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만 치면 뭐해… 1% ‘뿌리’를 뽑아라
▲ 절망에서 희망으로… 항암 치료의 고통은 사라질 수 있을까. 또 재발 없이 암을 완치하는 게 가능할까. 최근 주목받는 ‘암 줄기세포’ 연구가 암 환자들의 새 희망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지난 4월 제102회 미국암학회(American Association for Cancer Research; AACR)가 열렸다. 단일 규모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암학회다. 암학회에서는 해마다 암 정복이라는 인류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세계 각국에서 실시된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올해 역시 다양한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왔는데, 이 가운데 암 줄기세포(Cancer Stem Cell)에 관한 내용도 빠지지 않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의학계에서조차 ‘암 줄기세포’ 이론은 생소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눈에 보이는 암세포뿐만 아니라 숨어 있는 암 줄기세포까지 없애는 방향으로 암 치료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이미 암 줄기세포 치료제로 개발돼 임상 단계에 들어선 약물들도 있다. 국내에서는 JW중외제약(대표 이경하)이 최근 미국 FDA로부터 암 줄기세포 억제제 CWP231A의 임상계획을 승인받았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2011년 보건의료연구개발사업’ 중 혁신 신약 부문 지원대상 과제로 선정돼 임상비용을 지원받는다.
JW중외제약은 세계 1위의 암 병원인 MD 앤더슨 암센터와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1상 임상시험을 내년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이후 2상 임상시험을 거쳐 2016년 조기 신약 승인을 받을 전략이다. 적응증 또한 다발성골수종, 림프암 등 혈액암은 물론 폐암 등 고형암에 대해서도 임상을 통해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표적항암제도 재발 못막아
인류의 암 치료 역사를 보면 수술이 가장 먼저 시도됐고 방사선 치료, 화학항암제를 이용한 화학요법 순서로 등장했다. 이들 방법들은 저마다 발전을 거듭하면서 단점을 줄여나가고 있다. 덕분에 1930년대에는 전 세계적으로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20%에 불과했지만 이후 50년대엔 25%, 70년대 33.3%에 이르다가 2000년대에는 50%에 가까워졌다. 암을 조기에 발견해낼 수 있는 진단장비나 후유증을 최소화시킨 수술기법, 부작용을 줄인 신약, 방사선 치료법 등이 속속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치료법이 갖고 있는 부작용이다. 화학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는 암세포는 물론 정상세포까지 무차별 공격해 구토, 설사, 탈모, 골수 억제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 화학항암제가 정상세포까지 파괴하기 때문에 면역력이 저하돼 결국 암의 재발에 관여한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이후 분자생물학의 발달로 암 유전자와 암 억제유전자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새로 나온 것이 표적항암제다. 화학항암제에 비해 개인별 유전자 맞춤치료가 가능해져 효과는 높고 부작용은 줄인 것이다. 때문에 표적항암제가 계속 개발되고 있지만 값이 비싸고, 2~3가지 항암제를 함께 사용했을 때의 반응률(종양의 크기를 50% 이상 감소시키는 비율)이 30~60% 정도다.
또한 화학항암제든 표적항암제든 일단 내성이 생기면 약효를 기대하기 어렵다. 항암제에 내성이 생기면 줄어들던 암세포는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 예를 들어 글리벡의 경우 85% 정도는 5년 후 내성이 생기고, 타르세바는 60~80% 정도 암세포를 줄일 수 있지만 효과 기간은 1년 정도라고 한다.
