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한 자녀, 2015년 두 자녀, 지난해 세 자녀 허용…엄청난 교육·양육비에 성 불평등 탓 독신·무자녀 여성 늘어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재 중국은 뜻하지 않은 문제로 골머리를 않고 있다. 바로 인구 감소 문제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다. 전세계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14억 인구를 거느린 중국이 인구 절벽을 걱정하다니 놀랄 일. 중국 정부는 지난해 부랴부랴 출산 제한 완화 카드를 내놓았다. ‘세 자녀 정책’을 시행하면서 셋째까지 허용한다고는 했지만, 벌금제를 폐지했기 때문에 실제적으로는 산아제한을 전면 해제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점점 감소하는 인구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국 정부와 이에 시큰둥한 요즘 세대의 동상이몽을 독일 시사주간 ‘슈테른’이 취재했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왕리디아(33)는 운동을 좋아하는 세련된 젊은 여성이다. ‘한 자녀 정책’이 한창이던 1989년에 태어났기 때문에 외동딸로 자랐으며, 2017년 결혼한 남편 역시 외동아들이긴 마찬가지였다.
현재 둘 사이에는 자녀가 없다. 신혼여행을 떠나기 직전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원하지 않는 임신이었기에 기쁨보다는 불안과 걱정이 앞섰다. 갑자기 기습을 당했다고 느낀 부부는 아이를 낳았을 경우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상의했다. 그리고 오랜 고민 끝에 결국 낳지 않기로 결심했다.
리디아는 “당시 50%는 낳고 싶은 마음이었고, 50%는 그렇지 않았다. 솔직히 아이를 낳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셋은 더 그랬다”라고 회상했다.
그가 출산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어마어마한 교육비와 양육비 때문이었다. 리디아는 “경쟁은 이미 뱃속에서부터 시작된다. 요람에서 대학 졸업까지 이상적인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가 전재산을 쏟아부어야 한다”며 현 세태를 꼬집었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친구들을 보며 실망했다고 말하는 리디아는 “아이를 키우려면 ‘타이거 마더’가 돼야 한다. 나는 그렇게 할 수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리디아처럼 출산 자체를 포기하는 중국의 젊은이들은 점점 늘고 있다. 세 자녀 정책이 발표된 이후 중국 온라인에서는 리디아와 비슷한 의견을 내놓은 젊은 세대들이 많다. 대부분이 양육비와 교육비를 비롯해 점점 오르는 집값, 부모 봉양 등 경제적 비용 때문에 출산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 자녀 정책으로 태어난 세대의 경우에는 거의 다 외동이기 때문에 둘이 양가 부모 네 명을 보살펴야 한다는 데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세 자녀 정책이 발표된 후 실시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셋을 낳을 각오가 되어 있는지 묻는 조사에서 응답자 3만 1000명 가운데 2만 9000명은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가운데 몇몇은 “500만 위안(약 9억 원)을 국가에서 보조해주면 고려해 보겠다”라고 했다.
리디아는 “주변 사람들의 경우만 봐도 셋을 낳고 싶어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새로운 정책으로 무언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씁쓸해 했다.
중국 정부가 사교육을 금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정에서 가장 큰 지출 항목이 사교육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많은 부모들은 규제의 눈을 피해 여전히 사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과외 선생을 보모로 위장해 고용하는 등 당국의 눈을 피해 다양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세 자녀 정책, 즉 인구 늘리기 정책을 실시한 데는 인구 감소에 대한 위기감이 깔려 있다. 실제 지난 4년 동안 중국의 신생아 수는 300만 명 넘게 감소했다. 인구 고령화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2020년 말 기준, 중국의 60세 이상 고령 인구는 전체 인구의 18.7%에 달하며, 65세 이상은 12.57%를 차지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을 경우 고령 사회로 간주된다.
현재 합계 출산율은 1.3명으로, 이는 1970년대 시작된 한 자녀 낳기 운동 당시 3~6명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2100년이 되면 중국 인구가 7억 명으로 뚝 떨어진다는 전망도 나왔다. 또한 40세 넘어 결혼하는 비율도 10년 전보다 다섯 배나 증가했다. 이는 전체적으로 생활수준이 높아진 젊은층이 결혼을 늦추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인구 정책은 그간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를 거듭해 왔다. 마오쩌둥 치하였던 1950년대 중국 여성들은 네 명 이상의 자녀를 출산하면 국가의 영웅으로 불렸다. 자녀를 많이 낳으면 받는 인센티브가 있는 게 아니었는데도 중국 여성들은 스스로 자식을 최고의 노후 보장으로 여기면서 가능한 자식을 많이 낳으려고 했다. 리디아의 모친인 린샤(64)는 어떻게 어려운 시절 6남매를 키워냈냐고 물을 때마다 “자식 많은 게 복이니까”라고 습관처럼 말했다.
1976년 세상을 떠난 마오쩌둥이 통치한 30년 동안 중국 인구는 5억 명에서 10억 명으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대기근을 겪으면서 사회 분위기는 바뀌기 시작했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해서 1980년 처음으로 한 자녀 정책, 즉 산아제한이 실시됐으며, ‘혁명을 위해 결혼은 늦게, 출산은 계획적으로!’라는 구호가 힘을 받았다.
