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메달 3개 전 종목 석권 도전…중국, 신진서·신민준 군면제 저지 총력
제19회 아시안게임은 9월 15일부터 중국 항저우에서 막을 올린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12년 만에 아시안게임에 복귀한 바둑에는 총 3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남자 개인전과 남자 단체전, 여자 단체전이다.
출전 선수는 각국 당 10명(남자 6명, 여자 4명)이다. 남자 개인전에 2명이 출전하며, 3명이 팀을 이루는 단체전은 후보 선수까지 남녀 각각 4명이 출전 가능하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는 혼성페어(항저우 아시안게임에는 남자 개인전으로 대체)에 10개국, 남자 단체와 여자 단체에 7개국이 참가했었다.
#한국의 목표는 전 종목 석권
12년 전 광저우에서 전 종목을 석권했던 한국은 이번에도 3개 종목 싹쓸이를 노린다. 목진석 국가대표팀 감독은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최상위권 기사들의 층은 중국이 약간 두텁지만 투톱 혹은 랭킹 5위까지 붙는다면 우리가 앞선다고 본다. 남녀 세계랭킹 1위 신진서 9단과 최정 9단을 앞세워 전 종목 석권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남자 대표팀을 먼저 살펴보면 신진서, 박정환 9단이 랭킹시드를 받아 자동 출전하며 변상일 9단과 김명훈 8단은 따로 치러진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했다. 나머지 2장의 티켓은 선발전 최종 예선에 진입한 김지석, 원성진, 강동윤, 신민준, 박건호, 이지현이 6인 풀리그를 벌여 상위 2명이 대표팀에 합류하게 된다.
2명이 출전하는 남자 개인전에는 일단 랭킹1위 신진서 9단의 출전이 확정됐다. 나머지 한 자리는 5명이 리그전을 벌여 가장 성적이 좋은 기사가 차지하게 된다.
한편 4명이 출전하는 여자 대표팀은 최정, 오유진 9단이 랭킹시드로 자동 출전하며 김채영 7단이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해 합류했다. 그리고 마지막 1장을 최종 예선전에 오른 오정아, 박지연, 조승아, 김은지가 더블 리그로 다투게 된다.
#중국, 신진서를 군대로!
중국도 지난 4월 10일부터 26일까지 취저우에서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남자대표팀 선발전을 가졌다. 최종 본선에는 중국랭킹 1~5위인 커제, 딩하오, 구쯔하오, 미위팅, 양딩신 9단이 직행했다. 여기에 예선을 거쳐 올라온 리쉬안하오, 롄샤오, 퉈자시, 판팅위, 셰커가 합세해 총 10명이 풀리그로 6장의 대표 자리를 놓고 열전을 벌였다.
그 결과 판팅위(8승 1패), 커제(6승 3패), 양딩신(6승 3패), 구쯔하오(5승 4패), 리쉬안하오(6승 4패), 퉈자시(4승 5패) 9단이 대표팀에 승선했다.
현 랭킹 2위 딩하오가 1승 8패로 추락한 것이 최대 이변. 또 국내보다 국제무대에서 강점을 보이던 미위팅의 탈락도 예상 밖의 결과다. 또 신진서와 응씨배 결승전을 치르는 셰커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를 리쉬안하오와 퉈자시가 메웠는데 1991년생 퉈자시는 전성기를 지난 기사이고, 리쉬안하오는 위의 둘보다는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한국은 나쁠 게 없는 결과다.
8명이 더블리그를 벌인 중국 여자팀은 랭킹1위 위즈잉(10승 4패)을 비롯해 저우홍위(9승 5패), 리허(8승 6패), 루민취안(8승 6패)이 최종 관문을 뚫었다.
선발전이 끝난 후 중국 대표팀 위빈 감독은 “7라운드의 예선과 9라운드 본선을 거쳐 선발된 바둑대표팀은 현 중국 최강의 기사들이다. 결과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하면서 “남자 대표팀 6명 중 특히 판팅위와 양딩신은 아시안게임 규정과 가장 흡사한 농심배에서 7연승을 거뒀던 기사들이라 더욱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의 제한시간은 각 1시간으로 농심배 제한시간과 같다.
위빈 9단은 그러면서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우선 1개의 금메달을 따내는 것이 목표지만 약간의 운만 따라준다면 1개 더 추가도 가능할 것”이라며 한국에 비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한국과 중국 외에도 메달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과 대만도 아시안게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이야마 유타, 이치리키 료, 시바노 도라마루 등 자국 내 타이틀 보유자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릴 게 확실하며, 복병으로 꼽히는 대만도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십단 타이틀 보유자 쉬자위안 9단에게 자동 출전권을 부여하는 등 12년 만에 다시 열리는 아시안게임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한편 중국에서는 이번 아시안게임에 성적 외에 다른 의미도 부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에게 한국은 병역면제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박정환 9단과 조한승 9단이 각각 병역 면제 및 단축 포상을 받았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바둑의 간판 신진서 9단과 신민준 9단(대표팀에 선발될 경우)이 대상이다. 둘은 금메달을 목에 걸 경우 면제 혜택을 받는다.
신진서는 최근 중국 기사 상대로 24연승을 기록하며 세계대회를 휩쓸고 있고, 신민준은 지난해 LG배 결승에서 커제를 꺾고 우승컵을 안았다. 한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 기사들은 이들의 병역면제 혜택이 달가울 리 없다. 때문에 중국 바둑팬들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신진서 군대 보내기 운동의 기회로 삼자’고 노골적으로 말한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동안에는 바둑대회 출전이 불가능하므로 양신(兩申)에게 18개월의 강제 공백기를 주겠다는 것. 최근 신진서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기사들이 그 어느 때보다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것도 뻔해 보인다.
이번 아시안게임, 신진서와 신민준이 중국의 바람을 뿌리치고 아시안게임을 발판삼아 더 넓은 세계로 날아오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