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 ‘EV릴레이 사업부’ 전기차 시대 맞아 성장 기대…LS일렉트릭 “상장 여부는 정해진 것 없어”
최근 몇 년간 LG화학, 한국조선해양, SK이노베이션 등이 물적분할을 단행해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대선 후보들은 물적분할 관련 공약을 발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재계에서도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 일례로 CJ ENM은 최근 물적분할 계획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LS일렉트릭은 분할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LS일렉트릭의 EV릴레이 사업부 분할
LS일렉트릭은 지난 2월 8일 EV릴레이 사업부를 LS이모빌리티솔루션(가칭)으로 분할한다고 공시했다. LS이모빌리티솔루션은 오는 3월 28일 주주총회를 거쳐 4월 1일 최종 분할될 예정이다. EV릴레이는 전기·수소차를 구동하는 파워트레인에 전기에너지를 공급·차단하는 부품이다. LS일렉트릭은 “존속법인은 전력·자동화 사업 등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신설법인은 EV릴레이 사업에 차별화된 기술·고객·사업문화 기반을 갖춘 글로벌 초우량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게 하고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성장잠재력을 확보하고, 다양한 사업문화 구조를 단순화시킴으로써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향상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LS일렉트릭이 이번 분할을 통해 전기차 관련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과거부터 전기차 관련 사업에 관심을 보였다. LS일렉트릭은 2009년 전기차 부품 사업에 진출한다고 선언한 후 전기차 충전기 사업과 EV릴레이 사업을 시작했다. 전기차 충전기 사업의 경우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여론이 불거졌고, 이에 LS일렉트릭은 2014년 충전기 관련 사업을 중단했다가 2020년 재개했다. 구자균 회장은 2011년 청주 EV릴레이 생산공장 기공식에서 “이 분야에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공장 건설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LS일렉트릭의 전기차 관련 매출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LS일렉트릭 전체 매출에서 EV릴레이 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을 2~3% 수준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 전기차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EV릴레이의 성장세를 기대해볼 만하다. LS일렉트릭이 아니더라도 LS그룹은 전반적으로 전기차 사업에 적극적이다. LS머트리얼즈는 전기차에 활용되는 에너지저장장치 울트라커패시터를 생산하고, LS알스코는 전기차 배터리용 프레임 제조 사업을 하고 있다. LS그룹 계열사들끼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이며 나아가 전기차 관련 법인을 하나로 통합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LS그룹 관계자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전했다.
#소액주주는 어쩌고
분할은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인적분할은 존속법인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것이고, 물적분할은 존속법인이 신설법인 지분 100%를 갖는 방식이다. LS일렉트릭은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할하므로 LS일렉트릭이 LS이모빌리티솔루션 지분 100%를 갖게 된다.
소액주주들은 대부분 물적분할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다. 물적분할을 진행하면 그만큼 존속법인의 기업가치가 하락하지만 소액주주에게는 어떤 배상도 주어지지 않는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물적분할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 매수청구권을 부여하고, 물적분할 후 신설법인이 상장하면 존속법인 주주에게 공모주를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물적분할 후 신설 법인이 상장하면 존속법인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물적분할 된 신설법인의 상장을 금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 때문인지 재계에서는 물적분할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CJ ENM은 2021년 11월 물적분할을 통해 예능·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 등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튜디오를 설립한다고 공시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CJ ENM은 분할 계획을 보류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CJ ENM은 지난 2월 9일 “물적분할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 규제 환경 변화 등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스튜디오 설립과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재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LS일렉트릭는 '마이웨이'를 택했다. 이 때문인지 LS일렉트릭의 주가도 급락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지난 2월 8일 4만 895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지만 2월 9일에는 전일 대비 10.21% 하락한 4만 3950원에 장을 마쳤다. 현재도 LS일렉트릭의 주가는 4만 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물적분할로 LS일렉트릭의 기업가치 훼손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물적분할이 장기적 관점에서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회사를 분할하면 투자 유치에 훨씬 용이하며 물적분할을 하면 경영권 상실 우려가 인적분할에 비해 적으므로 더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다”며 “소액주주의 의견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너무 회사 경영에 개입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LS일렉트릭은 LS이모빌리티솔루션의 IPO(기업공개·상장) 관련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LS일렉트릭이 “(LS이모빌리티솔루션이) 글로벌 초우량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투자를 받기 위해서라도 IPO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의 전례를 보면 IPO를 진행할 경우 소액주주들의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LS일렉트릭 관계자는 “LS이모빌리티솔루션의 IPO 여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주가 부양책 관련해서는 여러 검토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