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지휘권 폐지·검찰 예산 독립 공약…그동안 좌천됐던 특수·공안통, ‘측근’ 검사들 핵심보직 가능성 커
다만 곧바로 개혁안을 들이밀 가능성은 낮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2021년부터 시작된 상황에서 아직 문제점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때문에 검찰 등의 인사권 및 청와대 민정라인을 통한 사건 가이드라인을 통해 검찰 등을 손볼 가능성이 점쳐진다.
#공수처 권한 축소나 폐지 가능성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검찰의 힘을 빼는 방식의 검찰개혁은 이제 동력을 잃게 됐다. 여당은 검찰청의 수사권을 아예 없애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는 방식으로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공약을 내걸었지만 이를 ‘잘못됐다’라고 진단하고, 반대되는 공약을 내걸었던 게 윤석열 당선인이었다.
윤 당선인의 공약은 검찰의 정상화로 요약된다. 권력에 눈치를 보면서 자유롭지 못했던 지점을 손보는 방식으로, 검찰을 ‘권력 견제 수사기관’으로 만들어내겠다는 취지다. 시작은 검찰 수사에 개입할 여지를 차단하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검찰청법 제8조가 정한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지휘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고려해 검찰총장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특정 사건에 대해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인데, 윤석열 당선인은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전 장관 등과 이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1949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단 한 차례 발동됐던 지휘권은 문재인 정부 들어 세 차례나 발동됐다. 윤 당선인은 검찰을 정치로부터 자유롭게 만들기 위해, 법무부 장관의 수사 개입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당선인은 검찰에 ‘예산 편성권’도 독립적으로 부여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법무부가 갖고 있는 검찰청 예산편성권을 검찰총장에게 넘겨, 검찰이 직접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로부터 검찰을 독립시켜야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진정한 독립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근거도 있다. 국세청이나 경찰청 등 다른 외청들은 독자적인 인사·조직·예산권을 갖고 있지만, 검찰청만 법무부가 관할하고 있다.
공수처에 대한 개혁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수처 수사를 받아야 했던 윤석열 당선인은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공수처의 우선적 수사권을 규정한 공수처법 조항을 “독소조항에 해당한다”며 비판한 바 있다. 여러 차례 인터뷰 등을 통해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들과 경쟁해야 한다. 중립성을 잃으면 폐지할 필요도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때문에 공수처도 사건 처리 방향이나 흐름에 따라 권한 축소나 폐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서초동 사람들’ 하마평 난무
과거 강력했던 검찰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검찰 내부에서 나오는 대목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검찰총장 시절부터 추미애 전 장관 등 여권의 ‘수사·기소 분리 후 중수청 설치’ 등에 대해 강하게 반대한 바 있다. 검경 수사권의 일부 조정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필요하다고 내걸었기 때문에 경찰의 1차 수사 처리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나 보완 수사 지시 등 권한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개혁안들이 쉽게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 170석이 넘는 거대 야당이 되어버린 더불어민주당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담은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공수처법 등의 개정안을 통과시켜줄 가능성은 낮다. 때문에 대통령령이나 법무부령, 공수처 고시나 훈령 등의 개정을 통해 일부 수사 권한 확대 정도만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이고 그 외에 굵직한 내용들은 2년 뒤 총선 결과에 따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레 ‘검찰 인사 개혁’으로 과거의 검찰 모델로 돌아가는 게 빠르게 추진될 것이라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조국-추미애-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거치면서 형사부 강화를 명목으로 검찰 내에서 수사로 두각을 나타냈던 특수·공안통 검사들을 대거 좌천시킨 것에 대한 ‘손보기’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벌써부터 ‘서초동 사람들’이 누구인지 추려지고 있다. 26년 동안 검사로 지낸 만큼 법조계 인맥이 두터운 탓에 ‘법무부 장관–검찰총장’ 후보군은 하마평이 난무하다.
서울대 법대 동기인 석동현 법무법인 동진 변호사, 서석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등이 학연으로 가깝다고 거론되고,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완규 변호사 등도 ‘한 자리’를 할 수 있다는 하마평이 나온다. 검찰 내에서는 동기 중에 강남일 전 대검 차장검사 등도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 밖에도 특수통 검사 후배인 조상준 전 대검 형사부장(현 법무법인 율우 변호사) 정도가 ‘검찰 밖’에서는 유력한 인사 대상자로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을 필두로, 이두봉 검사장(인천지검장), 박찬호 검사장(광주지검장), 이원석 검사장(제주지검장) 등이 측근으로 거론되는데 이 가운데 일부는 당장 서울중앙지검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윤 당선인과 가까운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윤 당선인이 ‘가깝다’라고 언론에 거론되는 이들과 실제로 엄청난 친분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같이 일을 했을 때 성과를 낸 적이 있던 것과 검찰 수사 자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요직에 앉히는 것은 별개”라며 “윤 당선인이 자신만의 검찰개혁 철학을 어떻게 보여주려 하는지는 첫 번째 인사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관련 사건들 역시 검찰을 직접 활용할지 여부는 전망이 엇갈린다.
윤석열 캠프에 몸담은 한 법조인은 “검찰이 수사를 하기보다는 특검 등의 방식으로 이재명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특혜 책임론과 김혜경 씨 법인카드 의혹 등을 수사할 것이고,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의혹이나 윤 당선인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봐주기 의혹 등을 함께 털어내지 않겠느냐”며 “그 과정에서 검찰 인사권을 작동시켜 문재인 정부에 가까웠던 검사들을 내보내고 믿을 수 있는 검찰 라인을 구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국회를 거쳐야 가능한 게 특검이기 때문에,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장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산적한 의혹들에 대한 특검을 놓고 여야 간 계산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 특검이 아니라, 검찰이 직접 이재명 민주당 후보 관련 의혹들을 수사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