이처럼 한계가 분명하다 보니 일본의 유명한 암 전문의인 곤도 마코도 박사는 “현대의학으로 암을 치료해도 사망률에는 큰 차이가 없고 환자들에게 고통과 경제적 부담만 안겨준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버클리의대 하딘 존스(Hardin B. Jones) 교수는 “25년간 암 생존자들에 대해 조사한 결과, 현대의학으로 치료하지 않은 암환자들이 평균적으로 현대의학적인 치료를 받은 사람들보다 결코 일찍 죽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암을 근본치료할 수 있는 암 줄기세포 치료법
이런 상황에서 찾아낸 것이 암 줄기세포다. 우리 몸속의 장기에는 각기 고유한 성체줄기세포가 있고, 이 세포들이 장기가 손상을 받을 때 장기를 재생하고 유지하는 데 관여한다. 암에도 이와 비슷한 작용을 하는 줄기세포가 있다는 것이 바로 암 줄기세포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방사선이나 항암치료로 99%의 암세포를 깨끗하게 제거해도 1%의 줄기세포가 남아 있으면 언젠가는 재발, 전이된다. 눈에 보이는 암세포는 식물에 비유하면 잎이나 줄기로 보고, 암 줄기세포는 뿌리로 보면 이해가 쉽다. 잡초를 뽑을 때는 잎이나 줄기만 없애면 금세 다시 자라 뿌리까지 깨끗하게 뽑아야 한다. 암세포도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땅 속의 뿌리에 해당하는 암 줄기세포를 제거해야 완치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 백혈병 같은 혈액암은 물론 유방암, 뇌암, 대장암 등 고형암 조직에도 암 줄기세포가 존재한다고 한다.
암 줄기세포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97년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존 딕 박사가 특정 형태의 백혈병에서 최초의 암 줄기세포를 발견했고, 2003년에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마이클 클라크 박사가 유방암 종양에서 암 줄기세포를 찾아냈다. 이후 뇌종양과 골육종에서도 줄기세포와 비슷한 암세포를 찾아냈고, 현재는 암 줄기세포 표지자 검사가 개발돼 일부에서 시행 중인 단계까지 와 있다.
#암 줄기세포를 조절하는 마이크로RNA
암 줄기세포를 조절하는 천연물을 연구하고 있는 BRM연구소 박양호 실장은 “예전에는 암세포의 유전자 구조가 변형된 것만 암으로 알았다. 하지만 이런 암은 20%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는 유전자 작동이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마이크로RNA를 통해 유전자 작동을 억제하면 암의 재발과 전이를 일으키는 암 줄기세포 조절이 가능하다. 더 연구가 이루어지면 암 정복의 키워드로 등장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간의 몸에는 200종 이상의 마이크로RNA가 존재해 유전자를 조절, 생명의 발생과 성장, 노화, 사멸 등에 관여한다고 한다. 오케스트라의 제1바이올린에 비유할 정도로 암 줄기세포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마이크로RNA는 암 줄기세포의 주요한 조절자로, 줄기세포의 주요 유전자들의 발현을 조절하여 재생과 분화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 생명공학부 김빛내리 교수가 이 분야에서 세계적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천연물로 암 줄기 없앤다
식품이나 약재로 이용하는 천연물 중에서 암 줄기세포를 조절하는 성분을 찾아내려는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박양호 실장은 “이런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 수술로 눈에 보이는 암세포를 없애는 동시에 천연물을 이용해 숨어 있는 암 줄기세포를 없애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항암치료, 수술 등 현대의학적인 치료를 받으면서 천연물 요법을 하는 경우 항암제의 효과를 높이면서 내성, 부작용은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얼마 전에는 운지버섯(구름버섯)이 암 줄기세포를 없앤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퀸스랜드 기술대학의 패트릭 링(Patrick Ling) 박사는 “동양에서 운지버섯으로 불리는 Coriolus Versicolor에서 추출한 폴리사카로다당체(PSP ; ploysaccharopeptide)가 전립선암의 암 줄기세포를 표적으로 삼아 암의 성장을 차단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알려진 구름버섯의 효과는 면역력 증진, 항암효과, 전이억제 유전자인 Nm23 활성화로 인한 전이 억제 등으로 암 줄기세포 저해 효과는 처음으로 밝혀진 것이다.
