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 전환 유럽·호주 3월 초 다시 확산세로…치명률 낮아 각국 정부 위협요소로 판단 안해
옥스퍼드대학교 등이 운영하는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3월 8일 기준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브루나이(9465.74명)이고 아이슬란드(6684.37명), 홍콩(5425.9명)이 그 뒤를 잇는다. 그리고 4위가 대한민국으로 4787.69명이다. 그 뒤로 리히텐슈타인(4369.29명), 뉴질랜드(4008.24명), 라트비아(3979.44명), 네덜란드(3658.37명), 오스트리아(3480.52명), 싱가포르(3193.62명, 3월 7일 기준) 등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참고로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각국의 유행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다.
문제는 대한민국만 여전히 상승 중이라는 점이다.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브루나이도 3월 들어서는 상승세가 거의 멈춰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이고 있으며, 2월 중하순 오미크론 대유행이 시작돼 최근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홍콩도 3월 4일을 기점으로 그래프가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2월 11일 즈음 오미크론 대유행의 정점을 지나 하향세를 이어가던 네덜란드가 3월 2일(1956.24명) 이후 다시 확진자가 급증하는 추세로 돌아선 것이 이례적인데 그나마도 3월 6일을 즈음해 상승세가 멈춘 분위기다.
이처럼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오미크론 대유행이 정점을 지났으며 미국, 프랑스 등 오미크론 대유행이 일찍 시작된 서구권 국가들은 이미 오미크론 대유행 이전의 유행 규모로 돌아갔다. 델타 변이 등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비해 오미크론 변이는 치명률과 위중증률이 매우 낮아 유행 규모만 통제되면 독감 수준의 엔데믹으로 대응이 가능해진다.
오미크론의 유일한 위험 요소는 어마어마한 전파력이고 이로 인해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국가에선 모두 대유행이 일어났다. 확진자 규모가 오미크론 대유행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것은 유일한 위험 요소인 전파력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통제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사실상 엔데믹에 돌입한 국가들이 늘고 있으며, 여전히 오미크론 대유행이 진행 중인 국가들도 대부분 정점을 지나 유행 규모 감소기에 접어들었다. 전세계적 추세가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넘어가는 상황인 셈인데 여전히 대한민국과 베트남 등 일부 국가만 정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대 초반이던 2월 초 오미크론 대유행이 시작된 베트남은 3월 8일 1774.27명까지 치솟았고 여전히 상승 중이다. 다만 4787.69명에 이르는 대한민국에 비하면 유행 규모가 그나마 잘 관리되고 있다.
유행 규모가 세계 5위 안에 들 정도로 확진자 급등세가 거듭되고 있는 대한민국은 여전히 오미크론 대유행 정점에 도달하지 못한 만큼 최악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방역 측면에선 불안 요소인 대통령선거까지 치러졌다. 대통령선거로 전국민의 대면 접촉이 늘어난 터라 한동안 상승세가 더 이어질 수도 있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이 예상한 대한민국의 오미크론 정점은 3월 중순으로, 이 예상이 맞다면 서서히 정점에 도달하고 있는 분위기다. 정점 도달 시점의 일일 신규 확진자 규모가 30만 명대 후반으로 예측됐는데 거기에도 근접하고 있다. 물론 이런 예측이 현실이 되기 위해 대통령선거를 통한 추가 확산 등 추가 변수가 두드러지지 않아야 한다.
문제는 오미크론 대유행 정점을 지나 하락 전환된 국가들 가운데 네덜란드처럼 다시 확진자가 급증하는 국가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은 2월 14일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2434.78명으로 정점을 찍었고 3월 2일 1570.19명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3월 8일 2300.97명으로 늘어났다. 1월 29일 4162.36명으로 정점을 찍은 스위스도 2월 26일 1728.61명까지 급락한 뒤 상승 전환돼 3월 8일에는 2557.97명까지 증가했다.
가장 이례적인 국가는 핀란드로 1월 11일 1520.50명으로 오미크론 정점을 찍고 하락세에 접어들어 1월 30일 674.43명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반등해 2월 11일 1418.20명까지 올라갔다. 다시 하락 전환해 2월 28일 387.24명까지 떨어졌지만 또 급등세가 이어지며 3월 8일에는 1451.78명까지 늘어났다. 핀란드의 경우 등락을 거듭하며 세 번째 오미크론 대유행 정점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영국 역시 1월 5일 2681.66명으로 정점을 찍었고 2월 26일 463.46명까지 하락한 뒤 다시 상승 전환돼 3월 8일에는 679.38명을 기록하고 있다. 호주도 3월 5일 963.44명까지 하락했다가 8일 1125.09명으로 소폭 상승했으며 벨기에와 이탈리아도 3월 초 그래프가 비록 소폭이지만 상승 전환했다.
네덜란드, 독일, 핀란드, 영국, 호주, 벨기에, 이탈리아 등 오미크론 정점을 지나 하락세가 이어지다 확진자 규모가 증가로 전환된 국가들은 대부분 이미 방역 규제를 대거 완화했다. 이에 따른 확진자 증가 전환으로 보이는데 각국 정부는 그리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오미크론의 낮은 치명률과 위중증률로 인해 이 정도의 증가 전환이 큰 위협 요소는 아니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입장에선 이들 국가들의 향후 확산세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곧 오미크론 정점을 지나 확진자 규모 하락세가 시작되면 대한민국 방역당국 역시 규제를 대거 완화할 예정이다. 행여 그 과정에서 확산세 증가 전환 등의 돌발 변수가 생길 수도 있는 만큼 오미크론 대유행을 미리 겪은 해외 사례를 참조해 방역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