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만에 인스타 팔로어 250만 명↑…“청산과 찐친 케미 잘 살아, 한양대 선후배로 인연도”
“인스타그램을 보고 이게 진짜 내 계정인가 싶었어요(웃음). 새로 고침을 할 때마다 팔로어가 늘더라고요. 믿겨지지 않았지만 기쁜 마음이 더 커서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전세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또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사실 아직 실감이 잘 안 나긴 해요. 꿈인지 생신지(웃음).”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학교 안에 갇혀 살아남기 위해 함께 사투를 벌이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지금 우리 학교는’은 2월 9일 기준으로 공개 열흘 만에 넷플릭스 TV(비영어) 부문 역대 시청시간 순위 5위를 기록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 ‘부산행’,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등 K좀비 신드롬의 명맥을 그대로 잇고 있는 만큼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사랑이 쏟아지고 있기도 하다.
폭발적인 관심과 애정의 한복판에는 작품의 주연들이 있었다. 소방대원 아버지를 둬 구급 치료와 조난 대책에 지식이 있는 남온조 역의 박지후도 그렇지만, 온조를 짝사랑하는 12년 지기 소꿉친구 이청산 역의 윤찬영, 반대로 온조의 짝사랑 상대인 이수혁 역의 로몬, 고립된 2학년 5반의 반장이자 냉철한 브레인 역할을 하는 최남라 역의 조이현까지 ‘지금 우리 학교는’ 공개 이후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최대 250만 명 이상 늘어나며 그 인기를 방증했다.
“촬영 당시에 제가 온조와 같은 나이여서 온조의 모습 대부분이 공감이 됐어요. 저 같아도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친구들을 챙기고, 함께 살아남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을 거예요. 반대로 제가 온조였다면 안 그랬을 텐데 했던 건 청산이의 고백에 대한 태도예요. 저라면 그렇게까지 반응 안 했을 것 같거든요(웃음). 저와 온조는 유쾌하고 털털하면서 허당기가 있는 게 닮았지만, 저는 그런 상황이 닥치면 겉으로 표현을 잘 안 하는 편이에요. 아무리 혼란스럽더라도 분위기상으로는 웃으면서 넘겼을 텐데 온조는 12년 동안 청산이와 소꿉친구이다 보니 당혹감이 커서 그런 반응을 보였을 거라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박지후가 꼽은 온조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악의 없는 오지랖’이었다. 아버지를 닮아 이타적이고, 자신의 안위를 뒤로한 채 친구들을 위해 힘이 닿는 데까지 도우려 하는 모습은 좀비로 가득한 절망적인 세상 속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영웅적인 면모이기도 했다. 비록 그런 모습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다른 친구들과 부딪친다는 이유로 “답답하게 발목을 잡는다”는 불평 섞인 시청평도 있었지만 박지후는 수긍하면서도 “온조는 그럴 수밖에 없는 캐릭터”라고 고쳐 말했다.
“리뷰를 보니까 ‘온조가 오은영 박사님 같다’는 말이 있더라고요(웃음). 그걸 보고 생각해 보니 정말 온조가 주변 친구들의 정신적 지주가 돼 줘서 친구들을 위로해 주는 모습이 눈에 띄었어요. 자신도 힘들 텐데 먼저 나서는 모습을 보며 정말 따뜻한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온조도 여러 가지 감정을 겪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보단 주변을 생각하는 그런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구조도 오지 않는 고립된 학교 속 좀비들과 대치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이어지지만, 그 안에서 피어나는 10대들의 우정과 사랑으로 시청자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다. 메인 러브라인인 소꿉친구 커플 ‘청산온조’와 불량학생과 우등생이라는 고전적인 커플 ‘수혁남라’는 국내외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평을 얻어내기도 했다. 그 안에서 얽히고설킨 ‘사랑의 작대기’가 마지막에는 어디에 어떻게 고정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였다.
“제가 온조였다면 (짝사랑 상대인) 수혁이보다 청산이를 선택했을 거예요. 수혁이는 온조와 남라에게 다 잘해주지만 청산이는 온조에게만 집중하잖아요. 그렇게 한 사람에게만 진심을 주는 게 좋아요. 시즌2에서 청산이가 돌아온다면 좋겠지만 시즌1에선 이뤄지지 못한 아픈 사랑으로 끝나고 말았으니까 시즌2에서는 좀 새로운 사랑을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극 중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지만 청산온조 커플은 그들을 연기한 두 배우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고 했다. 특히 ‘지금 우리 학교는’ 촬영 당시 고등학생으로 시작해 이제는 대학생이 된 박지후는 같은 학교 선배인 윤찬영과 함께 캠퍼스 생활을 즐기게 돼 그 인연을 그대로 이어가게 됐다. 작품 안에서 ‘찐친’ 같은 케미스트리를 보여줬던 두 사람이 작품 밖에서도 함께할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에 벌써부터 흐뭇한 ‘엄마 미소’를 짓는 팬들까지 나오는 판이다.
“찬영 오빠가 항상 현장에 한양대 과 패딩을 입고 왔는데 그걸 보며 저도 모르게 한양대에 가고 싶단 열정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오빠한테 입시 관련해서 많이 물어보고 합격한 뒤에는 ‘청산온조, 학교생활 열심히 하자!’라는 축하도 받았어요(웃음). 사실 제가 1화에서 청산이를 발로 차는 신을 찍을 때 화려하게 차야 하나, 실제 소꿉친구라면 어떻게 찼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이 ‘네가 내키는 대로, 너라면 어떻게 찰 건지 생각해서 해 봐’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그렇게 찼더니 사람들이 ‘너 진짜 한두 번 차 본 솜씨가 아니다’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완성된 화면에서 저희의 찐친 같은 케미가 잘 산 것 같아서 좋았어요.”
아역배우로 데뷔한 뒤 3년 만에 영화 ‘벌새’로 신인여우상을 휩쓸었고, 갓 스무 살이 되고는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국내외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게 됐다. 짧은 기간 동안 화제작으로만 필모그래피를 채운다는 것이 남들이 보는 것처럼 쉽고 간단한 일이 아닌 만큼 부담감도 그 배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럼에도 박지후는 지금 느끼는 모든 감정들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또 받아들이겠다는 단단한 마음가짐을 내보였다.
“‘지금 우리 학교는’이란 긴 호흡의 작품을 하면서 욕심도, 열정도, 불안감도 같이 커졌던 것 같아요. 화자의 시점으로 온조를 연기하며 이끌어나가야 하는 여러 감정을 겪으면서 희열도 있었고 ‘내가 이걸 해냈구나’ 하는 뿌듯함도 느꼈지만 동시에 ‘내가 과연 이걸 잘해낸 걸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죠. 그런 걸 모두 겪을 수 있어서 더 의미 있었고 제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제가 제일 즐거워하고 사랑하는 연기를 쭉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거든요.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는 게 너무 즐거워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