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11일 방송되는 KBS '다큐 온'은 '강, 다시 바다를 만나다' 편으로 꾸며진다.
물은 모든 생명체에게 필요하다. 인간 역시 생활하고 생산하는 모든 곳에 물을 사용한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빌려 썼던 물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하굿둑도 그렇게 세워졌다. 해일과 홍수를 예방하고 안정적으로 용수를 확보한다는 명목이었다.
강의 하구에 거대한 구조물이 세워지면서 쓸모없는 바닷물은 막고 쓸모가 많은 담수만 끌어왔다. 그렇게 30여 년이 흘렀다. 서로 만나지 못한 강과 바다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하굿둑을 둘러싸고 상반된 두 가지 의견이 있다. 첫째는 하굿둑을 열어야 자연도 사람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50년 넘게 낙동강을 지켜온 어부는 하굿둑에 막혀 물고기가 사라진 어장 때문에 고달파진 삶을 토로한다.
또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9000마리 이상의 큰고니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든 것은 먹이 부족을 가져온 생태의 변화 때문이라고 한다. 큰 배가 드나들 정도로 깊었던 장항항에 토사가 쌓여 그 기능을 상실한 것도, 600년의 전통을 가진 포구마을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이 돼버린 것도 모두 하굿둑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30년간 하굿둑이 있는 삶에 익숙한 사람들은 물의 사용처도, 사용량도 더욱 다양하고 많아졌음을 지적한다. 하굿둑을 열었을 때 물이 유통하고 강의 저수량이 적어지면서 파생될 문제 예컨대 용수 부족과 염해피해에 대해 우려한다. 그래서 농민을 중심으로 모인 두 번째 의견은 하굿둑의 개방을 반대하고 있다.
강의 하구를 통째로 막은 나라는 우리나라와 네덜란드밖에 없다. 우리보다 일찍이 바닷물을 막았던 네덜란드는 녹조와 수생태계 파괴를 먼저 경험했고 해결방법을 고민했다. 그들의 선택은 하굿둑은 유지한 채 바닷물을 강으로 유입하는 것이었다. 바닷물의 유입량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일정 지역만 기수역으로 조성해 어류 회귀와 수질 개선의 기반을 만들고 인근 농지는 상류에 신설된 취수원과 연결된 관로를 통해 맑은 물을 공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수질은 개선되었고 농사에도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물이 맑아지고 바다와 연결되면서 강 주변 마을에는 관광객이 찾아오고 농업만큼이나 관광업이 번영하게 되었다. 하굿둑을 개방하자 시민도 농민도 모두 행복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낙동강 하굿둑을 개방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목표는 낙동강 하굿둑의 수문 중 일부를 열어 바닷물을 유입하고 상류 15km 지점까지를 기수역으로 복원하겠다는 것이었다. 다만 관건은 염분의 유입범위를 15km 지점으로 조절할 수 있는지였다.
조절에 실패하면 부산시민의 식수와 김해평야의 농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낙동강 하구 통합운영센터를 설치해 실시간 염분 모니터링과 수문 관리 자동화 시스템, 5개 관계기관의 통합운영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3년간의 시험개방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염분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주변 농지에 염해 피해를 주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제 낙동강은 시험개방의 성공을 기반으로 본격 개방에 돌입한다. 또 낙동강의 사례는 다른 강의 하굿둑 개방 노력에 기폭제가 되고 있다. 다시 강과 바다를 잇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로 강에 물고기와 어부가 돌아오고 강변마을의 사람들이 다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해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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