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객 4000명’ 신성일 엄앵란, ‘스몰웨딩 원조’ 심은하, ‘오픈카 논란’ 연정훈 한가인…‘명예 총지배인’ 배용준도 이곳에서
#경찰이 하객 인원 추산한 ‘세기의 결혼식’
수많은 스타 커플이 혼인의 서약을 맺은 ‘그랜드 워커힐 서울’ 호텔(워커힐 호텔)이지만 여전히 최고 기록은 고 신성일과 엄앵란 부부가 갖고 있다. 1964년에 열린 이들의 결혼식은 말 그대로 ‘세기의 결혼식’이었다. 요즘에는 톱스타 커플의 결혼식이 종종 열리지만 당시만 해도 처음 있는 대형 이벤트라 유명 연예인과 취재진, 일반 시민까지 결혼식이 열리는 워커힐 호텔 인근으로 몰려들었다. 하객이 무려 4000명이나 됐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워커힐 호텔로 하객을 태운 차량 1200여 대가 몰려 주변 일대 교통이 마비됐을 정도다.
더욱 눈길을 끄는 부분은 하객이 4000여 명이나 됐다는 수치도 혼주 측 집계가 아닌 경찰 추산치라는 점이다. 마치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시위 참석 인원을 추산하듯 그날의 결혼식은 경찰이 하객 수를 추산해야 했을 만큼 대형 행사였다.
이날 결혼식의 또 하나 파격은 엄앵란이 고 앙드레 김의 순백 웨딩드레스를 입었다는 점이다. 지금은 당연한 일이지만 당시만 해도 결혼식 신부 의상은 한복이 일반적이었던 터라 엄앵란이 입은 웨딩드레스는 통념을 깬 파격이었다.
#최고의 보안 속에서 치러진 비공개 결혼식
2005년 10월 워커힐 호텔 애스톤 하우스에서 열린 결혼식은 하객이 단 150명으로 제한됐다. 스몰웨딩이 유행하기 한참 이전이고, 당연히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등으로 인한 방역 조치로 인원 제한을 고민해야 할 시기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초청장을 받은 단 150명의 하객만을 초대한 이 결혼식은 철저한 보안으로 화제가 됐다.
바로 당대 최고의 스타 심은하의 결혼식이다. 워커힐 호텔 본관을 지나 애스톤 하우스로 가는 길목에는 결혼식 서너 시간 전부터 경호원이 자리를 잡고 취재진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애스톤 하우스 입구 500m가량 앞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경호원들은 하객이 탄 차량을 일일이 확인해 초청장을 소지한 이들만 출입시켰다. 결혼식장 안에도 테이블마다 일일이 하객의 이름을 미리 적어놓은 지정좌석제가 실시됐다.
물론 당대 톱스타의 결혼식이기도 했지만 남편 지상욱 현 여의도연구원장이 정치권 인사라는 부분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연예 관계자들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 정치권 인사 하객들이 더 많은 결혼식이었던 터라 이런 철통 보안이 이뤄졌다.
일부 취재진이 바리케이드를 뛰어넘으려 시도하다 경호원에게 저지당하기도 했고, 결혼식 전날 미리 애스톤 하우스에 잠입해 대기하던 기자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심지어 결혼식을 앞두고 한 지상파 방송사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서 헬기를 띄워 야외 결혼식장을 취재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실제로 헬기가 뜨진 않았다.
철저한 보안 속에 치러진 결혼식이었지만 결혼식이 끝난 직후인 오후 5시 워커힐 호텔 3층에 마련된 프레스룸에서 결혼식 하이라이트 영상을 공개하고 결혼식 사진을 취재진에 배포하는 등 언론 보도에는 최대한 협조적이었다.
당시만 해도 이런 연예인의 비공개 결혼식이 거의 처음이었는데 이후 연예계에서 이런 비공개 결혼식이 늘어났고 스몰웨딩 열풍 이후로는 비공개 결혼식이 대세가 됐다.
#특급 호텔들의 스타 결혼식 유치 경쟁도 치열
당시 심은하의 결혼식이 매우 이례적이었던 것은 그 즈음 다른 스타들의 호텔 결혼식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특급호텔 업계에선 스타급 연예인 결혼식 유치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톱스타 결혼식이 어지간한 국제회의 유치보다 홍보 효과가 훨씬 크다는 통설이 존재했을 정도다.
