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세종 되기까지 7주 대유행 정점까지 7주…문제는 유행 규모 통제, 하루 최대 50만 명 확진 전망도
이처럼 대부분의 국가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의 정점을 지나면 급격한 하락 국면에 접어든다. 평균적으로 오미크론 대유행이 시작되고 30일 정도 지나면 정점에 도달하는데 국가마다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문제는 한국이 과연 언제쯤 오미크론 정점을 지나 하락기에 접어드느냐다.
해외 사례를 통해 한국의 오미크론 대유행을 예측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는 정점 도달 시점과 정점까지 확대될 유행 규모다. 유행 규모는 국가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데 반해 정점 도달 시점은 대략 30일을 기준으로 이보다 빠른 20여 일 만에 정점에 도달한 국가도 있고 무려 50여 일이 걸린 국가도 있다.
유행 규모가 가장 심각한 이스라엘은 2021년 12월 25일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38.71명에서 정점에 도달한 2022년 1월 25일에는 무려 1만 968.16명까지 치솟았다. 유행규모가 80배나 커진 것이다. 이후 급격히 하락해 2월 16일에는 2702명까지 줄었다. 오미크론 정점 도달 시점은 전세계 평균치인 30여 일 정도였다.
덴마크는 741.75명이던 12월 5일 무렵 그래프가 급등하기 시작해 1월 29일 7899.96명까지 치솟은 뒤 등락을 거듭하다 2월 13일 7970.81명으로 정점을 찍고 최근 서서히 하락하는 분위기다. 덴마크는 유행 규모가 10배 정도 커졌는데 오미크론 정점 도달 시점은 무려 50여 일이나 걸렸다.
서유럽에서 가장 늦게 정점에 도달한 국가는 독일로 2월 16일 2148.04명을 기록한 뒤 조금씩 하락하는 추세다. 아직 급감 구간에 돌입한 것은 아니지만 급등세는 꺾여 정점은 찍은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1월 초 오미크론 대유행이 시작돼 정점까지 45일가량 걸린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이 시작된 뒤 비교적 방역 정책을 잘 시행해 확진자 규모를 잘 통제해온 국가에서 더 심각한 오미크론 대유행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덴마크, 독일은 물론이고 스웨덴, 싱가포르 등에서 비슷한 현상을 보였다. 꾸준히 확진자가 발생했던 국가들에 비해 유행 규모가 훨씬 급격히 확대됐고 정점 도달까지도 오래 걸렸다. 한국 역시 성공적인 방역으로 확진자 규모를 잘 통제해왔음을 감안하면 오미크론 정점 도달 시점이 평균적인 30일보다 길어져 40~50일 정도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3월 초, 내지는 중순이 정점 도달 예상 시점이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서 코로나19 확산 예측을 연구하는 심은하 숭실대 수학과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정점을 3월 중순으로 예상했다. 심 교수의 계산은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시기와 유행의 정점에 도달한 시기의 간격을 비교 분석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경우 오미크론이 유입돼 우세종이 되기까지 3주가 걸렸고, 우세종이 된 오미크론의 대유행이 시작돼 정점에 이르기까지도 3주가 걸렸다. 한국은 오미크론이 유입돼 우세종이 된 1월 24일까지 7주 정도가 걸렸기 때문에 오미크론 대유행의 정점까지도 7주 정도 걸린다는 계산이다. 이를 대입하면 한국이 오미크론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은 3월 14일 즈음이 된다.
일본의 사례에서도 이런 계산법이 정점 도달 시점을 거의 정확하게 맞췄다. 일본은 2월 9일 즈음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2월 5일부터 12일까지 8일 동안 700명대를 기록하다 하락하기 시작해 2월 16일에는 655.3명이다. 오미크론 대유행이 시작된 것은 1월 5일 즈음이니 약 5주 만에 정점에 도달한 셈이다. 일본에 오미크론이 최초 유입된 것은 2021년 11월 30일로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될 때까지 5주 정도 걸렸고, 다시 5주가량이 지나 정점에 도달했다.
한 나라에 새로운 변이가 유입돼 우세종이 되기까지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다는 것은 해당 국가가 감염 확산을 적절히 막아내는 방역 능력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부분이 오히려 대유행 정점 도달 시점까지 길어지게 만든다. 이른바 ‘방역의 역설’이다.
한국의 오미크론 정점이 3월 14일 즈음이 된다면 그 다음 문제는 유행 규모가 얼마나 확대될지 여부다. 5주 만에 정점에 도달한 일본은 6.91명에서 749.63명까지 대략 107배가량 유행 규모가 커졌다. 한국은 75.09명이던 1월 24일 오미크론 대유행이 시작돼 2월 16일에는 1282.57명까지 급증했다. 24일 동안 17배가량 유행 규모가 커졌다. 정점 도달 시점이 50일 가량임을 감안하면 아직 정점까지 절반밖에 오지 못했다.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282.57명을 기록한 2월 16일 한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9만 3135명이다.
심은하 교수는 모델링 결과를 기반으로 한국이 오미크론 정점에 이를 때 일일 신규 확진자가 27만 명가량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보고된 감염자로, 보고되지 않은 감염자를 포함한 실제 일일 신규 확진자 규모는 최대 34만 8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미크론 대유행이 시작된 1월 24일 일일 신규 확진자가 8571명이었음을 감안하면 오미크론 정점까지 유행 규모가 40배가량 커진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는 예측도 있다는 점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와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등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오미크론 정점은 3월 초·중순, 일일 신규 확진자 규모는 20만~30만 명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YTN 등 언론 인터뷰에서 최대 50만 명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이 교수의 예측 역시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하는데 각국이 오미크론 정점에 도달했을 때의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를 기반으로 한다. 영국이 2681.66명, 미국이 2410.15명 정도였던 데 반해 스웨덴은 4027.65명, 프랑스는 5436.72명을 기록했다.
더 안 좋은 사례는 7899.96명까지 치솟은 덴마크와 1만 968.16명까지 간 이스라엘이다. ‘100만 명당 1만 명 이상의 확진자’를 기록한 이스라엘 사례를 인구 5000만 명가량인 한국에 적용하면 하루 50만 명까지 신규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3월 중순 무렵까지 이어질 오미크론 대유행을 넘기고 나면 다시 일일 신규 확진자가 급감하는 희망적인 시기에 돌입할 수 있다. 문제는 하루에 몇 명까지 신규확진자가 발생하느냐다. 유행 규모가 커져 확진자가 많아질수록 피해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3월 중순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이행하며 최대한 개인 방역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