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연락처 도용해 스팸 문자 발송도…“애초에 접속하지 말아야” 지적
주식리딩방이란 ‘지시대로만 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선전하며 투자자문료를 챙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단체 대화방 등을 일컫는다. 주식리딩방을 이끄는 이들은 대부분 유사투자자문업자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았음에도 종목 추천 등의 대가로 돈을 받는 개인·법인을 말한다.
개인투자자의 주식시장 참여가 크게 증가하면서 SNS, 단체 대화방 등을 이용한 투자조언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이 크게 늘었다. 이 과정에서 정식 투자자문업자에만 허용된 개별상담을 제공하는 사례도 증가하면서 허위·과장광고를 일삼거나 불법 영업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나왔다.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감원에 접수된 유사투자자문업 민원 건수는 3442건으로 전년(1744건) 대비 97.4% 증가했다.
이들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200% 수익 보장' 등 불법 과장광고 메시지를 발송해 유인하고 무료 단체대화방(주식리딩방)을 개설해 급등종목 적중 등으로 투자자를 현혹한다. 무료 단체대화방에선 무료 추천종목들을 보내준다. 그러면서 유료 회원의 수익률을 공개하고 이들에게만 알려준 종목이 급등하고 있다는 식으로 유료 회원가입을 유도한다. 회원비는 최소 수십만 원에서 최대 수백만 원에 이른다. VVIP 멤버십 등의 명목으로 수천만 원 단위의 회원비를 받는 경우도 있다.
3년 전 유사투자자문업에서 근무하며 주식리딩방을 운영한 바 있다는 A 씨(32·남)는 “주식리딩방 총책은 장 마감 후 상한가를 친 일부 종목을 주식리딩방에 보내면서 ‘유료 단체대화방에는 이 정보를 오후 1시에 알렸고 유료 회원들은 이 종목들로 대박났다. 유료 단체대화방에 들어오면 미리 정보를 얻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전한다”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주식리딩방에는 유사투자자문업 관계자가 10명 정도 들어가 있다. 이들은 주식리딩방에 참여한 일반인으로 둔갑해 총책이 높은 수익을 봤다며 보낸 일부 종목들을 보고 “와 정말 올랐네” “놓쳐서 아까워요. 유료 단체대화방에 들어가야 하나” 식으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기자가 들어간 한 주식리딩방에선 A 씨가 전한 내용과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해당 주식리딩방 총책으로 추정되는 B 씨는 “오후장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컨설팅 마감 브리핑이 있습니다. 정회원들의 실제 수익이 궁금하신 분들은 집중”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그는 한 회원이 컨설팅 후 순수익 9700만 원이라고 전했다. 이 회원은 “1차 컨설팅 후 2차 컨설팅까지 진행했다. 컨설팅 받는 이유가 있네요. 수익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해요”라면서 자신의 수익이 적힌 내역을 공개했다. 이후 B 씨는 주식리딩방에 ‘VIP 컨설팅 상담’ 개인 대화방 링크를 보냈다.
B 씨가 링크를 보낸 뒤 B 씨 글에 꾸준히 답을 했던 일부는 “저도 진짜 컨설팅 받아야 하나봐요” “얼른 (컨설팅) 진행하고 싶네요” 등의 답변을 남겼다. A 씨가 실토한 내용과 비슷하다.
주식리딩방의 폐해는 이뿐 아니다. 취재 결과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적으로 전송된 일부 주식리딩방 문자의 연락처가 주식리딩방과 연관 없는 인물의 것이었다. 즉, 연락처를 도용해 주식리딩방 문자를 보내는 사실이 확인됐다.
강원도에 거주하는 안 아무개 씨는 최근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안 씨가 불법스팸 문자를 전송해 신고가 접수됐으며, 이로 인한 피해가 지속되는 경우 정보통신망법에 의거해 해당 전화번호 이용이 제한되고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 행정처분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안 씨를 신고한 이가 받은 문자를 확인한 결과 주식리딩방 가입 권유 문자였다. 이 문자에 적힌 링크를 눌렀더니 카카오톡 주식리딩방에 접속됐다. 반면 해당 주식리딩방 문자의 연락처를 저장했더니 안 씨가 카카오톡 친구추가 메뉴에 올라왔다.
안 씨는 “얼마 전부터 욕 문자, ‘그만 보내라’는 내용의 문자를 수두룩하게 받아 피해를 보고 있다”며 “(주식리딩방 관계자들을) 고소하려고 경찰서에 찾아갔지만 대상을 특정할 수 없어 (고소하지) 못했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투자 관련 설문지를 작성한 적도 없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며 하소연했다. 경찰 관계자는 “연락처가 도용됐다면 발생한 피해에 따라 죄명을 정해 (업체에 대한) 고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인터넷상에 돌아다니는 자신의 연락처 정보를 모두 삭제하지 않는 이상 연락처 도용은 막기 힘들다고 설명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문자 웹 발송 서비스의 휴면 계정을 해킹하거나 유출된 로그인 정보를 이용해 타인의 계정으로 들어가서 대량으로 스팸 문자를 발송하는 등 사전에 휴대전화나 로그인 계정을 해킹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불필요하게 인터넷상에 (자신의) 연락처 정보가 많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이 부분을 삭제하거나 수집하기 어렵도록 변경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소지 도용 사례도 있다. 주식리딩방 문자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국내의 한 투자자문업 업체 C 사는 자사 홈페이지 하단에 사무실 주소를 게재했다. 하지만 실제 해당 주소지의 건물에는 C 사가 존재하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주식리딩방을 운영하는 유사투자자문업자가 많아지면서 도용·피해 사례도 다양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식리딩방 근절이 쉽지 않아 피해 발생시 경찰의 빠른 수사와 금감원의 적극적인 대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불법 주식리딩방은 처벌 말고는 답이 없다”며 “먼저 일반인들은 주식리딩방을 보이스피싱이라고 생각해 접속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금감원은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근절 방안에 대한 대책 마련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