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관심없어, 연기에만 집중”…어머니가 대표인 법인으로 부동산 투기 의혹 불거져
이번 부동산 대박으로 이름을 올린 배우 류준열(36)은 법인 '딥브리딩' 명의로 2020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토지 및 단층 건물을 58억 원에 매입했다. 딥브리딩은 류준열의 어머니 김 아무개 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공연기획사로 2018년에 설립됐다.
부동산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채권최고액은 62억 원이며, 통상 대출의 120% 수준에서 채권최고액이 설정되는 것을 감안해 실제 대출 받은 금액은 약 52억원으로 추정됐다. 사실상 매매가의 90%를 대출로 마련한 셈이다. 해당 토지와 건물은 2012년 경에는 약 32억 원 상당에 거래돼 10년 사이 1.5배 이상 매매가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딥브리딩은 해당 토지와 건물 매입을 위해 총 2차례에 걸쳐 최대 한도의 대출을 받았다. 매입 직후 기존에 있던 단층 건물을 허문 뒤 지하 2층~지상 7층 규모(1013.35㎡·306.54평)의 신축 건물을 올렸다. 이 신축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17억 원을 추가 대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 24억 원 상당 공사비의 약 70% 규모다.
류준열은 지난 2021년 9월 건물이 완공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부동산 시장에 내놨고 해당 건물은 올해 1월 150억 원에 매각됐다. 전체 공사비와 매각액으로 따졌을 때 세전 약 60억 원, 세후 약 40억 원 상당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전체 공사비의 대부분을 대출로 마련했으니 소액의 자기 자본으로 곱절의 이득을 본 것이다.
소식이 알려진 뒤 류준열의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측은 "배우의 개인적인 자산관리 부분"이라는 점에서 즉답을 피했다. 다만 류준열이 설립해 이번 부동산 투기 논란의 중심에 선 해당 법인은 개인 수입 관리 목적으로 설립된 것이며, 건물 매각은 해당 건물에 의류 사업을 계획하던 중 코로나19로 사업을 보류하는 과정에서 매각을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소속사 외 개별 법인을 설립한 뒤 부동산 투기에 활용하는 연예인들은 부지기수다. 적게는 70%, 많게는 90%에 이르기까지 법인 대출을 받은 뒤 자기 자본 소액을 더해 거액의 부동산을 매입하고, 수년 뒤 프리미엄을 붙여 팔아 수십 억 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보려는 식이다. 배우 한효주, 이병헌, 김태희, 세븐틴 도겸 등의 부동산 투자 사례에서 그런 의혹이 불거졌었다. 이 같은 편법은 양도 소득세를 10~15% 수준으로 줄이고 그외 각종 감세 효과를 통해 더 큰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연예인들 사이에서 '현명한 투자' 방법으로 꼽혀오기도 했다.
이처럼 법인을 통해 매입가와 건물 신축 공사비 등의 대부분을 대출 받은 뒤, 배 이상의 가격으로 팔아치우며 적게는 수억, 많게는 수십억 원의 이득을 보는 연예인들에게 비연예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일반 사람들의 대출 한도는 조일대로 조여진 상황에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상상할 수 없는 비율의 대출을 받고, 이후 건물 가격을 대폭 올려 부동산 시장에 내놓는 탓에 상승한 임대료를 고스란히 '비연예인'들이 떠안게 된다는 데에 분노가 쏟아지는 것이다.
류준열의 경우는 특히 앞서 보여줬던 '바른생활 사나이'적인 행보가 이번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 당초 그는 2019년 영화 '돈'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재테크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부자가 되면 좋지만 데뷔 전부터 그 자체로 목표가 되는 것을 경계했다. 장담하지는 못해도 건물주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재테크로 큰 수익을 얻는 사람들이 있지만 자신은 연기하고 관객을 만나는 부분에 더 집중하고 싶을 뿐, 재능도 관심도 없었다는 게 당시 그의 발언이었다. 그럼에도 결국 '빚테크'를 통한 부동산 투기 의혹 연예인에 이름을 올리게 되면서 그를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류준열 본인이 아닌 어머니가 대표이사로 있는 법인이 이번 부동산 투기 논란의 중심에 선 만큼 그에게 온전히 분노를 쏟기엔 무리가 있다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설립한 지 고작 2년 남짓된 소형 회사의 비전을 보고 그만한 거액을 냉큼 대출해 줄 수 있는 간 큰 금융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은행 역시 류준열의 법인이라는 점을 감안해 대출을 결정한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거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류준열을 향한 대중들의 냉소어린 시선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