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민간구조사 ‘컨트롤타워’ 김포 대명파출소로…수상레저 인구 관리와 수난사고 대응 부실 우려
민간해양구조대 활동을 해 온 이 아무개 씨의 말이다. 한강에서 민간해양구조대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한강파출소가 2월부터 사라졌다. 민간해양구조대원 소속도 강화도 맞은편 김포 대명파출소로 이관됐다. 한강파출소는 예산 문제로 폐쇄됐는데 이를 두고 민간해양구조대원들의 분통이 이어졌다.
한강파출소는 2011년 여의파출소를 시작으로 2014년 10월 여의도 한강 둔치에 신축 파출소를 설립하면서 개소됐다. 한강파출소는 수상교통 안전관리, 한강 관내 수상 인명 사고 발생 시 인명 구조, 수상 레저 이용객 단속 및 안전계도 등의 역할을 했다. 또한 한강에서 활동하는 민간해양구조대원들의 소속으로 실종자 정보 공유 등 역할도 했다.
민간해양구조대원은 한강에서 요트나 보트를 보유하고 있거나 한강 레저에 종사하는 이들 등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현재까지 다양한 성과를 올렸다. 2019년 한강 몸통시신 사건의 피해자 사체를 찾아낸 것도 민간해양구조대원들이었다. 2021년 한강 의대생 실종(사망) 사건에서 실종자 친구의 휴대전화를 건진 것도 민간에서 한 일이었다.
오랫동안 민간해양구조대원 활동을 한 김 아무개 씨는 경찰이나 해경의 성과로 알려진 일이 사실 민간해양구조대원이나 민간구조사가 했던 경우가 많다고 얘기했다. 김 씨는 “민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봉사 차원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성과를 내세우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래서 외부적으로는 경찰 등 수사기관 치적이라고 알려진 사건도 민간해양구조대원이 했던 일이 꽤 된다”고 말했다.
민간해양구조대원들이 수사기관 인력보다 유리한 점도 있다고 한다. 앞서 이 씨도 “민간해양구조대원들은 오랫동안 한강에서 요트나 보트를 타왔기 때문에 물길을 잘 알고 있다. ‘어디서 떨어졌다’고 하면 바로 어디로 갔는지 유추할 수 있다”면서 “이들은 요트나 보트를 개인적으로 운용했거나 레저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사람들로 국가에서 구하려고 한다면 비싼 돈을 줘야 하는 고급 인력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들 사이에서 최근 한강파출소 폐쇄를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앞서 김 씨는 “표창장 두 번 받은 것, 예외적으로 최소한의 거마비를 줄 때 말고는 무급으로 봉사해왔다. 그런데 갑작스레 한강파출소까지 폐쇄한 것을 두고 분통이 터진다”면서 “한강파출소가 있을 때는 실종자 정보를 공유한다거나 회의도 했고 성과가 있을 때는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강화도 앞으로 이전했는데 한강에서 활동하는 사람 중에 누가 거기까지 가서 회의를 하겠냐. 웬만한 사람은 못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이 씨는 “이제 한강파출소가 폐쇄되고 정보 공유 등 기관과 협업이 어려워지고 최소한의 관리도 사라지면서 사실상 활동이 종료된 셈이다. 세월호 등 국가 재난 상황이 한강에서 발생한다면 그제야 왜 민간 인적 네트워크를 유지하지 않았느냐고 탓할 것 아니겠나. 이렇게 한순간에 사라지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재난이나 응급 상황에서만 한강파출소가 필요한 게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보트 면허를 보유한 박 아무개 씨는 “최근 레저 인구가 늘면서 배를 댈 곳이 없을 정도다. ‘서울마리나’ 등 요트 계류장은 공간이 없어 개인 요트를 구매하고 싶은 사람들이 대기표 뽑고 기다리고 있는 수준이다. 한강 해상 레저 전반에 인구가 몰려들고 있다”라면서 “코로나가 사실상 끝난 데다 5월부터 한강에 레저 인구가 쏟아져 나올 텐데 단속할 주체가 사라졌다. 음주운전을 하고 보트나 요트에서 술을 마셔도 이제 누가 단속할 건가”라고 지적했다.
김 씨도 인파 속에 무법지대가 된 한강을 걱정하긴 마찬가지였다. 김 씨는 “해경은 도로에서 운전자가 난폭 운전한다고 해도 단속 권한이 없다. 마찬가지로 육경(일반 경찰)도 해경에서 발급할 보트 면허로 운전하는 레저 기구를 단속하기는 어렵다”면서 “한강에서 보트끼리의 충돌, 난폭 레저기구 운전, 음주운전 등의 문제가 있는데 단순히 예산 문제 등으로 사라지면 단속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과거 해경이 해체됐을 때처럼 황당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이번 한강파출소 철수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화제나 논란이 안 되는 이유를 ‘그들만의 리그’이기 때문이라고 봤다. 김 씨는 “레저 인구가 엄청나게 늘었지만 그런데도 전체로 봤을 때는 소수다. 파출소가 철수하고 나서 아직 성수기도 오지 않았다”면서 “결국 다른 사건들처럼 큰 화제가 되는 사건이나 재난이 터져야 ‘사후약방문’처럼 다시 파출소 설치 등을 논의할 거 같다”고 얘기했다.
한강파출소 철수 이유에 대해 해양경찰 관계자는 “한강파출소가 내수면에 있다 보니 치안 업무 수요도 떨어져서 조종면허시험장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요신문은 “민간해양구조대원 관리 감독이나 과거 한강파출소가 관할했던 2500대 레저 기구나 한강 레저 인구 단속 등은 어떻게 될지 우려가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 등을 질문했고, 해경 관계자는 “이 같은 우려를 관련 부서에 전달하겠다”고 답변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