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심판과 국민투표 가능성 낮아…인수위 이미 ‘공포 후’ 염두 두고 대책 마련중으로 알려져
하지만 검찰과 국민의힘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개정안을 헌법재판소로 들고 가 위헌 여부를 다투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헌재에서 검찰·국민의힘이 원하는 결과를 받아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법조계는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이 개정안에서 제외된 만큼, 경찰만 비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과 달리, 민주당의 개정안에는 중수청이 포함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조만간 국회 형사사법개혁특위를 꾸려 중수청 설립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개정안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탓에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라진 중수청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에는 한국형 FBI(미국 연방수사국) 모델인 중수청 신설이 핵심이었다.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을 모두 중수청으로 넘기도록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중재안 합의를 뒤집자, 민주당은 이 내용이 제외된 검찰청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특히 최종 수정안은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범죄 등’으로 명시, 당초 ‘부패·경제 범죄 중’으로 제한했던 원안보다 다소 완화했다.
부패나 경제 범죄의 경우 검찰이 지금처럼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그 외에 4대 범죄(선거·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의 경우 4개월의 유예기간을 두되, 선거범죄의 경우 오는 6·1 전국동시지방선거 등을 고려해 올해 12월 31일까지로 유예기간을 뒀다.
검찰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공직자 범죄나 선거 관련 범죄에 대해 수사권을 박탈한 점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높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문재인 정부 관련 공직자 범죄 사건 수사에서 검찰을 배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최종 수정안에는 심지어 검찰이 직접수사를 담당하는 반부패·강력수사부(옛 특수부)의 직제와 소속 검사 현황을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하는 방안도 담겼다.
검찰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 관련 수사를 할 수 없도록, 과거 검찰에게 주어졌던 권력 견제 역할을 완전히 없애버리거나 국회의 통제 하에 두는 게 이번 개정안의 취지로 풀이된다”며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삭제한 것은 경찰의 판단(불송치)에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해 검찰에 항고, 재항고 등을 못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대검은 입장문을 내고 고발인이 경찰의 사건 판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경우를 제시하며 “경찰의 편파수사, 축소수사, 인권침해, 수사권 남용 등이 의심되는 경우 더욱 철저한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헌재 가서 싸우겠다지만…
검찰을 대표해 대국민 언론전을 주도하고 있는 대검찰청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 검사는 “검찰이 수사를 못 하도록 하고 검사의 기소권을 제한하는 것은 내용상 위헌 소지가 있음이 명백하다”며 “법안을 관계기관 의견 수렴, 공청회 등 충분한 논의 없이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하루아침에 다수결로 강행 통과시킨 것은 절차상으로도 심각한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말 사이 중재안 합의 후 파행이라는 내홍을 겪은 국민의힘 역시 헌재에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헌재는 앞으로 한 달 안으로 가처분신청이 적법한지 사전심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가처분신청이 실효성이 있을 가능성은 낮다.
헌재 근무 경험이 있는 법조인은 “국민의힘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은 검수완박 법안의 법사위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 및 본회의 부의 금지가 주된 내용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검수완박 법안은 5월 3일이면 모든 법안 표결이 끝나기 때문에 신청 이익이 상실돼 각하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결국 국민의힘과 검찰에게 남은 것은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검수완박 법안 자체에 대한 위헌 여부와 절차의 적법성을 따지는 것이지만 ‘국회의 입법권’을 헌재가 뒤집을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현재 국민의힘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법사위 의결 과정 가운데 안건조정위원회다. 비교섭단체 1인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돼 있는데 민주당은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키는 ‘꼼수’로 비교섭단체 몫 조정위원을 지명했다. 앞선 관계자는 “탈당 등을 통해 국회에서 여러 의사 결정 과정에서 자당의 정치를 관철시키는 방법은 꼼수일 수는 있지만 그를 통한 입법안이 위헌이라고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할 수 있는 게 없는 검찰과 인수위
벌써부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개정안 공포 후’를 염두에 둔 의견들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민주당은 5월 3일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만료 전 마지막 국무회의 때 개정안을 공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후 임시 국무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차기 정부 출범일(5월 10일)을 고려할 때 부담스럽기 때문인데, 이를 위해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도 무산시키는 전략을 선택했다.
윤석열 당선인 측에서는 국민투표를 제안했지만, 이를 놓고도 ‘불가능한 카드’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4월 27일 오후 서울 통의동 인수위 건물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헌법 정신을 무시하고 검수완박 법안을 다수의 힘으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며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통해 의견을 듣는 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제안은 아니라는 풀이다.
인수위 소식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는 “국민투표를 제안하는 것은 ‘직’을 걸지 않을 경우 실현될 수 없다는 정치적 셈을 모르지 않는다”며 “애초에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알면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있음을 민주당에게 경고하고자 하는 메시지로 보는 게 맞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이미 인수위에서는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을 경찰에 파견 보내는 게 가능한지, 경찰에게 주어진 수사권에 맞춰 경찰 조직을 어떻게 손봐야 할지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검수완박은 검경 수사권 조정보다 더 많은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검찰의 역할 가운데 ‘힘 있는 자’를 수사했던 것을 경찰로 완전 넘기는 구조가 됐다”며 “윤석열 당선인이라면 검찰이 아니라 경찰 내에서 능력 있는 이들을 모아 특수부 같은 별동대를 꾸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번 법안이 통과된 뒤에도 검찰과 경찰 내 조직 구조 개편 과정에서 잡음이 계속되는 이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