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건설업 수혜 예상, 바이오산업에는 부담…전경련 허창수 회장의 보폭도 눈길
#윤석열 대통령과 GS그룹
윤석열 대통령이 민간 주도 부동산 공급 확대 정책을 예고하면서 건설업체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GS건설은 현대건설과 더불어 아파트계의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 전후로 부동산 규제 완화 관련 정책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이는 최고 수준의 정비 사업 경쟁력을 보유한 GS건설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건설업계는 특성상 국가 정책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인지 GS건설은 지난 3월 대선이 끝난 후 박근혜 정부 시절 국토교통부 장관을 역임했던 강호인 법무법인 율촌 고문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GS건설은 당시 “건설 산업 전문가로서 회사 내 투자 의사 결정과 리스크 관리 등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좋은기업지배연구소는 “독립성 훼손이 우려된다”고 밝히는 등 시민사회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원전 확대 공약이기도 한 원전 사업에도 GS그룹은 적극적이다. GS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삼성물산은 지난 4월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세계 소형모듈원자로(SMR) 발전소를 공동 건설·운영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MR은 대형 원전의 10~20분의 1 크기인 소형 원전이다.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은 당시 “뉴스케일파워의 세계 최고 SMR 기술과 한국의 우수한 역량이 어우러져 전 세계에 큰 기여를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GS건설은 대우건설·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발주한 ‘수출형 신형연구로·부대시설 건설공사’ 시공권을 확보했다.
GS그룹에 부담이 가는 영역도 있다. 바이오 사업이 대표적이다. GS그룹은 최근 투자한 휴젤을 통해 바이오 신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휴젤의 주요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의 정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휴젤은 올해 1분기 수출액이 지난해 1분기 대비 9.8% 감소했다고 밝혔다. 중국당국이 최근 상하이를 봉쇄한 것이 수출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추가 배치를 언급하면서 대중관계도 악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중관계가 악화되면 휴젤의 수출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휴젤의 연간 중국 매출 추정치를 291억 원에서 269억 원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전했다. 일요신문은 휴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새로운 정부에서 전경련 위상은?
GS그룹 오너 일가인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도 최근 주목받는 재계 인사 중 한 명이다. 허 회장은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가졌고, 지난 5월 11일 윤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다른 재계 인사들도 윤 대통령과 회동을 가졌다. 문재인 정부가 전경련을 각종 행사에서 배제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전경련은 과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후 위상이 추락했고, 허 회장은 위상 회복을 위해 노력했지만 지난 정부에서는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다.
전경련의 활동이 늘어나면 GS그룹도 간접적인 혜택을 입을 수 있다. 일례로 (주)GS는 지난해 전경련 주도로 발족한 ESG 연합회의체 ‘K-ESG 얼라이언스’에 참여했고, 전경련이 브엉 딩 후에 베트남 국회의장을 초청할 때도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이 참석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전경련 이미지가 좋지 않지만 해외 사업에 있어서 전경련의 네트워크는 충분히 활용 가치가 있다”며 “인적 자원 소개나 비공개 모임 등을 감안하면 전경련의 부활이 GS그룹에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경련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지난 3월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에 대한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집무실을 이전할 경우 관광 수입이 매년 1조 8000억 원 발생할 것”이라며 “사회적 자본 증가로 인한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가 1조 2000억~3조 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전경련이 지난 4월 발표한 노동 공약 관련 의견조사에서는 “새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이 전반적으로 기업 경영과 고용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응답이 부정적 의견보다 높게 나타났다”며 “민간중심의 일자리 창출, 근로시간 유연화 등의 새 정부 노동 공약을 기업 실무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정책 건의도 적극적이다. 전경련은 지난 3월 국내 경제 단체 중 가장 먼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정책 제안서를 제출했다. 지난 5월 3일에는 청정에너지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과제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허창수 회장을 취임식에 초대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전경련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주요 경제단체 지위를 인정받았지만 4대그룹(삼성·SK·현대자동차·LG) 재가입이라는 숙제가 남아있다. 4대그룹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악화된 여론을 의식해 전경련을 탈퇴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삼성 등 4대그룹이 해외에도 널리 알려진 기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이 있고 없고는 해외 교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부 입장에서도 정책 실현을 위해서는 4대그룹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로는 4대그룹의 전경련 재가입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3월 전경련 재가입 의사에 대해 “여건이 되면 고려할 수도 있다”면서도 “지금으로서는 여건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아 아직은 가입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전경련 관계자는 “현재로는 본연의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열심히 활동하다 보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