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시행착오 끝에 최근 산호 12만 그루 심어…조기 생산량 늘리기 위해 ‘로봇 물고기’까지 동원
3월 20일 중국 젊은 배우 리현은 수중 생중계 이벤트를 열었다. 주제는 ‘산호 보호’였다. 이날 방송엔 동시 접속자가 1000만 명이 몰릴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며칠간 실시간 검색어 최상위권에 올랐다. 이벤트 관계자는 “산호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산호는 ‘바다의 꽃’인 동시에 ‘바다의 지킴이’다. 어류의 30%가 터전으로 삼는 곳으로, 강한 파도 등 외력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해양 전문가는 “산호는 중국뿐 아니라 전 인류의 건강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990년 이후 50%에 달하는 산호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30년간 절반으로 줄어든 셈.
산호의 퇴화와 상실은 전 세계가 보편적으로 직면한 문제다. 산호 생태계 복구는 인류가 풀어야 할 핵심 연구 분야로 떠올랐다. 당국은 식수조림 사업(나무를 심고 수풀을 조성하는 사업)을 해저에도 적용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그 중심엔 산호 공간을 넓히는 일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2월 24일 공익 플랫폼 ‘콰이서우 산호’를 만들었다. 여기엔 산호와 관련된 각종 콘텐츠가 소개돼 있다. 해양폐기물 발생, 바다와 관련한 재미있는 상식 등도 올라와 있다. 이용자들이 궁금한 점을 올리면 전문가들이 실시간으로 답변을 해주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이 플랫폼에선 온라인을 통해 산호 심기에 기여하고, 또 그 산호가 자라는 모습을 영상으로 볼 수도 있다. 해양전문기금 및 중국과학원 남해해양연구소는 일정액 이상을 내는 기부자가 원할 땐 본인 이름이 새겨진 산호를 심어 준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산호 복원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동시에 해양 과학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프로젝트는 많은 대중에게 재미와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있다는 평가다. 많은 기업과 기관, 개인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기부가 많아질수록 산호는 늘어나게 된다. 이는 산호뿐 아니라 해양 환경 보호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당국은 기대한다.
산호 전문가 왕페이징은 앞서 배우 리현의 생중계 이벤트 현장 진행을 맡았다. 그는 “내륙에 살거나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환경에 사는 사람들이 ‘콰이서우 산호’나 온라인 등을 통해 산호에 관심을 나타내는 행위는 해양뿐 아니라 열대우림, 숲 등 자연 생태계 전반에 유익하다. 이런 일은 누구나 장기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오래 전부터 산호 복원에 노력해왔던 중국과학원 남해해양연구소는 최근 소기의 성과를 이뤄냈다. 20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산호 12만 그루를 해저에 심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중국 언론을 뜨겁게 달궜던 조기 가격도 산호와 마찬가지로 해양 생태계 파괴와 무관하지 않다. 저장성 어민들은 2.5톤(t)에 달하는 조기를 잡아 957만 위안(약 18억 원)에 팔았다. 1kg당 4000위안(약 76만 원)에 가까운 도매가격에 많은 이들이 놀랐다. 그만큼 조기가 귀해졌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저장성 인근 해역은 조기의 주산지였다. 1970년대 연간 조기 생산량은 16만 8000t에 달했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환경 훼손 등의 영향으로 그 수가 급감했고, 조기 가격은 꾸준히 상승해왔다. 그러자 당국은 몇 년 전부터 최첨단 과학 기술을 동원해 조기 자원 복원에 나섰다.
저장 해양대학 당서기이자 조기 자원 복원 전문가인 옌샤오쥔은 “자연산 조기 양식, 인공 증식 후 방류 등의 기술을 연구했다”면서 “그 성과로 인해 조기 개체 수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장 해양대학 산학 연구팀은 조기 알의 부화, 치어(알에서 갓 나온 물고기)의 야생화 훈련을 진행해왔다. 그 결과 치어를 5~10cm로 성장시킨 뒤 바다로 보내는 데 성공했고, 이 단계 생존율은 60~90% 정도였다. 치어의 성장 초반 높은 사망률을 대폭 줄인 셈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증식방류 사업은 20년 전부터 시도돼 왔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조기 복구 작업은 전환점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저장성 해역 10m 깊이 해저에 면적 7000㎡ 규모의 펜스를 설치했다. 12등급 태풍에도 견딜 수 있는 이 펜스는 이른바 ‘실험 구역’이다. 스마트 장비 시스템을 장착해 수중 물고기를 24시간 관찰한다. 수중 조명, 수중 스피커, 자동 미끼 던지기, 로봇 물고기 등 그동안 개발한 최첨단 기술을 동원했다. 목적은 치어의 야생화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다.
일례로 로봇 물고기는 조기 치어의 성장을 돕는다. 백두산 호랑이의 야생화 훈련을 벤치마킹해 고안한 것이다. 로봇 물고기는 치어가 안전하지 않은 곳을 피하도록 유도한다. 또 치어가 느린 유속에서 점차 빠른 유속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한다. 치어의 활동 궤적을 파악하는 일도 한다.
양식에서 성장한 조기를 이동시키는 방안을 개선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그동안 양식 조기는 이동 과정에서 죽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젠 지퍼식 무손실 그물박스를 사용하면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조기 양식 전문가는 “양식된 조기들을 바다로 풀려고 박스를 열어 보면 죽어서 둥둥 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운반 과정에서 서로 부딪혀 죽는 일도 많았다”면서 “이제 지퍼만 열면 조기들이 자유롭게 바다로 헤엄쳐 나가고 있다. 그물박스 도입으로 생존율이 높아졌다”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