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 유포부터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까지…사망 소식 알려지자 책임 떠넘기기만
5일 새벽 잼미의 트위치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안녕하세요. 장미(잼미의 본명)의 삼촌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그동안 경황이 없어 알려드리지 못했다. 장미는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며 "장미는 그동안 수많은 악플들과 루머 때문에 우울증을 심각하게 앓았었고 그것이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온라인 상에 떠도는 루머는 사실무근이며 관련 루머를 퍼뜨리는 네티즌에게는 법적대응을 할 예정"이라며 "제발 고인을 모욕하는 짓은 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 유가족들도, 친구들에게도 너무나 힘든 일이다"라고 호소했다. 잼미의 삼촌에 따르면 잼미는 유서를 남겼고 자신이 악플러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얼마나 괴로워했는지의 내용 등을 담았다.
잼미는 2019년 개인방송 플랫폼 트위치를 통해 인터넷 방송에 입문하며 게임 방송으로 인지도를 쌓았다. 이후 유튜버로도 활동영역을 넓히며 각각 16만 명, 13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해 꾸준한 방송활동을 해 왔다.
그러던 중 2019년 남성을 성적 희화화하는 제스처를 했다는 이유로 남성 네티즌의 거센 비난을 받으면서 위기를 겪었다. 페미니스트를 부정적으로 지칭하는 용어인 '메갈'을 붙여 "잼미가 메갈이라 남성을 성적 희화화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 이어지자 잼미는 두 차례나 "불쾌감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 자신은 절대 페미니스트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나 돈벌이를 위해 이슈를 물고 다니는 이른바 '렉카 유튜버'들이 잼미의 사건을 다루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주로 10~20대 남성들이 구독하는 렉카 유튜버들이 잼미를 조롱하는 영상을 수차례 올리자 잼미를 향한 악플과 루머의 수위는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이 주로 모인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스트리머 갤러리'와 남초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등에서 잼미를 향한 수위 높은 악플과 루머 생성을 지속하자 결국 잼미는 2020년 5월 악플 때문에 우울증 약을 먹고 있으며 방송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잼미의 방송 댓글 등을 관리해 오던 그의 어머니가 논란이 처음 불거진 시점과 맞물린 2019년 9월 극단적 선택을 했으며, 이 역시 악플로 인한 것이었다고도 밝혔다.
당시 잼미는 "엄마가 나 때문에 죽은 것 같다. 내가 방송을 안 했다면 엄마가 안 죽었겠지, 내가 방송에서 그 행동을 안 해서 악플이 달리지 않았다면 엄마가 마음 고생 안 했겠지"라고 자책했다. 그러나 이 영상마저도 렉카 유튜버와 커뮤니티 등에서 조롱을 목적으로 소비돼 오면서 잼미가 앓고 있던 우울증을 심화시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결국 앞날이 창창한 한 인터넷 방송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들은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현재 황급히 '꼬리 자르기'를 이어가며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여혐 성향의 유튜버 뻑가의 경우 여러 번 잼미 관련 콘텐츠를 만들며 그를 조롱하는 여론을 형성해 와 잼미의 사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이들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자신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뻑가는 5일 급조한 영상을 통해 "(잼미를 향한) 선동은 내가 한 게 아니라 이미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판을 치고 있는 선동과 혐오를 정리해 영상을 올린 것일 뿐"이라는 취지로 해명하며 사과했다. 그러나 그의 영상에는 "돈벌이 용으로 사실파악 없이 조롱 영상을 만드는 데 앞장 서놓고 이제 와서 밑장을 빼며 다른 이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비판 댓글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에펨코리아 등 성적인 욕설과 루머 유포 등을 해왔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문제의 네티즌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오히려 잼미의 사망이 페미니스트들로 인한 것이라고 여론을 조작하자는 집단적인 움직임도 눈에 띈다. 이 같은 '책임 폭탄돌리기'를 두고 황희두 민주연구원 이사는 5일 '혓바닥 살인마 뻑가, 광기의 시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선글래스 뒤에 숨어 신나게 혐오 막말을 내뱉던 유튜버 뻑가로 인해 우울증을 앓았던 모 BJ가 결국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에 이어 딸까지 떠나 보낸 그는 '혓바닥 살인마'나 마찬가지"라며 "일부 펨코(에펨코리아) 유저들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까지 쏟아내며 해당 BJ를 조롱했던 사실이 있는데 더 충격적인 것은 BJ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끔찍한 수준의 댓글이 달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우 대다수 악플러들은 다른 익명의 악플러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스스로 합리화를 하고는 다른 표적을 찾아 떠난다. 하지만 그들도 전부 온라인 살인마나 마찬가지"라며 "몇년 째 말하지만 익명 유튜버+커뮤니티 집단 테러행위는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여야를 떠나 왜 이런 심각한 문제에 함께 나서는 정치인이 없는지 의아할 따름"이라고 짚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