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C몰, 300m 거리 ‘더현대 서울’ 오픈으로 반사이익…본격적인 경쟁 시 차별화 어렵다는 지적도
여의도 IFC는 오피스빌딩 3개동과 콘래드호텔, IFC몰로 구성돼 있다. 서울시는 2006년 동북아 금융허브 조성을 위해 AIG그룹과 손잡고 IFC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AIG그룹은 IFC 부지를 최장 99년 사용한 후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IFC몰은 2012년 정식으로 개장했으며 IFC의 부지면적은 3만 3058㎡(약 1만 평), 연면적은 50만 5236㎡(약 15만 2834평)에 달한다. AIG그룹은 2016년 2조 5500억 원을 받고 브룩필드자산운용에 IFC 건물을 매각했다.
브룩필드자산운용은 2021년 말 이스트딜시큐어드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한 후 IFC 매각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스트딜시큐어드는 최근 적격후보(숏리스트)로 이지스자산운용-신세계프라퍼티 컨소시엄과 미래에셋맵스리츠 두 곳을 선정했다. ARA코리아자산운용, 마스턴투자운용, 코람코자산운용 등도 IFC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높은 가격에 부담을 느껴 중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에서는 IFC 매각가를 4조 원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신세계프라퍼티의 IFC 인수전 참여를 눈여겨보고 있다. 미래에셋맵스리츠는 부동산 투자 회사로 부동산 임대·개발 관련 사업을 영위한다. 따라서 미래에셋맵스리츠가 IFC를 인수하더라도 건물주만 바뀔 뿐, 외관상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이야기가 다르다. 신세계프라퍼티도 부동산 전문 회사지만 신세계그룹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신세계프라퍼티와 이지스자산운용은 인수 후 활용 계획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와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 모두 “인수 최종 발표 전까지는 기밀유지조항으로 인해 정보 공유가 어렵다”라고 전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신세계프라퍼티 컨소시엄이 인수에 성공하면 어떤 형태로든 IFC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일각에서는 IFC몰에 스타필드 브랜드를 적용하고, 콘래드호텔에 신세계조선호텔이 들어설 가능성도 언급한다. 신세계그룹은 2017년에도 코엑스몰을 인수한 후 코엑스 스타필드로 재개장시킨 바 있다.
현대백화점은 신세계프라퍼티의 움직임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2월 여의도에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인 ‘더현대 서울’을 오픈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더현대 서울은 2021년 2월 26일부터 2022년 2월 26일까지 8005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당초 목표였던 6300억 원을 30% 초과 달성한 수치다. 해당 기간 동안 더현대 서울을 방문한 고객은 약 3000만 명에 달한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은 “더현대 서울은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MZ세대를 다시 백화점으로 불러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올해 매출 9200억 원을 달성하고, 2023년에는 1조 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더현대 서울과 IFC몰의 거리는 300m 정도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두 쇼핑몰은 지하로 연결돼 있다. 더현대 서울 오픈 당시 IFC몰의 고객을 흡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더현대 서울 오픈으로 IFC몰은 일단 반사이익을 거두고 있다. 오프라인 위치 데이터 전문 기업 로플랫에 따르면 더현대 서울 오픈 직후인 2021년 2월 26일부터 3월 4일까지 IFC몰 방문자 수는 전주 대비 32.20% 증가했다.
로플랫은 당시 “더현대 서울의 등장으로 다수의 고객이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정반대의 결과로 오히려 집객 효과를 극대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IFC몰 관계자는 “정확한 방문자 수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2022년 현재, 더현대 서울 오픈 전보다 많은 고객이 방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수익성을 놓고 보면 장기적으로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신세계그룹이 2009년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바로 옆에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을 오픈하면서 롯데백화점의 매출이 줄어든 사례가 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오픈 초창기에는 유동 인구가 늘어나면서 롯데백화점도 수혜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실적을 살펴보면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의 매출은 2016년 1조 39억 원에서 지난해 1조 5664억 원으로 5년 동안 50%가량 늘어난 반면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의 매출은 2248억 원에서 1525억 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은 규모면에서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을 월등히 앞선다.
경기도 수원시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롯데쇼핑은 2014년 수원역 앞에 롯데백화점 수원점을 개점하면서 인근에 위치한 AK플라자 수원점과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롯데백화점 수원점의 매출은 2016년 2190억 원에서 지난해 3790억 원으로 상승세를 보인 반면 AK플라자 수원점은 5375억 원에서 4556억 원으로 줄었다. 롯데백화점이 AK플라자 고객을 일부 흡수한 셈이다.
이지스자산운용-신세계프라퍼티 컨소시엄이 IFC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IFC몰 자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가 녹록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의 매출이 8000억 원이 넘었다는 것은 고급 브랜드가 많다는 뜻인데 이와 경쟁을 하려면 신세계도 고급 브랜드를 도입해야 한다”면서도 “신세계도 뭔가 파격적으로 해보고 싶겠지만 어지간한 고급 브랜드가 더현대 서울에 입점했는데 굳이 IFC몰에 입점할 필요가 없고, 신세계 파워로 유치하려고 해도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과 상권이 겹친다”고 전했다.
재무 부담도 간과하기 어렵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신세계프라퍼티의 부채비율은 78.93%로 높지는 않다. 그러나 최근 미국 나파밸리 와이너리를 3000억 원에 인수하는 등 지출 부담이 늘어나고 있어 안심할 수만은 없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이지스자산운용 컨소시엄에 투자한 금액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IB 업계에서는 1조 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태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신세계프라퍼티에 대해 “와이너리 인수 이외에도 스타필드 수원·청라·창원 등의 신규 출점이 예정돼 있고, 화성 테마파크, 동서울 상업지구 개발(PFV) 등 다수의 개발사업도 진행 중이다”라며 “일련의 자금지출 계획을 감안할 때 확대되는 차입금 규모는 신용도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복합 쇼핑몰인 스타필드와 백화점인 더현대 서울은 서로 성격이 다른 만큼 상생 구조를 이루는 것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는 내부 정책상 백화점이 아닌 쇼핑몰에는 잘 입점을 하지 않아 스타필드와 더현대 서울은 아예 개념이 다르다”며 “IFC몰을 더현대 서울에 없는 콘텐츠로 꾸미면 장기적으로도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