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조 매출 기대 속 지배력 강화 숙제…모회사 새로닉스 정체 국면 ‘계열분리 쉽지 않아’
새로닉스는 당시 투자 부담을 덜기 위해 엘앤에프를 다른 투자자들과 공동 설립했다. 허치경 당시 새로닉스 부회장 등이 엘앤에프 지분 42.2%를 확보했고, 새로닉스는 23.4%의 지분만 인수했다. 이후 증자를 거치면서 2002년 새로닉스의 지분율은 18.7%로 줄었다. 엘앤에프에 대한 허 씨 일가의 지배력이 강하지 않은 이유다. 새로닉스와 엘앤에프는 현재 GS가 4세인 허제홍 새로닉스 대표(엘앤에프 이사회 의장)가 이끌고 있다.
#양극재 기술력 앞세워 매해 매출 조 단위 ‘점프’
엘앤에프는 창사 이래 최대 호황기를 맞고 있다. 2010년만 해도 매출이 1000억 원에 그쳤고, 2020년 매출 역시 3500억 원대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조 원 돌파가 예상된다. 키움증권은 엘앤에프가 2022년과 2023년 각각 2조 4218억 원, 3조 4020억 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엘앤에프는 2차전지 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한다. 엘앤에프의 주력 품목은 양극재 중에서도 가장 효율이 좋다는 NCMA다. NCMA는 니켈과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이 들어가는 하이니켈계 양극재로 엘앤에프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통상 니켈은 에너지 밀도, 코발트와 망간은 안정성, 알루미늄은 출력 특성에 각각 관여한다. 엘앤에프는 NCMA에 소량의 알루미늄을 더함으로써 니켈이 갖고 있는 불안정성을 줄이는 동시에 밀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엘앤에프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등 대부분의 배터리 완제품 제조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기대되는 곳이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맺었던 기존 공급계약이 내년 말 끝나면서 대규모 신규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엘앤에프의 NCMA 양극재가 적용된 테슬라 차량은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출하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NCMA에 대한 테슬라의 만족도가 높다면 공급 물량은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전창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엘앤에프에서 NCMA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45%지만 내년 이후로는 70~80%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엘앤에프의 양극재 생산능력 또한 올해 4만 5000톤(t)에서 2023년 13만t, 2025년 20만t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전창현 연구원은 “테슬라의 전기차 시장 지배력이 높아질수록 그 수혜를 누릴 수 있는 구조”라며 “2차전지 소재 업종 내 최선호 투자종목으로 지정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도 NCMA 양극재 개발을 완료해 향후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은 있다. 그래도 엘앤에프가 범 GS가인 관계로 아예 거래 관계를 끊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GS 계열사들 시가총액도 앞질러…과제는 지배구조 개편
엘앤에프는 범 GS 가문 중 가장 주목받고 있다. 제조기업 하나에서 시작해 시가총액을 6조~7조 원까지 늘렸기 때문이다. 엘앤에프의 주가는 최근 1년여 동안 10배 이상 오르면서 주요 GS그룹 계열사들을 시가총액에서 앞서고 있다. GS그룹 계열사들의 시가총액은 대부분 3조~4조 원 수준이다.
다만 신규 사업을 찾은 엘앤에프와 달리 모회사 새로닉스는 LCD 사업만 하고 있어 연 매출이 1000억 원대에 그친다. 엘앤에프 경쟁사들이 직·간접적으로 모회사와 계열사 지원을 받는 것과 달리 엘앤에프는 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사실 새로닉스는 나름대로 엘앤에프에 대한 신규 투자를 지원해왔다. 새로닉스와 관계사 광성전자는 2016년 20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2020년에는 826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지난 7월에도 4966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일부 참여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있었던 유상증자는 규모가 너무 커 새로닉스와 허제홍 대표, 허제현 엘앤에프 이사(허제홍 대표 동생) 등은 소액만 참여하고 나머지는 신주인수권을 매도했다. 이로 인해 새로닉스와 특수관계자들의 엘앤에프 지분율은 27.94%에서 22.94%로 낮아졌다.
새로닉스와 엘앤에프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새로닉스의 엘앤에프 지분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허 씨 일가의 새로닉스 지분마저 충분하지 않다. 허제홍 대표의 새로닉스 지분율은 21.04%, 허제현 이사의 지분율은 14.06%에 그친다.
두 사람의 부친인 허전수 새로닉스 회장은 2010년 별세했다. 다른 기업이었다면 형과 동생 간의 계열분리도 끝마쳤어야 하지만 지분율이 높지 않고 실적이 괜찮은 계열사도 엘앤에프 한 곳이다 보니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내부적으로 어떤 식으로든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엘앤에프를 직접 보유하고 있어야 어떻게든 활로를 찾을 텐데 중간에 새로닉스가 있는 데다 새로닉스는 정체 국면을 맞고 있어 오너 일가 입장에서 고민이 클 것”이라며 “엘앤에프를 비롯한 2차전지 업체들은 아직 회수 단계가 아니라 투자 단계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엘앤에프 관계자는 “계열분리 관련 소식은 들어본 바 없다”고 일축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