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대로 유죄’면 이재명 불리, ‘일부 혐의 무죄’면 윤석열 불리…권순일 전 대법관 논란이 영향 미칠 수도
3월 9일 치러지는 대선 일정을 고려해 4~5월 중에는 선고가 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당초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1월 27일 선고 일정을 확정했다. 선고 결과에 따라 선거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징역 4년이 선고된 기존 판단 그대로 유죄가 확정될 경우 여권에 불리하고,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이 파기 환송될 경우 검찰총장으로 수사를 주도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와 사법의 영역이 맞물려 있는, 조국 전 장관 일가 관련 사건을 법조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조국의 트위터와 정경심 대법원 선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021년 10월 민주당 대선 경선에 패배한 이낙연 전 당대표가 경선 결과를 수용한 것을 두고 ‘승복’이라고 표현했다가 일명 문(文)파 지지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이낙연 후보의 승복으로 민주당 경선이 끝났다. 제안 하나 하겠다. 자신이 반대했던 후보에 대한 조롱, 욕설, 비방 글을 내립시다”라고 게시했는데, “조국 손절, 대선 기간만이라도 소셜미디어를 끊어달라”는 항의를 받았다. 조 전 장관의 저서 ‘조국의 시간’을 훼손해 인증하는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 후, 조국 전 장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관련 기사 등은 전혀 인용하지 않고, 대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비판하거나 지적하는 기사를 주로 리트윗하고 있다. 그럼에도 조국 전 장관은 여권 내에 가지고 있는 영향력이나 상징성이 상당한 인물인 탓에, 법조계에서는 조국 전 장관 사건이 온전히 ‘사법의 영역’에서만 판단되기는 쉽지 않다는 풀이도 나왔다.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상고심 선고도, 대선 결과를 보고 대법원이 할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하는 근거였다.
하지만 대법원 2부는 1월 27일 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선고를 진행한다. 정 전 교수는 조 전 장관의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가 열리던 2019년 9월 6일 딸 조민 씨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당시 조 전 장관 부부는 공개된 재산보다 많은 액수를 사모펀드에 투자했다는 의혹과 자녀 입시를 위해 서류를 꾸며냈다는 의혹도 함께 받았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지휘 하에, 검찰은 정 전 교수에게 14개의 혐의를 적용했다.
1심 재판부는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과 벌금 5억 원, 추징금 1억 4000만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도 2021년 8월 자녀 입시비리와 관련된 업무방해 등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1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다만 2차 전지업체 WFM 관련 미공개 정보를 사전 취득해 이익을 본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일부가 무죄로 뒤집히면서 벌금은 5000만 원, 추징금은 1000여만 원으로 감경했다. 정 전 교수와 검찰은 2심 판단에 불복하며 쌍방 상고했다.
#선거 영향 줄 수 있는 선고에 대법원 판단은?
사안은 생각보다 다툴 여지가 많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 김상연 장용범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되고 있는 조 전 장관과 정경심 전 교수 부부 뇌물수수 사건에서 재판부는 핵심 증거 중 하나인 동양대 휴게실에서 압수한 PC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동양대 PC는 정 전 교수의 범행 증거 일부가 담긴 물건으로, 표창장 위조 사건과 맞물려 ‘조국 사태’의 핵심 증거로 거론됐다. 표창장 작성 관련 파일 이외에도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십 확인서 파일, KIST 확인서 파일, 동양대 어학교육원 연구활동 확인서 파일 등이 이 PC에서 발견됐다.
이미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피해자가 피의자의 휴대전화를 수사기관에 임의제출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면 위법한 증거 수집”이라 판단을 내놓았는데, 1심 재판부는 동양대 휴게실 PC가 이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에 검찰은 “재판부가 피고인에 대한 편파적인 결론을 내고 이에 근거해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며 재판부 기피신청을 했다.
전원합의체의 판단이었던 터라, 소부에서 이를 적용하면 정경심 전 교수는 유죄로 판단되는 부분이 줄어들 수 있다. 정경심 전 교수 측 변호인은 이 같은 점을 강조하며 대법원에 정 전 교수에 대한 보석을 신청했다. 검찰 역시 대법원의 선고 10일 전, “동양대 표창장 파일 등이 발견된 강사휴게실 PC를 증거로 볼 수 없다”는 정 전 교수 측의 주장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 오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앞선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은 ‘피의자가 소유·관리하는 정보저장매체를 제3자가 제출한 경우’에 한정되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정 전 교수 소유물이 아닌 동양대 PC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게 검찰의 항변이다.
대법원 안팎에서는 ‘사건 결과가 뒤집힐 것’이라는 관측과 ‘그대로 징역 4년을 선고한 형이 확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반반으로 나뉜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사건 주심인 천대엽 대법관은 꼼꼼하게 사건을 보기도 하지만, 정치의 영역을 사법으로 끌고 들어와서 판단할 사람은 아니”라며 “워낙 혐의가 방대해 일부 내용이 무죄 취지로 바뀌더라도 이상하지 않지만, 2심에서 판단한 내용을 그대로 확정해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사건”이라고 내다봤다.
대법원 관계자 역시 “증거 자료에 대해 엄격하게 보면 증거효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전원합의체 판례를 소극적으로 분석해서 보면 케이스가 다르다고 볼 여지도 있다”며 “해당 재판부에서 어떤 판단을 했을지 궁금해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권순일 전 대법관의 화천대유 사건 재판거래 의혹이 이번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평도 나온다. 대법원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대법원이 정치 등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권순일 전 대법관 관련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여권 관련 핵심 인물에 대한 판단을 하려면 근거도 더 상세히 제시해야 하는 등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