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사업부분 물적분할 재검토…“올리브영 상장 훈풍 불면 승계 작업 탄력” 전망
최근 CJ ENM은 콘텐츠 사업부문의 물적분할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콘텐츠 사업은 CJ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 스튜디오드래곤이 맡고 있어 중복 상장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스튜디오드래곤은 2016년 CJ ENM의 콘텐츠 사업부문이 물적분할돼 나와 코스닥에 상장했다.
CJ ENM이 또 다시 콘텐츠 사업부문을 따로 떼 상장한다는 계획이 전해지자 오히려 스튜디오드래곤으로 콘텐츠 사업 부문을 모두 넘기는 것이 맞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스튜디오드래곤 주주와 CJ ENM 주주 모두 달갑지 않는 상황이었다. CJ ENM이 콘텐츠 사업부문 물적분할 계획을 재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은 반색했다. 소식이 전해진 지난 9일 CJ ENM 주가는 전일 대비 9.52% 상승하면서 이러한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됐다.
이는 한편으로 지배구조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비슷한 시기 CJ가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타임와이즈)를 인수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읽혔다. 타임와이즈는 사실상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자녀들 이선호 리더와 이경후 경영리더 등의 개인회사다. 이 때문에 그동안 계열사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해 벌어들이는 운용 수익금을 통해 회사를 확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이러한 조치는 CJ가 그동안 재계의 관심사가 높았던 지배구조 이슈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CJ올리브영 IPO를 앞두고 잡음을 줄이려는 행보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주요 그룹들에 크고 작은 지배구조 이슈가 따라다니는데 CJ그룹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은 모습”이라면서도 “CJ ENM의 콘텐츠 사업 물적분할과 타임와이즈 인수 건은 지배구조 이슈와 맞물려 있던 내용인데 부정적인 시각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CJ올리브영의 상장에 훈풍이 불지 관심을 모은다. CJ올리브영은 올해 상장을 목표로 IPO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의 상장으로 CJ그룹 오너 일가의 승계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눈길이 쏠리고 있다. CJ올리브영의 지난해 3월 1일 기준 주주 구성을 보면 CJ 51.15%, 이선호 리더 11%, 이재환 CJ파워캐스트 전 대표이사 4.64%, 이경후 리더 4.26% 등 특수관계자 지분이 76.8%에 달한다. 이선호·이경후 리더가 적잖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상장 후 지분 가치가 상승하면 승계 자금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오너 일가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한 IPO 행보가 투자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투자업계는 주시하고 있다. 주식 공모가 산정부터 고평가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깃든다. 특히 오너 일가가 구주매출을 통해 자금을 회수할 경우 CJ올리브영 IPO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앞의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철회 이유로 ‘구주매출이 과했다’는 시각이 있었다”며 “오너 일가의 자금 회수를 위한 구주매출 물량이 대거 나올 경우 투자 열기가 식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CJ 관계자는 “최근 CJ그룹과 계열사에서 보인 경영적 판단은 CJ올리브영 상장과 무관하다”며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지주사가 벤처캐피탈 회사를 소유할 수 있게 되면서 타임와이즈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상장 추진 배경에 대해 “CJ올리브영이 국내 없었던 시장을 개척하고 20년 이상 꾸준히 성장해온 만큼 상장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관계자는 구주매출 가능성에 대한 답변은 피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