석해 글씨체로 사람의 성격을 추론하는 학문이다. 윤 후보를 지켜본 국민의힘 중앙선대본 한 관계자의 말이다.
“사법시험 공부도 10년 가까이 했고 검찰청 재직 시절 검찰 상층부는 물론, 권력 핵심부에 맞섰다가 큰 고통을 겪은 경험도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과정에서 정권 핵심부에 대해 거침없이 달려들었던 기억도 윤 후보는 갖고 있다. 윤 후보는 기본적으로 낙천적 성격인 데다 정치판 경험은 없지만 보통 사람들은 물론, 웬만한 고위 공무원들도 결코 겪어보지 않았던 인내의 순간을 수도 없이 맞닥뜨려봤다. 위기를 다루는 방법을 윤 후보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마지막 관문 넘어야 오뚝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후보가 1월 하순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상대 골문 쇄도에 나설 기회를 잡았다는 자체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여태까지 상대 골문을 향해 달려가지도 못한 채 같은 팀 수비수들의 발에 걸려 넘어지다가 지지율을 많이 까먹었는데, 이제 그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이유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선대위를 떠난 이후 맹렬한 비판을 쏟아낼 것이란 예측도 있었지만, 김 위원장은 이렇다 할 발언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도 한시적 결합이라는 해석이 있었으나, 두 사람의 화합력은 갈수록 공고해지는 분위기다.
당내 경선에서 겨뤘던 홍준표 의원이 윤 후보를 향해 여전히 비판의 화살을 날리고 있으나, 1월 19일 윤 후보와의 만남에서 재보궐 선거 지역에 측근의 전략공천을 요구했다는 논란에 휘말리면서 홍 의원의 위치가 오히려 불리해졌다. 윤 후보에 대한 홍 의원의 비판이 명분과 정당성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홍 의원과 ‘좋은 관계’를 보여 왔던 이 대표가 홍 의원의 전략공천 요구설에 대해 분명하게 결이 다른 모습을 취하면서 홍 의원의 입지는 더 좁아졌고, 윤 후보 세력권은 더 넓어지게 됐다. 이 대표는 1월 20일 대구를 찾아 “보궐선거에 대한 공천 문제는 최고위원회에서 당원들 간 분란을 방지하기 위해 경선, 여론조사 공천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고 분명히 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김종인·이준석·홍준표 3명이 버거운 상대였지만 운도 따라주고 윤 후보의 자기 전투력도 발휘되면서 해결국면에 이르렀다. 이제 안철수 후보만 남았다. 안 후보와 단일화를 할지, 아니면 윤 후보 자력으로 안 후보를 거꾸러뜨리면서 독자적인 지지율 상승세를 이끌어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안 후보도 이제 정치판의 백전노장이라 쉬운 협상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윤 후보가 설 직전까지 큰 실수를 하지 않고, 첫 번째 TV토론에서 점수를 잃지만 않는다면 후보 지지율보다 높은 정권교체 여론이 고스란히 후보 지지율로 흡수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안철수 바람은 ‘찻잔 속 태풍’으로 잦아들면서 윤 후보가 독자 생존력은 물론, 대선 승기까지 잡을 것이다”라고 제법 자신 있게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