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우리들의 블루스’ 초호화 캐스팅 화제…‘노희경 신작이니까’ 대본 구하기 경쟁할 정도로 연기자들 ‘신뢰’
혼자서도 영화나 드라마 주인공을 거뜬히 맡을 톱스타들이 ‘군단’을 이뤄 동반 출연을 확정한 작품은 4월 9일 선보이는 tvN ‘우리들의 블루스’다. 제주 오일장이 배경인 잔잔한 휴먼드라마로 규모는 크지 않다. 그런데도 업계에서 캐스팅 1순위로 꼽히는 스타들이 총집합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노희경’이라는 강력한 작가의 존재다.
#소박한 이야기에 뭉친 화려한 스타들
‘우리들의 블루스’는 따뜻하고 생동감 넘치는 제주의 거친 바다를 터전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희로애락을 그린다. 제주 오일장이 극의 주요 무대. 푸근한 인심과 사람 사는 내음이 가득한 시장을 중심으로 서로 얽히고설킨 친구들과 이웃, 가족과 옛 연인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는 20부작 드라마다. 제작진은 “삶의 끝자락 혹은 절정, 시작에 서 있는 모든 사람의 달고도 쓴 인생을 응원하는 드라마”라고 소개했다.
작품 기획과 극본을 맡은 노희경 작가는 2020년부터 2021년 초까지 제주도에 머물면서 ‘우리들의 블루스’를 집필했다. 직접 제주 오일장을 오가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현지에서 느낀 분위기와 감정을 그대로 대본에 녹여 넣었다. 노희경 작가의 신작이라는 사실, 여기에 ‘완성도 높은 대본이 나왔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스타들이 소속된 매니지먼트사들이 앞 다퉈 이를 구해 읽으려고 했을 정도다.
노희경 작가는 1990년대 ‘거짓말’ 등을 시작으로 2000년대 ‘그들이 사는 세상’, ‘디어 마이 프렌즈’까지 25년여 동안 우리 주변 인간군상의 사랑과 이별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로 인정받아왔다. 신작이 기획될 때마다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들이 오히려 작가에게 구애를 할 정도다. 이번 ‘우리들의 블루스’ 역시 소박한 사람들의 소박한 이야기가 화려한 스타들의 마음을 먼저 움직인 셈이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주요 캐릭터 14명이 얽힌 8편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배우들이 맡은 역할은 우리 이웃처럼 평범해 보이지만 저마다 사연을 품고 삶을 건강하게 개척하는 인물들이다. 이병헌은 제주 토박이로 사투리를 차지게 구사하는 트럭 만물상 역할이다. 상대역 신민아는 남모를 사연을 품고 제주로 돌아와 집을 고치기 시작하면서 동네 오빠 이병헌과 감정을 싹틔운다.
한지민은 육지에서 건너온 1년 차 초보 해녀로 젊은 선장 김우빈과 인연을 쌓아가고, 고향 제주로 전근 온 은행지점장 차승원은 생선 가게 사장 이정은의 30년 전 첫사랑이다. 엄정화는 도시 생활에 지쳐 제주로 놀러 온 이정은의 친구로, 관록의 배우 김혜자와 고두심은 시장에서 해산물을 파는 할머니로 이야기를 채운다.
#초호화 캐스팅 가능했던 이유
‘우리들의 블루스’는 화려한 출연진의 면면 덕분에 방송 전부터 갖가지 궁금증을 만든다. 배우들의 출연료만 합쳐도 제작비가 급상승할 것이라는 지적부터 제작비 대부분이 배우 출연료로 쓰일 것이라는 예측이 대표적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요즘 톱스타의 드라마의 편당 출연료는 ‘1억 원+알파’가 보통이다. 간혹 2억~3억 원대 출연료를 받기도 한다. 보통 16부작 드라마 한 편을 소화하면 엄청난 수입을 챙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들의 블루스’에는 유독 몸값 높은 스타들이 몰려있는 만큼 제작비 대비 출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어느 작품을 막론하고 배우의 출연료는 철저한 ‘대외비’로 꼽힌다. ‘우리들의 블루스’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 작품에 동참한 배우들의 출연료가 업계의 기존 수준대로 책정되지 않았을 것이란 해석은 설득력을 갖는다.
일단 주인공 한두 명에게 비중이 몰리지 않고 배우들 각각 일정한 분량을 나눠 맡는 옴니버스 구성이란 점에서 부담이 적다. 실제로 배우들은 보통 5~6개월씩 쏟아붓는 드라마와 달리 한두 달 정도 짧게 제주에 머물면서 촬영 분량을 소화했다.
여기에 노희경 작가의 작품이란 사실은 배우들이 몸값에 의미를 두지 않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든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노 작가는 ‘배우들이 함께 작업하고 싶은 작가’로 첫 손에 꼽힌다.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를 써와 시청자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는 국내 방송가의 유일무이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또한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는 두고두고 다시 보는 스테디셀러 작품으로 통한다. 최근작인 ‘괜찮아, 사랑이야’, ‘라이브’는 물론 20년여 전 집필한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굿바이 솔로’까지도 여전히 명품으로 인정받는다. 송혜교와 현빈, 공효진과 조인성, 고현정과 정유미 등 톱스타 캐스팅이 수월하게 이뤄지는 이유다.
노희경 작가를 향한 배우들의 신뢰를 보여주는 특별한 사례도 있다. 이번 ‘우리들의 블루스’에 뭉친 이병헌과 신민아, 한지민은 당초 노 작가가 기획한 국제 NGO 단체 사람들의 이야기인 ‘히어’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아 촬영을 준비했었다. 해외 촬영이 필요했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제작이 연기됐다. 그 사이 여러 출연 제안들을 받은 배우들은 다른 작품으로 선회하는 대신 노 작가의 새로운 작품인 ‘우리들의 블루스’에 그대로 뭉쳤다. 방송가에서 본 적 없는 이례적인 신뢰의 표현이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