또한 카레의 강황에 많은 쿠르쿠민, 폴리페놀의 일종으로 양파 등에 많은 퀘세틴, 엉겅퀴에 많은 실리마린 등의 성분도 암 줄기세포를 없앤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목화씨에 많은 고시풀이나 선학초에 많은 에피제닌, 황금에 많은 바이칼린, 알로에 들어 있는 에모딘, 브로콜리에 많은 설포라판 역시 암 줄기세포의 분화를 막는 천연물로 알려져 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천연물 요법’ 암투병기
암세포가 더이상 두렵지 않다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국인 그레이스 윤 씨(여·26)는 2004년 11월에 림프선암 진단을 받았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갑자기 호지킨 림프종(Hodgkin’s Lymphoma)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의사의 조언에 따라 2005년 1~6월 1차적으로 ABVD 항암화학요법을 6회 받았다. 아드리아마이신(Adriamycin)과 블레오마이신(Bleomycin), 빈블라스틴(Vinblastine), 다카바진(Dacarbazine) 같은 화학항암제를 함께 쓰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재발해 이번에는 이포스파마이드(Ifosfamide), 카보플라틴(Carboplatin), 에토포사이드(Etoposide) 3가지 항암제를 쓰는 ICE 항암화학요법을 실시했다. 이후 2006년 1월에는 병원에 입원해 조혈모세포 이식술까지 받았다.
하지만 다시 암이 재발한 윤 씨는 4주 동안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로부터 채 1년이 되지 않아 오른쪽 림프절을 제거하기 위한 폐수술을 받았고, 5개월 후에 고가의 사이버나이프 수술까지 받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술 후 3개월이 되어갈 무렵, 다시 오른쪽 목의 림프절이 확인됐다. 조직검사 결과 림프선암이 재발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동안 현대의학으로 치료 가능한 방법은 모두 해봤지만 결국 재발한 것이었다.
더 이상의 방법이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 그녀가 택한 것은 약초와 침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7개월 정도 약초와 침술에 매달리다 우연히 교회에서 암 줄기세포를 조절하는 천연물 요법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천연물 요법을 시작한 것은 2009년 1월의 일로, 6개월 정도 천연물 요법을 꾸준히 한 후에 검사한 결과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PET CT로 촬영해 보니 머리와 목 오른쪽 이하선(귀밑샘), 오른쪽 목 전후의 삼각부 림프절이 매우 커서 비대칭이던 것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가슴과 복막 부근의 림프선암은 보이지 않고 간, 비장, 신장 등이 정상으로 나타났다. 이제 Y 씨는 ‘다시 건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면서 한때 그녀를 절망 속으로 몰아넣었던 암세포가 더 이상 두렵지 않다고 한다. [송]
암세포가 더이상 두렵지 않다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국인 그레이스 윤 씨(여·26)는 2004년 11월에 림프선암 진단을 받았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갑자기 호지킨 림프종(Hodgkin’s Lymphoma)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의사의 조언에 따라 2005년 1~6월 1차적으로 ABVD 항암화학요법을 6회 받았다. 아드리아마이신(Adriamycin)과 블레오마이신(Bleomycin), 빈블라스틴(Vinblastine), 다카바진(Dacarbazine) 같은 화학항암제를 함께 쓰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재발해 이번에는 이포스파마이드(Ifosfamide), 카보플라틴(Carboplatin), 에토포사이드(Etoposide) 3가지 항암제를 쓰는 ICE 항암화학요법을 실시했다. 이후 2006년 1월에는 병원에 입원해 조혈모세포 이식술까지 받았다.
하지만 다시 암이 재발한 윤 씨는 4주 동안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로부터 채 1년이 되지 않아 오른쪽 림프절을 제거하기 위한 폐수술을 받았고, 5개월 후에 고가의 사이버나이프 수술까지 받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술 후 3개월이 되어갈 무렵, 다시 오른쪽 목의 림프절이 확인됐다. 조직검사 결과 림프선암이 재발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동안 현대의학으로 치료 가능한 방법은 모두 해봤지만 결국 재발한 것이었다.
더 이상의 방법이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 그녀가 택한 것은 약초와 침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7개월 정도 약초와 침술에 매달리다 우연히 교회에서 암 줄기세포를 조절하는 천연물 요법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천연물 요법을 시작한 것은 2009년 1월의 일로, 6개월 정도 천연물 요법을 꾸준히 한 후에 검사한 결과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PET CT로 촬영해 보니 머리와 목 오른쪽 이하선(귀밑샘), 오른쪽 목 전후의 삼각부 림프절이 매우 커서 비대칭이던 것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가슴과 복막 부근의 림프선암은 보이지 않고 간, 비장, 신장 등이 정상으로 나타났다. 이제 Y 씨는 ‘다시 건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면서 한때 그녀를 절망 속으로 몰아넣었던 암세포가 더 이상 두렵지 않다고 한다. [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