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매출 많아 공모주 투자자 아닌 대주주 이익에 충실 지적…향후 LG CNS·11번가 상장 부담 전망
SK쉴더스는 지난 5월 3~4일 이뤄진 기관수요예측에서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NH투자증권 등이 처음 추정한 SK쉴더스 기업가치는 4조 7000억 원이다. 2조 5000억 원대인 에스원보다 훨씬 크다. 지난해 매출과 세전이익은 에스원 2조 3125억 원에 1707억 원, SK쉴더스 1조 5497억 원에 317억 원이다. 희망공모가 산정과정에서 ADT와 알람닷컴(ALARM.COM), 퀄리스(Qualys) 등 덩치가 훨씬 크고 주가가 높은 해외 기업들을 대거 비교 대상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 주관사는 이들 3곳을 타이완세콤과 사이버원으로 대체했다. 그 결과 SK쉴더스 기업가치 평가액은 4조 2000억 원으로 줄었지만 주당 희망공모가는 3만 1000원~3만 8800원으로 유지됐다. 상각전영업이익 대비 경제적가치(EV/EBITDA)는 16.12배에서 14.86배로, 주당가치는 5만 2044원에서 4만 6679원으로 낮아졌지만 공모에 따른 할인율을 25.45%~40.32%에서 16.88%~33.39%로 낮췄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에게 값을 덜 깎아준 셈이다.
SK쉴더스 공모가가 높아진 이유는 핵심가치에 대한 평가 차이 때문이다. SK쉴더스 지난해 매출의 25.5%가 특수관계인에서 발생했다. 덩치가 더 큰 에스원과 겹치는 물리보안이 아닌 차별화 포인트, 즉 사이버보안과 융합보안의 계열사 비중은 각각 56.7%, 73.4%다.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비교기업 EV/EBITDA는 물리보안 8.78배, 사이버보안 20.94배다. 계열사 매출이 큰 부분의 가치를 부풀려 공모가를 높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시장의 평가 속에서 흥행을 위해 SK쉴더스는 공모가를 당초 제시한 희망 범위 하단인 3만 1000원 보다 낮은 2만 원 중후반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승부수도 통하지 않았다. SK쉴더스는 지난 5월 6일 금융감독원에 기업공개(IPO) 철회신고서를 제출하고 유가증권시장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올해 현재엔지니어링에 이은 '대어급' 상장 철회로 기록될 전망이다.
SK그룹 계열사인 원스토어 역시 공모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원스토어는 적자기업이어서 이익을 기준으로 한 기업가치 측정이 어렵다. 이 때문에 비교기업의 매출액 대비 시가총액이 얼마인지(PSR)를 따지는 방법으로 희망공모가 범위를 정했다. 그런데 첫 비교기업이 애플, 알파벳, 카카오였다. 덩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적정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텐센트, 네이버, 카카오, 넥슨으로 대상 기업을 바꿨다. 여전히 덩치 차이는 크지만 강행했다. 그런데 PSR이 7.05배에서 7.34배로, 주당가치는 5만 6347원에서 5만 8678원으로 더 높아졌다. 할인율을 26%~39.1%에서 28.9%~41.5% 살짝 더 높였지만 희망공모가 범위는 3만 4315원~4만 1697원에서 3만 4327원~4만 1720원으로 더 높아졌다.
원스토어는 지난해 3월 KT와 LG유플러스를 대상으로 3자배정 증자를 했다. 이때 보통주 발행가는 1주당 3만 2500원이다. 희망공모가 상단 기준으로 1년 사이 기업가치가 28% 높아진 셈이다. 원스토어는 2020년 1552억 원이던 매출이 2021년 2142억 원으로 늘었지만, 세전이익은 20억 원 흑자에서 55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공모가 논란 기업의 공통점은 기업공개가 회사와 공모주 투자자가 아닌 대주주와 경영진의 이익에 더 충실하다는 점이다. SK쉴더스의 구주매출(1265만 주)은 신주발행(1445만 주)에 버금가는 규모다. 2대 주주인 블루시큐리티인베스트먼트는 2018년 SK텔레콤이 ADT캡스를 인수할 때 재무적 투자자(FI)로 5740억 원을 투자해 현재의 지분을 얻었다. 이번에 보유분의 45.2%가 구주매출. 취득가는 2594억 원인데, 희망공모가 상단이면 4908억 원에 팔 수 있다. 90% 이상의 수익률이다.
원스토어는 공모주의 29%(193만 5000주)가 구주매출이다. 2대주주인 SKS키움파이오니어는 2019년 3자배정 증자 때 주당 2만 5185원에 현재의 지분을 확보했다. 보유분의 절반을 이번에 파는데, 희망공모가 상단이면 66%의 수익률이 가능하다. 이번 IPO 과정에서 원스토어는 직원들의 우리사주 취득자금 대출을 위해 담보를 제공했다. 우리사주 매입을 독려한 것은 그만큼 다급하다는 반증일 수 있다.
SK쉴더스와 원스토어 공모는 향후 이뤄질 LG CNS와 11번가 상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두 회사도 5월 중 상장 주관사를 선정한다. LG CNS는 지난해 매출액 4조 1431억 원, 영업이익은 3286억 원이다. 동일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SDS는 지난해 매출 13조 6300억 원, 세전이익 8575억 원이다. 현재 시가총액은 11조 5000억 원이다.
LG CNS 최대주주인 (주)LG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2020년 5월 지분 35%를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 PE본부(맥쿼리PE)에 매각했다. 당시 평가된 기업가치는 3조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상장이 된다면 상당한 구주매출 물량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현재 시장에서는 LG CNS 공모 시 기업가치가 최대 7조 원까지 평가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삼성SDS의 가치를 생각하면 공모가 논란이 일 가능성이 크다. 공모가가 높아질수록 맥쿼리PE의 수익은 커진다.
11번가는 2020년 매출 5456억 원에 영업손실 98억 원, 지난해 매출 5614억 원에 영업손실 694억 원을 기록하면서 2년째 적자행진이다. 원스토어와 꼭 닮았다. 11번가는 지난 2018년 사모펀드(PEF) H&Q 등에 지분 18.2%를 주고 5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5년 내 상장을 약속했다. 당시 인정됐던 기업가치는 2조 7000억 원이다. 시장에서는 SK그룹이 최대 5조 원을 노린다는 관측이 나온다. 5조 원을 인정받는다면 최대 수혜는 2대 주주인 사모펀드가 된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