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우·비영어권 드라마의 SAG 주연상 수상은 ‘오징어게임’이 최초…‘기생충’ ‘미나리’ 이은 쾌거
2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 바커 행어 이벤트홀에서 열린 제28회 미국배우조합상 시상식에서 '오징어게임'의 이정재와 정호연이 각각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호명됐을 때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던 이정재는 수상소감에서 "세상에, 너무 감사하다"라며 "오늘 큰일이 제게 벌어져서… (수상소감을) 진짜 많이 써왔는데 읽지를 못하겠다. 너무 감사하다"며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어 "'오징어게임'을 사랑해 주신 세계의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라며 "'오징어게임' 팀에도 너무 감사하다"고 시청자와 제작진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탈북민 새벽 역을 맡았던 정호연은 이번 '오징어게임'이 모델 출신인 그의 배우 데뷔작이었다. 연기 생활 시작부터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된 정호연은 이날 시상 무대에 눈물을 흘리며 등장했다. 그는 "우선 너무 감사드린다. 많은 배우 분들을 관객으로 TV에서, 스크린에서 봤는데 그분들을 보며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 이 자리에 와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오징어게임' 크루, 정말 너무 감사드린다"라며 손을 번쩍 들고 환호했다.
한국 배우가 TV 드라마 연기로 SAG 남녀주연상을 받고, 비영어권 드라마 배우가 미국 배우조합이 주는 연기상을 받은 것은 모두 이번이 최초 사례다. 이정재는 이 부문에서 HBO/HBO맥스의 '석세션' 브라이언 콕스와 제레미 스트롱, 키에란 컬킨, 애플TV+ '더 모닝 쇼'의 빌리 크루덥과 경쟁했다. 정호연은 '더 모닝쇼' 제니퍼 애니스톤과 리즈 위더스푼, '핸드메이드 테일'의 엘리자베스 모스, '석세션'의 사라 스누크와 수상을 겨뤘다.
1995년 시작된 SAG는 미국 배우 조합 소속 회원들이 동료 배우의 연기력을 인정해 시상하는 상으로 골든글로브, 바프타와 더불어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향하는 관문으로 꼽힌다. 앞서 '오징어게임'은 이 시상식에서 스턴트 앙상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SAG의 대상격에 해당하는 앙상블상(TV 드라마 부문)에도 후보로 올랐으나 이 상은 '석세션'에게 돌아가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 작품으로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앙상블 상(영화 부문)을 수상했으며,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SAG의 영화 부문과 TV 드라마 부문을 한국 작품과 배우가 휩쓴 셈이다.
한편, 황동혁 감독이 연출한 '오징어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을 놓고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는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지난 2021년 9월 17일 공개된 후 4주 만에 16억 5000만 시간 이상의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사상 가장 성공한 시리즈로 꼽힌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