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5개월에 13연속 탈삼진 곁들인 ‘퍼펙트’ 달성…언젠가 구속 170km/h까지 가능 ‘진화하는 괴물’
#20세 사사키가 달성한 대기록들
강속구가 날아올 때마다 타자들의 방망이는 맥없이 허공을 갈랐다. 4월 10일 일본 지바현 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야구(NPB) 지바롯데 마린스와 오릭스 버팔로 오릭스와의 경기. 선발 등판한 사사키는 9이닝 동안 27명의 타자를 상대로 105개의 공을 던져 19탈삼진 무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역투해 팀의 6-0 승리를 이끌었다.
기립박수가 그치지 않았다. 전광판에는 ‘퍼펙트(PERFECT)’라는 큰 글자가 떴으며, 장내 방송에서는 퍼펙트게임, 13타자 연속 탈삼진 일본 신기록, 한 경기 19탈삼진 일본 타이기록 등 사사키가 세운 대기록들이 소개됐다. 실황을 전하는 아나운서 또한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 서 있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현지 매체 ‘스포츠그래픽넘버’에 의하면 “최근 프로야구 선수들의 실력 차가 줄어들었고, 특히 배팅 기술이 상당히 올라섰기 때문에 과거처럼 퍼펙트게임이나 최다 탈삼진 기록 같은, 투수가 타자를 압도하는 기록이 좀처럼 나오기 힘들다”고 한다. 그런 만큼 이날 사사키가 보여준 투구는 전대미문의 기록과도 같았다. 더욱이 상대는 지난해 리그 우승팀인 오릭스였다. 매체는 “어떤 야구만화도 이런 활약은 그려낼 수 없을 것”이라며 “그야말로 탈삼진 쇼였다”고 극찬했다.
사사키는 특히 1회 2사부터 5회까지 13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다. 13타자 연속 탈삼진은 미국 메이저리그에도 없는 ‘세계 신기록’이기도 하다. 헛스윙 삼진이 10개. 그중 9개가 포크볼이었는데, 구속은 최고 시속 147km를 찍었다. 직구 삼진은 3개였는데 최고 구속은 시속 164km까지 나왔다.
프로 3년차인 사시키는 올 시즌 3경기에 등판해 2승 무패를 기록 중이다. 데이터를 상세히 들여다보면 놀라움은 배가된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엄청난 탈삼진율이다. 지금까지 3경기 23이닝 동안 42탈삼진을 기록했다. 69개의 아웃 가운데 약 60%를 삼진 처리한 것. 타석상 삼진율을 뜻하는 K%는 무려 54.5%. 참고로 현재 일본 프로야구 최고 투수로 꼽히는, 야마모토 요시노부(24·오릭스 버팔로스)의 K%는 29.5%다.
제구력 또한 뛰어나 사사구가 3개로 알려졌다. 투수 능력을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인 K-BB%(삼진 볼넷 비율 차이)는 51.9%. 야마모토의 경우 20.5%다. 보통 20%가 넘으면 우수한 선수로 평가받는 지표에서 50%를 넘겼으니, 경이로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사사키는 오후나토고교 시절부터 시속 163km 강속구를 던진 ‘최고의 유망주’였다. 같은 이와테현 출신인 ‘야구천재’ 오타니 쇼헤이(28·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 이후 등장한 새로운 재목으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오후나토고교의 고쿠보 요헤이 감독은 사사키의 혹사를 우려해 2019년 고시엔(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출전이 결정되는 중요한 경기에 그를 등판시키지 않았다.
사사키의 결장으로 팀은 패했고, 결국 ‘꿈의 무대’인 고시엔을 밟지 못했다. 당시 이 일은 현지에서 뜨거운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다. 선수 보호를 위해 내린 판단이었지만, 감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사사키의 역사적인 쾌투에 “감독의 판단이 옳았던 것 같다”며 재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프로 3년차 완성형에 가까워졌다
대기록을 세운 날, 사사키는 “포수를 믿고 던졌다. 다음 경기에도 잘 던지겠다”며 겸손한 소감을 내놨다. 지난 시즌과의 차이를 묻자 “꾸준히 트레이닝을 한 결과가 조금씩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제 프로 3년 차, 완투조차 없던 스무 살 청년이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과연 그뿐일까. 야구 평론가 이케다 치카후사는 “전설의 피칭이었다”고 극찬한 뒤 그 이유로 다섯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스피드, 컨트롤, 포크볼 등 3박자를 갖췄다는 점이다. 스피드 면에서는 최고 구속이 시속 164km, 9회 100구째도 시속 159km를 기록하는 등 막판까지 지구력이 떨어지지 않았다. 또한 낮은 공도 정확히 빠르게 꽂혔다. 이케다 씨는 “몸 쪽 낮은 공이 늘어나면 타자는 판별이 어려워지는데, 같은 폼으로 던졌을 때 고속 포크볼이 더 효과적이다. 여기에 사사키는 컨트롤마저 좋다”고 감탄했다.
두 번째는 사사키와 배터리를 이룬 포수, 마쓰카와 고우(18)의 존재다. 마쓰카와는 지난해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 받아 지바롯데에 입단한 ‘고졸 신인’. 경기 후 사사키는 “마쓰카와가 좋은 리드를 해줬다”며 공을 돌리기도 했다. 나이가 많은 선배 포수라면 사사키가 의견을 피력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이케다 씨는 “마쓰카와와 사사키가 콤비를 이룸으로써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고, 서로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면서 “마쓰카와의 리드도 정말 훌륭했다”고 칭찬했다.
세 번째는 사사키의 조정 능력이다. 팔다리가 길고 160km대를 던지는 투수라도 타자에 따라 미묘한 조절 능력이 필수다. 아울러 마운드의 경사, 바람, 당일 컨디션 등을 고려해 최적의 투구 포지션을 찾아야 한다. 앞선 두 경기에서는 직구가 오른쪽으로 빠지는 공이 몇 개 있었지만, 이날은 거의 볼 수 없었다. 모든 조율이 잘 됐다는 증거다.
네 번째는 사사키가 ‘진화하는 괴물’이라는 데 있다. 이케다 씨는 “지난 시즌보다 투구폼이 안정화됐다”고 분석한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사사키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체간 단련 훈련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동안은 몸의 균형을 중시하는 훈련을 많이 했지만, 시즌 내내 던지기 위해서는 근육강화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 이와 관련, 이케다 씨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근육을 강화하고 몸이 만들어지다 보니 80% 힘으로도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면서 “언젠가는 시속 170km를 던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지바롯데의 육성계획도 빼놓을 수 없다. 사사키는 입단 1년 차 때 실전 등판 없이 몸만들기에만 힘썼다. 작년 1군에 첫 등판했지만, 등판 간격은 10일 이상으로 길었고 투구 수도 거의 100개 이내였다. 지바롯데는 의료진과 연계해 사사키의 근력변화 등을 주시하면서 육성계획을 진행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3년 차인 올해 사사키의 몸이 완성형에 가까워지면서 드디어 전대미문의 기록을 낳았다. 이케다 평론가는 “구단이 중장기 비전을 확실히 세우고 실행한 성과이기도 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