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강국에서 바둑선진국으로”…한국기원 인사들과도 두터운 교분, 양 단체 얽힌 실타래 풀 적임자 평가
대한바둑협회는 지난 8일 전임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인한 보궐선거에서 새 회장에 서효석 편강한의원 대표원장이 당선됐다고 밝혔다. 대한바둑협회 회장 선거는 지난 3월 4일과 5일 이틀간 회장 선출을 위한 후보자 등록을 공고했으며, 서효석 편강한의원 대표원장이 단독 입후보 했었다.
#짱짱한 ‘기원 1급’ 바둑협회장
서효석 원장이 대한바둑협회 회장이 됐다고 했을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서 원장은 10여 년 전부터 편강배 인터넷 세계바둑대회, 한중 바둑국수 초청전, 한국바둑리그 후원, 편강배 시니어바둑리그 메인 스폰서 및 구전녹용 팀 창단 등 그동안 아마추어 바둑보다는 프로단체인 한국기원 이사로서 프로기전 후원에 힘을 기울여 왔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제가 프로 기전만을 후원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아요. 바둑계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이 20년 전 살고 있는 군포시 바둑협회장을 맡으면서부터였습니다. 처음 후원한 기전도 바둑TV의 아마 최강전이었지요. 인연을 먼저 맺었으니 돌아온 셈입니다.”
바둑은 평생 놓을 수 없는 취미라고 한다. 서효석 회장은 요즘도 하루 업무를 마치면 특별한 일이 없는 경우 근처 기원으로 향한다. 횟수는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
“아버지께서 책방을 운영하셨어요. 하루는 책값을 갚지 못한 분이 대신 좋은 바둑판이라며 책값 대신 들고 왔어요. 바둑판 놓을 곳을 찾다가 제 방에 놓게 됐고, 바둑 두는 아버지 어깨너머로 배우게 됐습니다.”
서효석 회장은 공인 아마6단이다. ‘공인 단’이라고 하면 바둑 두는 명사에게 인사나 감사의 의미로 주는 것이 바둑계 관례지만 서 회장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그는 바둑 귀신들이 득시글거리는 한국기원에서도 짱짱한 ‘기원 1급’으로 평가받는다.
“서봉수 9단과 넉점으로 5만 원 내기바둑을 둬서 딴 적이 있어요. 그때 서 9단이 얼마나 신경질을 내던지(웃음). 도전기 두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상대가 대기업 회장이라도 절대 봐주는 법이 없는 서 9단에게 이겼다면 실력은 보증수표일 것이다.
#편도선 환자가 치료약을
서효석 회장을 이야기할 때 천식 치료와 비염, 아토피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의약품 ‘편강탕’을 빼놓을 수 없다. 연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대한민국의 한약 중 최고의 히트 상품이라는 그 약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광고를 본 적이 있을 익숙한 이름이고, 독특한 콘셉트로 시선을 잡아끄는 편강한의원의 광고는 이미 광고업계에 정평이 나 있다.
“졸업 후 한의사가 됐는데 제가 어릴 때부터 편도선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비인후과를 자주 찾았는데 진료카드 직업란에 한의사라 쓰자니 이거 영 창피한 거예요. 명색이 한의사인데 동네 병원에서 입에 체온계를 물고 의사 선생님 처방을 듣고 있자니 세상에 그런 우스운 꼴이 없는 거라…. 그때 결심했죠. ‘편도선염처럼 작은 병도 못 고치면서 어찌 큰 병을 고치려는 한의사를 꿈꿀 수 있을까’라고요.”
그는 자신의 편강탕을 이렇게 설명한다.
“편강탕은 한학에서 태어났지만 한학이 아닙니다. 좀 독특하죠. 만병의 근원은 ‘숨길’, 즉 폐가 건강하지 못한 데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환자가 감기가 걸려서 왔든, 암에 걸렸든, 관절염이든 폐만 청소해줍니다. 폐를 청소하면서 기다리는 것이죠. 의학계에서 비염을 고친다고 하면 사기꾼이라고 합니다. 비염은 고치는 게 아니고 관리하는 것이라고 하죠. 하지만 저희는 85%의 완치율을 보이고 있어요. 10년 된 비염은 3개월, 20년 된 비염은 4개월이면 치료될 수 있습니다.”
편강환은 현재 뉴욕의 타임스퀘어 빌딩 편강사무실에서 중국 여성 20명이 미국 내 중국인들을 상대로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그 자존심 강한 중국인들에게도 한국에서 만든 편강환의 명성은 하루가 다르게 알려지고 있다고. 덕분에 내년엔 미국에서만 1000만 달러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효석 회장은 최근 사람들이 100세부터 제2의 인생을 살 게 될 것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아니 꿈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현 방법을 계획 중이다.
“태백의 정선 카지노는 진폐증 환자의 치료를 위해 매년 250억~300억 원의 치료비를 시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저희 편강한의원도 태백시와 손을 잡고 태백 고원에 ‘100세 촌’ 건립을 추진 중이에요.”
‘100세 촌’이란 전국의 100세 이상 남자 노인 33명과 여자 노인 33명을 모집하여 3무(無) 노인촌을 만드는 것. 여기서 3무란 암·중풍·치매를 뜻하며, 더 나아가선 골절도 존재하지 않는 4무(無)를 꿈꾼다고 한다. 서 회장이 치매에 특효라는 바둑협회 회장직을 맡은 것도 우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바둑으로 돌아오자. 바둑계 사람들은 서효석 원장의 대한바둑협회 회장 입성을 반기는 분위기다. 왜냐하면 그가 한국바둑의 양대 축이라는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의 관계를 잘 이해하고 있고, 양 단체의 주요 인사들과 교분이 두텁기 때문이다. 사실 대한바둑협회와 한국기원은 꽤 오랜 시간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관계였는데 얽힌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는 적임자가 서효석 회장이라는 것이다.
서효석 회장은 이번 회장선거 공보물을 통해 ‘한국바둑의 선진화와 바둑인 화합으로 국민스포츠의 대도약’을 강조했다. 학교체육, 생활체육, 엘리트체육, 프로 스포츠를 포괄하는 최정예 국민 스포츠로서 바둑강국에서 바둑선진국으로 도약하자는 의미다.
한의학계에선 ‘아이디어 맨’으로 통하는 서효석 신임 회장이 바둑계에는 어떤 신통한 약을 처방해줄지 궁금하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