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구주매출 우려 반영됐나…현대엔지니어링 “시장 환경 고려해 추후 상장 재추진”
현대엔지니어링은 28일 공모 철회 신고서를 공시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공동대표주관회사 등의 동의하에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IPO(기업공개)를 통해 총 1600만 주를 공모하하려 했다. 1주당 공모 희망가를 5만 7900원에서 7만 5700원으로 책정했다. 공모 희망가 상단 수준으로 최종 공모가가 결정될 경우 모기업인 현대건설의 시총을 넘어설 수 있었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는 경쟁률이 100 대 1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형 공모주였던 LG에너지솔루션의 경쟁률이 2023.37 대 1이었던 점을 고려했을 때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요예측 결과는 처참한 수준이다.
수요예측 이후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공모가 하단(5만 7900원) 수준으로 공모가가 확정될 것으로 점쳐졌다. 예상되는 시가총액은 4조 6300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종 공모가를 결정해야 하는 28일 오전 현대엔지니어링은 결국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높은 구주 매출 비중을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요예측 실패 원인으로 꼽고 있다. 구주 매출은 기업 상장 시 공모 과정에서 최대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매물로 내놓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구주 매출이 높다는 것은 공모로 조달한 투자금이 기존 주주의 지갑으로 들어가는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이번 IPO를 통해 각각 534만 주, 142만 주를 처분하기로 했었다. 이번 IPO가 두 회장의 현금 확보를 위해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던 이유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추후 시장 환경 등을 고려해 상장 재추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