이를 어길 경우에는 엄청난 불이익을 각오해야 했다. 가령 직장에서 해고되는 것은 물론이요, ‘사회부양비’라는 명목의 벌금도 물어야 했다. 또한 집을 철거당하거나, 강제로 불임 시술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불법으로 둘째를 임신을 했다가 발각되면 만삭의 경우에도 낙태를 해야 했다.
특히 이런 불법 행위는 시골에서 많이 벌어졌다.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첫째가 딸인 경우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아들을 낳을 때까지 몰래 둘째, 셋째를 낳았다. 초음파 검사 결과 딸로 밝혀지면 낳기 전에 지워버렸다. 그 결과, 오늘날 중국에는 여성 인구보다 남성 인구가 3억 명가량 더 많다.
한 자녀 정책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도 있었다. 소수 민족의 경우, 그리고 첫째가 장애인인 경우에는 둘째를 허용했으며, 부부가 모두 외동인 경우 둘째를 허용하는 지역도 있었다.
대도시의 경우에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법이 균등하게 적용됐다. 리디아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모든 친구들이 외동이었다”고 회상했다. 대학에 가서야 다양한 지역에서 온 친구들을 사귀게 된 리디아는 친구들이 당연한 듯 형제자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는 충격을 받았다.
둘째까지 허용하는 두 자녀 정책으로 바뀐 건 2015년이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인구가 감소하자 급기야 중국 정부는 2021년 세 자녀 허용 정책을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통과된 ‘인구 및 가족계획법’ 개정안에 따르면, 이제부터 중국 전역에서 누구나 셋째까지 낳을 수 있도록 허용됐다.
더구나 ‘사회부양비’ 역시 폐지함으로써 사실상 셋 이상을 낳아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게 됐다. 이와 더불어 중국 정부는 출산, 양육, 교육에 드는 비용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며, 여성들이 직장에서 받는 차별 대우를 줄이기 위해서 공공 어린이집 수를 대폭 늘리고, 육아휴직도 국가적으로 전면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쓰촨성 판즈화시의 경우 둘째와 셋째를 낳는 부모에게 매달 자녀 한 명당 500위안(약 9만 원)씩 3년 동안 육아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어떤 지역은 여성의 유급 휴가를 늘렸으며, 또 다른 지역은 주택융자 제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자녀를 더 많이 출산할까. ‘슈테른’에 따르면, 이런 법률 개정에 대한 젊은층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오히려 국가가 나서서 출산을 장려할 경우 여성들에게는 사회적인 압박감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하거나, 심지어 노동 시장에서 더 불리해질 수도 있다고 염려한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40대 중반의 천야야가 그런 경우다. 현재 결혼은 하지 않은 채 고양이 두 마리만 키우고 있는 그는 정부가 주도하는 출산 정책을 근본적으로 반대한다. 산아제한을 완화하는 건 찬성하지만, ‘몇 명을 낳아라’라고 권장할 경우에는 직장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여성들은 이미 한 자녀에서 두 자녀 낳기로 정책이 바뀌는 단계에서 구직 면접을 볼 때마다 가족계획에 대해 묻는 불편한 질문들을 받아야 했다. 야야는 “이제 고용주는 가임기 여성을 고용하는 게 더 위험해졌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여성 직원들에게 출산 시기를 배정해주는 은밀한 관행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계획에 없이 갑자기 임신을 할 경우에는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
야야는 “출생률을 높이려면 먼저 성평등부터 이뤄야 한다”면서 “직장에서뿐만 아니라 전체 사회에서 그렇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또한 한 자녀나 두 자녀 정책처럼 세 자녀 정책 역시 전부 결혼을 한 사람들을 위한 제도라는 데 불쾌함을 내비쳤다. 비혼과 동성 커플을 위한 무자녀 정책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중국의 젊은 사람들 가운데는 자유 의지로 자녀를 낳지 않기로 결심하는 경우가 점점 더 늘고 있다. 상하이 푸단대학 교수이자 인구통계전문가인 펑시저는 70대를 앞두고 있다. 아들은 하나 있지만, 손주는 없는 상태다. 시저는 “지금 중국의 인구 구조는 4-2-1에서 4-2-0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컨대 4-2-1(조부모4-부모2-자녀1)에서 점차 4-2-0(조부모4-부모2-자녀0)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리디아의 할머니는 6남매를 출산해 ‘국가의 영웅’으로 불렸다. 리디아의 어머니인 샤는 둘째를 낳지 않아서 역시 ‘영웅’이 됐다. 오늘날 리디아의 세대에게 ‘영웅’이란, 아이 셋을 출산해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는 여성이다. 동시에 리디아의 세대는 기꺼이 ‘영웅’이 되지 않기로 결심한 첫 번째 세대이기도 하다.
현재 샤는 손주를 안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날 상하이에 거주하는 비슷한 연령대의 많은 지인들이 비슷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바뀐 시대적 분위기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손주는커녕 자녀가 아예 독신인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럼에도 샤는 내심 정부가 나서서 출산을 의무화해주길 바라고 있다. 일정한 수의 자녀를 낳아야 공산당원이 될 수 있도록 하거나, 공무원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샤는 “아직은 소문에 불과하다. 그래도 혹시 아는가?”라며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