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연상연하 커플로 한영이 트롯 선배…박군 SBS ‘당신의 일상을 밝히는가’ 통해 한영 만나
한영(본명 한지영)은 2002년 슈퍼 엘리트 모델대회 3위에 오르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2005년 LPG 1집 앨범 ‘Long Pretty Girls’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했다. LPG는 데뷔 앨범 제목처럼 Long Pretty Girls를 의미하는데 팀명처럼 네 명의 멤버가 175~179cm의 장신으로 늘씬한 8등신 몸매를 갖췄다. 리더 한영 외에도 멤버 윤아와 연오는 미스코리아 출신, 수아는 세계 베스트 모델 대회 출신이다.
LPG의 데뷔에는 장윤정의 ‘어머나’ 열풍의 영향이 컸다. 점차 가요 프로그램에서 자취를 감추고 잊혀가는 장르 내지는 중장년층만 좋아하는 장르로 굳어져 가던 트롯이 장윤정을 통해 다시 한 번 큰 사랑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 현철 등 소위 4대천왕이 트롯을 대표하던 시절에 20대의 젊은 트롯 가수 장윤정이 등장하면서 소위 ‘1세대 신세대 트롯 열풍’이 시작됐다. 바로 이런 시점에서 댄스와 트롯을 접목한 LPG가 데뷔해 큰 사랑을 받았다. 게다가 ‘어머나’를 작곡해 당시 신세대 트롯 열풍을 주도하던 작곡가 윤명선이 LPG 데뷔 음반 프로듀서로 참여하기도 했다.
한영은 LPG로 활동하며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큰 사랑을 받았다. MC로서의 재능도 뛰어났던 한영은 배구 프로그램 KBSN 스페셜V의 메인 MC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후 배우 활동까지 겸업했다. 이처럼 오랜 기간 배우와 예능인으로 활동해왔지만 그 시작점은 그룹 LPG를 통한 신세대 트롯 열풍이었다.
2000년대 중반 신세대 트롯 열풍이 뜨거웠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다. 다시 침체기에 접어든 트롯이 또 한 번 전국민의 뜨거운 사랑을 받게 된 계기는 2019년 초에 방송된 TV조선 ‘미스트롯’이다. 그 열기는 2020년 초 방영된 ‘미스터트롯’을 통해 더욱 뜨거워졌다. 이후 여러 방송국에서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을 연이어 방송하며 다양한 트롯 가수들이 큰 사랑을 받으며 ‘2세대 신세대 트롯 열풍’이 시작됐고 그 주역 가운데 한 명이 박군(본명 박준우)이다.
특전사 출신인 박군은 2019년 싱글앨범 ‘한잔해’를 들고 트롯 가수로 데뷔했다. 대중이 박군의 존재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2020년 하반기 SBS ‘트롯신이 떴다’ 시즌2인 ‘라스트 찬스’였다. 이 방송을 통해 박군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지만 결승전에 진출하는 TOP6에는 들지 못했다. 준결승전에서 아쉽게 탈락했는데 방송을 통해 큰 사랑을 받은 박군의 탈락을 두고 당시 언론에선 ‘충격’이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됐다.
박군에게는 그 다음 기회가 또 있었다. 특전사 출신인 박군은 2021년 상반기에 방송된 채널A ‘강철부대’에 출연해 트롯 가수 박군과는 전혀 다른 강인한 모습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트롯신이 떴다-라스트 찬스’와 ‘강철부대’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 박군은 SBS ‘미운 우리 새끼’에 고정 출연하며 확실한 스타덤에 올랐다. 2세대 신세대 트롯 열풍을 미스터트롯 TOP6 등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 주도하고 있지만 박군은 ‘특전사 출신 귀여운 신세대 트롯 스타’라는 캐릭터를 개척해 자기만의 영역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예능계 블루칩으로 떠오른 박군은 2021년 7월부터 SBS FiL ‘당신의 일상을 밝히는가’에 출연했는데 바로 거기서 한영을 만나게 된다. 한영이 45세고 박군은 37세인 8살 연상연하 커플인데 트롯 직속 선후배이기도 하다. 데뷔는 한영이 2005년, 박군은 2019년으로 한영이 무려 14년 선배다. 게다가 ‘1세대 신세대 트롯 열풍 주역’과 ‘2세대 신세대 트롯 열풍 주역’의 결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세대를 뛰어 넘은 사랑’이기도 하다.
둘 다 예능인이기도 한 터라 결혼 발표 역시 직업 정신(?)에 충실하려 했다. 두 사람의 열애설은 2월 28일 뉴스1 단독 보도로 알려지자 양측은 바로 열애를 인정했다. 그리고 3월 6일 두 사람은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 예고편에 등장했다. 여기서 한영을 여자친구라고 소개한 박군은 다음 방송에서 충격고백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바로 충격고백이 결혼 발표일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결국 하루 뒤인 7일 더팩트가 두 사람이 4월 말에 결혼한다는 단독 기사를 내놨다. 그러자 박군과 한영은 바로 몇 시간 뒤 각자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결혼을 발표하는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한영은 “며칠 전 생각지도 못한 열애 기사가 나가게 되었고 기사가 나간 날 바로 말씀드리고 글을 올리고 싶었으나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알려드릴 계획이 있었던지라 바로 말씀드리지 못하고 시간이 조금 걸린 점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히며 “동료로 만나 힘들고 아픈 시간은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며 연인이 되었고, 이제 가족이 되어 서로를 아껴주고 지켜주고자 합니다”라고 결혼을 공식 발표했다.
박군 역시 “이 소식을 진솔하고 예쁘게, 제가 많은 사랑을 받았던 ‘미우새’를 통해 알려드리고 싶었고, 당연히 방송 전에 팬 가족님들께 알려드리려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라며 “짧은 연예인 생활 할 동안 정말 많은 사랑과 기회가 주어져 앞만 보고 달렸지만, 뒤에 찾아오는 공허함과 여러가지 안 좋았던 일들 때문에 꿈이 흔들렸습니다. 그때마다 옆에서 잡아주고 위로해 주던 한영 씨와 예쁜 사랑을 키워나가게 되었습니다”라고 밝혔다.
한영과 박군의 자필편지에는 모두 모두 자신의 팬들에 대한 예의를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진심이 담겨 있었고, 박군이 대중의 큰 사랑을 받게 해준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 대한 감사와 보은의 마음도 담겨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