2000년대 초반부터 10여 년가량 이런 흐름이 이어졌다. 대표적인 특급호텔이 워커힐 호텔이었는데 정혜영과 션, 연정훈과 한가인, 김승우와 김남주, 박준형과 김지혜 등이 이곳에서 화려한 호텔 결혼식을 치렀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신라호텔이 톱스타 결혼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김민, 신동엽, 김윤아, 송선미, 윤손하, 주영훈과 이윤미, 류진, 강호동, 왕빛나, 전도연, 윤태영, 한채영, 박경림 등이 신라호텔에서 결혼했다.
당시 스타의 결혼식은 협찬이 넘쳐났다. 톱스타 결혼식의 엄청난 홍보 효과 덕분에 결혼식 장소인 특급호텔부터 웨딩드레스, 웨딩카, 각종 결혼 관련 소품 등이 모두 협찬으로 이뤄졌다. 협찬의 목적이 홍보이다 보니 그 당시 톱스타 결혼식은 당연히 미디어를 통해 세세히 공개되는 게 당연했던 터라 심은하의 비공개 결혼식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지나친 협찬과 과잉 홍보로 결혼식이 얼룩지기도 했다. 특급호텔에서 톱스타의 초호화 결혼식이 열릴 때마다 이를 지적하는 언론 기사가 쏟아졌을 정도다. 심지어 연정훈 한가인 커플은 결혼식을 앞두고 워커힐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공식 기자회견이 끝나자 워커힐 호텔 웨딩팀 관계자가 단상에 올라 결혼식 콘셉트를 설명한다며 호텔 홍보에 나서 과잉 홍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워커힐 호텔 제이드가든에서 야외 결혼식으로 열린 연정훈 한가인 부부의 결혼식에선 신랑신부가 초호화 오픈카를 타고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정훈과 한가인이 자주색 오픈카를 타고 결혼식장 앞까지 이동했는데 이를 두고 언론에선 워커힐 호텔 측이 제이드가든의 규모와 시설을 자랑하려고 이런 이벤트까지 마련한 건 다소 심하다는 지적이 이어졌었다.
#유명 스타가 아닌 호텔 총지배인의 결혼식
“제 친구 용준이와 수진 양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촬영된 사적인 동영상이 불법적으로 유포되어 희화화되고 있습니다.”
박진영이 배용준 박수진 부부의 결혼식 며칠 뒤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의 일부다. 결혼식 당시 사회를 맡은 류승수가 “식장 사진이 퍼지면 제가 책임져야 합니다”라고 말했을 만큼 철저한 비공개 결혼식이었지만 결혼식 직후 현장 사진이 연이어 공개됐다. 송승헌을 비롯한 하객이었던 연예인과 연예관계자들이 현장 사진을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올렸기 때문이다. 결혼식은 그 자체로 좋은 일이고, 축하의 마음이 담긴 사진이라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피로연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 유출된 것이었는데 이로 인해 ‘나쁜 손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에 배용준의 절친 박진영이 흥분해 글을 올린 것이다. 결국 해당 영상의 유포자가 박진영의 트위터를 통해 자진 사과를 했는데 유포자는 결혼식 당일 음료 쪽 담당 스태프였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배용준의 후속 조치다. 배용준의 소속사는 바로 홈페이지에 “피로연 동영상과 관련해 기사에 언급된 음료 담당 스태프는 호텔 직원이 아닌 저희 측에서 섭외한 식음료 외주사의 직원이었음을 말씀드리는 바입니다”라며 사실을 바로잡는 글을 올렸다. 행여 피로연 동영상 노출 논란으로 워커힐 호텔 측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배용준 측에서 신경을 쓴 것인데 여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사실 배용준은 톱스타이자 워커힐 호텔 직원이다. 직함은 ‘명예 총지배인’. 2001년 방영된 MBC 드라마 ‘호텔리어’에 출연했던 배용준은 촬영 장소인 워커힐 호텔의 명예 총지배인으로 위촉됐다. 이런 까닭에 행여 워커힐 호텔에 피해가 되지 않도록 피로연 동영상 유출의 책임 소재가 워커힐 호텔이 아닌 소속사임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당시 워커힐 호텔 역시 톱스타 결혼식을 협찬해주는 차원이 아닌 호텔 총지배인의 결혼식이라는 차원에서 배용준 박수진 부부의 결혼식을 적극적으로 도왔다고 한다.
또 한 명의 ‘명예 총지배인’ 김승우도 김남주와의 결혼식을 워커힐 호텔 비스타홀에서 치렀다. 김승우 역시 배용준과 함께 MBC 드라마 ‘호텔리어’에 출연한 인연 때문에 명예 총지배인이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호텔 근무 직원들이 종종 김승우에게 연락할 일이 생겼는데 그때마다 김승우를 “명예 총지배인님”이라고 부르며 깍듯한 예우를 다 했다고 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