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안과병원 정근 원장, 3년여 법정 투쟁 끝에 ‘무죄’...‘환자유인행위’ 최초 판례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3월 31일 병원 직원과 가족들의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을 일부 할인해줬다며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정근안과병원 정근 원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 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죄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무죄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앞서 부산지방법원 형사4-3부(전지환 부장판사)는 지난 2020년 11월 12일 직원 가족에 대한 진료비 감면으로 인한 환자 유인행위 등의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근안과병원 정근 원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 70만원(선고유예)의 1심 유죄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근안과병원의 ‘직원 등 진료비 본인부담금 할인’ 행위가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감면 대상과 범위, 감면횟수 등을 고려할 때 의료시장의 질서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판결문에서 “본인부담금 감면행위가 의료법 제27조 3항이 금지하는 유인행위에 해당하려면 단순히 본인부담금 감면행위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것이 입증돼야 한다”면서 “기망 또는 유혹의 수단으로 환자가 의료인과 치료 위임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하거나, 환자 유치 과정에서 환자 또는 브로커에게 금품을 제공하거나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치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서 환자 유인행위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직원들을 위한 후생복리 차원에서 시행하는 정근안과병원의 ‘진료비 본인부담금 할인’ 행위는 ‘영리 목적의 환자 유인 행위’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정근안과병원 정근원장의 의료법 위반에 대한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 대한 최초의 무죄 판결로, 의료기관이나 의료인들은 이 판례를 근거로 향후 억울한 사법처벌과 행정처분 등을 피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근 원장의 사례처럼 병원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복지 차원에서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감면해 주는 행위는 영리 목적의 환자 유인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최초의 판례가 나온 셈이다.
부산 의료계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부산지역 A 종합병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일선 보건소와 경찰, 검찰, 법원 등은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의 환자에 대한 본인부담금 감면행위를 일률적으로 영리 목적 환자 유인행위로 인정해 형사 처벌과 함께 행정처분을 해왔다”면서 “이번 판결로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 대한 대법원의 유권해석이 형성됨으로써 의료기관에서 일반화된 복지 차원의 진료비 감면을 놓고 전전긍긍 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고 반겼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정근안과병원 정근 원장은 “처음 검찰의 약식명령을 그대로 받아들이려 했으나, 똑같이 진료비의 직원 감면 복지 혜택을 도입해 시행하는 대다수 의료기관들이 앞으로도 사사건건 행정기관이나 민원인들에 의해 고소고발이 휘말릴 것을 우려해 힘겨웠지만 끝까지 법정투쟁을 해왔다”며 무죄 확정 판결을 이끌어내기까지의 소회를 밝혔다.
한편 정근안과병원 정근 원장은 지난 2014년 7월 21일부터 2019년 5월 23일까지 정근안과병원 소속 의사, 직원, 가족, 친인척, 진료협력계약을 체결한 협력병원 직원, 가족 등에 한해 일정한 감면기준을 적용하며 진료비 중에서 본인부담금을 할인해줌으로써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서 금지한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에 소개, 알선, 유인했다’는 혐의로 지난 2019년 부산진구보건소 등으로부터 형사 고발됐다. 검찰에 의해 벌금 70만원의 약식 명령을 고지 받았으나, 이에 불복하고 정식재판 청구를 통해 무죄를 이끌어냈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