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부터 맨몸 격투까지 ‘지천명 아이돌’의 몸 사리지 않는 액션…“부담스러울 만큼 멋진 캐릭터 연기”
비슷한 결의 다른 액션 장르 영화와 이번 작품과의 차별점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배우 설경구(55)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렇게 강조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먼저 넷플릭스의 ‘맛’을 만끽한 또 다른 주연, 박해수와 함께한 그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대답이었다. 본인은 강조하지 않았지만 이 영화를 놓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로 ‘액션하는 설경구’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것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액션은 사실 힘든데(웃음), ‘야차’ 같은 경우는 액션이 없으면 강렬함이 없다 보니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 다만 제가 막 액션을 하고 싶어서 미치는 배우가 아니고 좀 더 심플한 액션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번 작품을 통해 제가 바라던 액션의 해갈이 이뤄졌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잘 모르겠네요(웃음). 아무래도 제가 액션 배우가 아니고, 액션을 잘하거나 좋아하는 배우가 아니라 액션에 정확한 정의나 생각이 있지 않거든요.”
액션의 갈증이 다 해결된 건 아니라지만 설경구가 연기한 지강인은, 한마디로 ‘폼’ 난다. 다른 요원들에 비해 다소 후줄근한 옷차림과 정돈되지 않은 헤어스타일을 하고도 그에게선 쉽게 접근해서는 안 되는 위험한 향기가 풍긴다. 설경구를 ‘지천명 아이돌’의 자리에 올려뒀던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의 한재호가 떠오를 정도로 카리스마 넘치는 지강인은 마지막까지 꺾일 수 없고, 또 꺾여선 안 될 캐릭터다. 그에 대해 설경구는 “너무 부담스러울 정도로 멋지고 전지전능한 캐릭터여서 그 톤을 좀 줄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아쉬움은 있었어도 현장은 여느 작품과 마찬가지로 화기애애했다. 촬영 시간이 겹치지 않더라도 후배 배우들과 만나는 자리를 꼭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설경구는 ‘야차’의 배우들과도 똑같이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 했다. 자리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세 번 네 번으로 늘어나면서 후배들과 설경구 사이 낯가림의 벽도 금세 허물어졌다. 촬영 중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묻는 질문에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이수경(문주연 역)과의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제가 야시장에서 인파 속으로 끝없이 걸어가는 신이 있는데, 그게 카메라 주위의 200명만 보조출연자고 그 사람들을 벗어나면 그냥 관광객들이랑 장 보러 온 현지 주민이거든요. 한정된 시간 안에 찍어야 하는데 그 인파 안에 전날 자기 분량을 끝낸 이수경 배우가 촬영 중인 걸 모르고 야시장 구경을 나와 있더라고요. 뭘 먹고 있다가 저랑 마주치고 ‘어, 웬일이세요!’ 하고 저한테 음식을 하나 주는 거예요. 저는 촬영 중이고 뒷모습만 나오는 상태에서 ‘지나가, 빨리 지나가!’ 하고 있고…그런 저희 둘을 스틸 기사가 촬영한 게 있더라고요. 그게 재미었어서 기억에 남아요(웃음).”
이렇게 고생 끝에 완성한 작품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속 영화계 빙하기를 피할 수 없었다. 2020년 5월 촬영을 끝마치고 개봉 일자를 조율하던 중 결국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게 됐다는 게 못내 아쉬울 법도 하다. 그러나 공개 사흘 만에 전세계 넷플릭스 영화 부문 콘텐츠 시청 3위를 기록했고, 그 이튿날엔 한국을 포함한 12개국 1위를 차지했다.

“극장 개봉이 아니라는 아쉬움은 물론 있죠. 하지만 우리나라 영화가 언제 또 이렇게 ‘월드 랭킹’을 해 보겠어요? 그런 긍정적인 측면을 생각하면 아쉬움을 상쇄시킬 수 있죠. 게다가 또 우리 박해수 씨의 영향으로, 박해수 씨의 ‘오징어 게임’ 혜택을 저희가 보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박해수 씨와 ‘오징어 게임’에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정말 진심입니다. 그 친구가 그렇게 좋은 일을 할 줄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촬영할 땐 몰랐습니다, 그런 친구일 줄(웃음).”
박해수와 더불어 ‘야차’로 한국 밖의 관객 및 시청자들에게도 주목 받고 있는 설경구는 올 한 해 가장 바쁜 영화배우 가운데 한 명이다. 1월 개봉한 이선균과 함께한 영화 ‘킹메이커’를 시작으로 ‘야차’, 그리고 4월 27일에는 천우희, 문소리와 함께 하는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로 다시 관객들 앞에 선다. 코로나 대유행 등 외부 사정으로 인해 개봉 일정이 얽힌 것도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배우로서의 설경구를 찾는 이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창작자들의 눈길을 모으는 배우로서의 그의 매력에 대해 물어봤다. 설경구는 “밋밋함과 평범함”이라고 정리했다.
“제가 ‘오아시스’ 때 이창동 감독님께 한번 여쭤본 적이 있거든요. 저를 왜 캐스팅하셨냐고. 그때 감독님께서 ‘너는 일반 사람 같아서 그려 넣기 쉽다’고 말씀하셨어요. 뭔가 딱 정해진 이미지가 없어서 그려 넣기가 좋지 않느냐는 말씀이셨던 것 같아요. 그 위에 새 인물을 덧씌우기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는 게 배우로서의 장점이라면 장점일 것 같아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