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분 역대 최장…허심탄회 대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지난 28일 오후 6시부터 2시간 36분 동안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을 했다. 회동에는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만찬 테이블에는 화합·통합을 상징하는 봄나물비빔밥과 탕평채가 올라왔다.
문 대통령은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의례적인 게 아니라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정당 간 경쟁을 할 수 있어도 대통령 간 성공 기원은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감사하다. 국정은 축적의 산물”이라며 “잘된 정책은 계승하고 미진한 정책은 개선하겠다. 초대에 감사하다”고 언급했다.
장 실장은 이날 만찬 종료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문 대통령께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차기 정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과거 정권도 청와대 시대를 마감하고 국민들과 함께하는 시대를 열겠다고 말씀하셨는데 현실적 문제로 이전하지 못했다”라며 “이번 만큼은 제가 꼭 하고 싶다”며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의 뜻을 존중해 협조하겠다고 밝히면서 절정으로 치닫던 신·구 권력 갈등은 일단 봉합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추가경정예산(추경), 안보, 코로나19 대응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도 대화를 이어갔다.
장 실장은 회동 전 갈등의 최대 쟁점이었던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인사권 행사에 대해선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면서도 “문 대통령이 임기 말 남은 인사는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 실장이 국민 걱정을 덜기 위해서 잘 도와드리라 했으며 윤 당선인도 두 사람이 잘 협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 실장은 또 “(이들은) 과거 소회를 주로 나눴고 토리 이야기도 했다. 반려견 이름이 같지 않느냐”고 말했다.
양측은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따른 한반도의 안보 위기를 언급하며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누수가 없도록 하자”라는 데에도 공감대를 이뤘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회동을 마무리하면서 윤 당선인에게 넥타이를 선물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꼭 성공하시길 빈다”고 인사했으며 윤 당선인도 “건강하시길 빈다”고 답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