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측 “무능한 대통령은 위험, 안보 정쟁화 말라” vs 윤석열 측 “힘 없는 평화 의미 없어, 종전선언 집착 말라”
러시아 군은 2월 24일 새벽 6시(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을 시작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단행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첫날 우크라이나 군사시설 83곳을 타격해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 인근에 집결돼있던 러시아 지상군 19만 명을 투입, 침공 10시간 만에 수도 키예프까지 포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침공 첫날 발생한 사상자가 2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에 국제사회는 일제히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공격’으로 규정하고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치명적 인명 손실과 고통을 초래할 계획적인 전쟁을 선택했다”며 “이 공격에 따른 죽음과 파괴의 책임은 오로지 러시아에 있다”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례 없는 고립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EU 내 러시아 자산 동결, 러시아 은행의 EU 금융시장 접근 차단 등 가장 강력한 제재를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대국민담화에서 “이러한 전쟁 행위에 나약하지 않고, 냉철하며, 결단력 있고, 단합되게 대응하겠다”며 러시아에 군사, 경제, 에너지 분야 등에 있어 강력한 제재가 내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정치권도 이번 사태에 즉각 대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훈 국가안보실장 보고를 받고 “국제사회의 계속된 경고와 외교를 통한 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감스럽게도 우크라이나에서 우려하던 무력 침공이 발생했다”며 “무고한 인명피해를 야기하는 무력 사용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무력침공을 억제하고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경제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지지를 보내며 이에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침공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2월 24일 이재명 대선 후보 주재로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 긴급 안보·경제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 자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 우크라이나의 영토적 통일성과 주권이 존중돼야 한다”며 “관련국이 긴급히 대화에 나서 평화적 해결의 노력을 끝까지 다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재명 후보는 “기업 피해, 국내 경제에 미칠 불확실성도 최소화해야 한다”며 “곡물 가격 상승 등 식량 안보에 미칠 영향도 철저히 대비해 달라. 전쟁·경제 제재에 영향 받을 수출입 기업의 애로 현황을 파악하고 긴급자금지원 같은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한 이럴 때일수록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경쟁자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겨냥해 “사드 배치, 선제타격같이 안보를 정쟁화하는 이런 일들은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일”이라며 “글로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유능한 정부가 절실하다. 전쟁이 멀리 있는 게 아님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전쟁은 이기더라도 공멸”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러시아의 군사 행동은 국제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동맹국인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자유주의 국가들과 이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협력하자”고 당부했다.
윤석열 후보는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과 종전선언 정책도 비판하고 나섰다. 윤 후보는 “국제 외교 안보 현실은 냉혹하다”며 “대한민국도 냉정한 선택을 해야 한다. 말로만 외치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결코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 평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더 나아가 “정부는 종전선언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한미동맹과 국제사회와 공고한 협력을 바탕으로 북의 도발을 막고, 한반도를 안정화시킬 실질적인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리비아식 비핵화와 우크라이나식 비핵화가 모두 실패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핵을 더 포기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대선에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이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실제 전쟁이 일어날까’ 생각하고 살던 국민들이 이번 사태를 통해 놀랐을 것”이라며 “후보의 안보관과 안보 정책이 대선에서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국민들은 전쟁은 곧 경제파탄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가 극단적으로 대립하며 한반도 평화에 위기가 왔을 때 중재에 나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가져온 것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다. 어느 후보가 전쟁을 막고 대한민국 경제부흥을 이끌지 유권자들이 잘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으로 인해 ‘무능한 대통령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부족한 역사인식과 전문성으로 잘못된 정치적 선택을 내렸고, 러시아가 전면적인 공습까지 취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코미디언 출신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취임 전부터 ‘정치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젤린스키 대통령은 ‘모든 걸 다 알아야 대통령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주변에 누굴 두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실제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자신이 함께 일했던 엔터테인먼트사업 관계자들을 정부에 중용했다. 정치경험이 적고 아직 정책 전반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후보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교민들 대선 투표는? "귀국투표 신청 안했다면 불가능"
제20대 대선 재외국민 투표가 지난 2월 23일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는 재외선거가 진행되지 않는다. 러시아의 침공 위협으로 현지 정세가 악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정부가 재외국민 철수를 진행했기 때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현지 공관에 신고해 재외선거인명부에 등록된 유권자는 177명이었다.
재외투표를 신청했지만 귀국해서도 투표는 가능하다. 증명서류를 첨부해서 주소지 관할 구·시·군 선관위에 신고해야 3월 9일 대선 당일 투표가 가능하다. 하지만 신고도 재외국민 투표기간 개시일 전에 해야 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금은 귀국투표 신청이 불가능하다. 이에 우크라이나에서 귀국한 유권자들은 미리 신청하지 않았다면 투표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