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측, 원전·방산·태양광 등 현 정부는 물론 현 대기업 CEO 타깃 자료 확보…청와대, 공무원 집중감찰 내부단속
윤석열 후보 선대위에서 네거티브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A 씨는 최근 알고 지내던 법조계 인사로부터 검찰 내부 자료를 건네받았다. 월성 원전 수사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검찰은 2020년 11월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이 조작됐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수사가 관심을 모았던 것은 윤 후보를 둘러싼 상황 때문이었다. 당시 윤 후보는 조국 전 장관 후임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문재인 정부 역점 과제 중 하나였던 원전 폐쇄 관련 수사에 나서자 정가에선 윤 후보의 반격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추미애 전 장관에 의해 직무정지를 당한 후 법적 다툼 끝에 복귀한 윤 후보의 첫 번째 업무지시도 원전 수사였다.
A 씨는 기자에게 “원전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비판이 많았다. 친 정권 성향 검찰 인사들과 청와대가 수사를 뭉개려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윤석열 캠프에 들어온 이후 수많은 제보가 있었는데 원전 자료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보자는 (검찰 현직이라) 신분을 밝히긴 어렵다고 했지만 진상 규명 절차가 시작되면 이름을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자료를 바탕으로 검찰 수사가 부실하진 않았는지, 외압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 윤 후보 측으론 현 정부에서 벌어진 여러 비위 의혹 제보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윤 후보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검찰을 비롯해 정부부처 및 기관들에 대한 내용이다. 윤 후보가 지지율 추이에서 상승곡선을 그리자 그 수는 더욱 늘어났다고 한다. 앞서 언급했던 원전 수사 파일도 그중 하나다. 대선 기간 흔히 볼 수 있는 공직사회 줄대기 모습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반복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A 씨는 이렇게 주장했다.
“제보의 상당수가 이재명 후보에 대한 것이긴 하다. 나머진 주로 문재인 정부 내부에서 들어오고 있다. 제보라는 게 받는다고 바로 폭로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나름대로 검증을 거쳐야 한다. 원전뿐 아니라 정부부처 인허가 문제, 기관 임원들의 불법행위 등 다양한 제보가 오고 있다. 이는 현 정부에서도 적폐가 쌓여있고 이를 윤석열 후보가 해결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의미라고 판단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유독 검찰발로 추정되는 제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윤 후보 측은 현 정부에서 논란이 됐던 몇몇 사건의 비공개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엔 환경부 블랙리스트, 울산 선거개입 의혹 등 정치적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사건들이 포함돼 있다. 내부자가 아니고선 접근하기 힘든 자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 인사가 윤 후보 측으로 건넸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는 윤 후보가 검찰 출신이라는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 정부에 대한 검찰 조직의 반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고, 이 과정에서 검찰과 마찰을 빚었다. 특정 라인이 승승장구했고, 과거 보수 정권에서 잘나갔던 검사들은 좌천당하거나 옷을 벗어야 했다. 이런 불만들이 누적되면서 ‘친검찰’로 꼽히는 윤 후보에게 현 정부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 각종 자료들이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조직은 과거에도 유독 정권에 따라 부침이 심한 모습을 보여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유력 차기 주자였던 이명박 후보의 BBK 논란에 대해 ‘면죄부성’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게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실력보다는 어떤 줄을 서느냐에 따라 인사가 좌우됐기 때문”이라면서 “검찰개혁을 외쳐온 이번 정부에서 그런 고리를 끊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정권에 잘 보이면 요직에 간다는 시그널은 오히려 더 강해졌다. 윤 후보에 줄을 대고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이번 정부의 자업자득”이라고 했다.
검찰 행태까진 아니더라도 정부부처나 기관들도 크게 다르진 않아 보인다. 학연과 지연 등을 동원해 윤석열 캠프와 연을 이으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이 역시 과거 대통령 임기 말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장면이다.
박근혜 정부 고위직을 지내다 2018년 퇴직한 고위 공무원은 “이명박 후보가 대선에 나왔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다. 당시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한직을 맴돌았던 이들이 대거 이 후보에게 줄을 댔었다”면서 “문재인 정부에선 박근혜 정부 때 고위직이었다면 적폐라는 분위기가 강했고, 실제 이들은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 지금 관가에서 볼 수 있는 일련의 현상도 그런 부분들이 누적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후보 측은 검찰에 이어 방위산업과 태양광 분야의 제보가 많다고 귀띔했다. A 씨는 “여권 인사들이 방산이나 태양광 사업에 있어서 특혜나 편의에 연루됐다는 의혹들”이라면서 “제보 중 어느 정도 검증이 진행된 것은 윤 후보에게 정기적인 보고를 한다. 윤 후보는 태양광 자료를 특히 관심 있게 봤다. 문제가 많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윤 후보가 (2월 9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적폐수사 발언을 한 것도 현재 우리가 받고 있는 제보들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 측엔 정부뿐 아니라 사기업 제보도 들어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A 씨는 “기업들이 유력 대선 후보와 줄을 대려는 것은 언제나 있어 왔다. 대선 후를 대비한 보험용”이라면서 “이번에 조금 다른 점은 기업 부조리나 총수들의 비리 제보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윤 후보가 기업 수사를 주로 했던 특수통 검사 출신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내부 비리만큼은 윤 후보가 처리해주길 바라는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A 씨 등에 따르면 윤 후보는 여러 대기업들의 제보 중 한 곳에 대해 “추가 확인”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기업 전직 임원이 건넨 것으로 알려진 ‘X파일’은 윤 후보에게 ‘OO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올라갔다. 이는 이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를 포함한 고위 임원들과 관련된 내부 자료로 알려져 있다. A 씨를 통해 살펴본 보고서엔 크게 5가지 항목으로 정리된 제보가 적혀 있었다. 윤 후보 측에 파일을 건넨 전직 임원은 A 씨에게 “기업의 앞날을 위해선 현 CEO가 교체돼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정부는 ‘새어나가고 있는’ 정보를 ‘막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1월 14일 공직기강협의체 회의를 열어 공무원들에 대한 집중감찰을 실시하기로 했다. 임기 말 기강해이를 막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내부 단속의 뜻도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검찰과 경찰 등 주요 사정기관 직원들의 근무 태만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