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구주매출 등 악재 작용 우려…CJ올리브영 “IPO 절차 차질 없이 진행 중”
6일 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지난 4일 기준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접수하지 않았다. 지난 4월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해 본격적인 상장 절차를 밟을 것이란 시장의 전망이 빗나간 셈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CJ올리브영의 상장에 비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시각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CJ올리브영의 주식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경영리더가 11.04%, 장녀 이경후 경영리더가 4.21%, CJ가 51.15%를 갖고 있다. 올리브영의 작년 말 기준 총 주식은 1082만 8408주다. 재계에서는 CJ올리브영이 CJ그룹 오너 일가의 승계 지렛대로 활용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를 위해서는 CJ올리브영의 기업 가치를 IPO 시장에서 최대한 높이 평가 받아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우선 올해 들어 시장의 유동성이 급격히 회수되는 양상을 보인다. 특히 지난해 3월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이탈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 자금은 지난 2월과 3월 각각 18억 6000만 달러(4일 환율 기준, 2조 3556억 원), 39억 3000만 달러(4조 9773억 원)가 빠져나갔다. 두 달 새 7조 원 넘는 외국인 자금이 사라졌다.
이는 국내 IPO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시장에 유동성이 마르면서 IPO를 진행하는 기업에 보수적인 평가가 내려졌다. 지난 3~4일 진행된 SK쉴더스는 IPO를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기관의 외면을 받았다. SK쉴더스의 희망 공모가 범위는 3만 1000~3만 8800원이었지만 기관투자자의 외면으로 공모가는 3만 원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결국 SK쉴더스는 IPO를 중단했다.
지난해 분위기와 확연히 구별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장에 급격히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IPO 시장에 거품이 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IPO 기업이 공모 시장에서 평가를 잘 받았다”며 “하지만 최근 미국 기준 금리 인상 등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IPO 시장의 열기가 식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존 0.25~0.5%였던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면서 시장의 유동성 축소 압박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IPO를 준비 중인 CJ올리브영에는 악재인 셈이다.
CJ올리브영 지분의 상당 규모가 오너 일가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CJ올리브영 IPO에서 이선호·이경후 경영리더가 승계 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 구주매출을 통해 지분을 현금화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구주매출 물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시장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 1월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 절차를 철회한 배경으로 공모주의 75%에 달하는 구주매출 비중이 지목되기도 했다.
좋지 않은 환경이지만 CJ올리브영으로서는 연내 IPO가 절실하다. CJ올리브영의 주력 사업영역인 헬스앤뷰티(H&B) 사업의 성장세가 내림세를 보이는 가운데 지난해까지 CJ올리브영의 실적은 견조했다. 그러나 CJ올리브영이 연내 상장에 실패할 경우 다음 번 성공적인 IPO를 위해서는 자신의 가치를 지금보다 더 높게 증명해내야 한다. 지난해 실적을 보면 CJ올리브영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378억 원으로 전년 1001억 원 대비 37.65% 증가했다.
다만 영업으로 인한 현금흐름을 보면 지난해 248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의 의구심을 잠재우지 못했다. 이 기간 영업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매입채무가 118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6%(약 673억 원) 감소한 영향이지만 그 배경에 눈길이 쏠렸다. 통상적으로 외연이 성장하고 있는 회사의 매입채무는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향후 CJ올리브영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차가운 시선과 마주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CJ올리브영은 상장을 위해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지난 3월 무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주식 수를 기존 1082만 8408주에서 2165만 6803주로 100% 늘렸다. 기존 주주들은 1주당 1주를 신주로 배당받았다. 이럴 경우 IPO 시 같은 수의 신주를 발행하더라도 무상증자로 주식 수를 늘려 놓은 경우 구주매출 비중이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또 총 주식 수 대비 같은 비중을 공모주로 모집해도 무상증자를 통해 유통 주식 수를 늘려놓으면 주당 단가가 낮아져 투자자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효과도 볼 수 있다.
CJ올리브영은 “CJ올리브영의 상장 준비는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옴니채널(온라인, 오프라인 결합) 강화 전략으로 실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향후에도 경쟁력이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입채무를 대거 상환하면서 현금흐름이 영향을 받았다”며 “현금흐름은 축소됐지만 재무구조는 양호하게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