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신체 불법 촬영·촬영물 유포까지 사실상 모두 인정…“사진 본 3자들도 범죄 인정될 수도”
지난 10일 래퍼 던밀스의 아내 A 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 남자 래퍼를 저격했다. A 씨는 "DM으로 여자 만나고 다닌다는 것까지만 이야기 하네? 그 뒤에 몰카 찍어서 사람들한테 공유했던 것들은 얘기 안 하네? 양심적으로 반성했으면 그런 말도 방송에서 못 했을 텐데 그런 게 전혀 없었나 보네? 그만 하면 좋겠다. 점점 경찰서에 신고하고 싶어지니까"라는 폭로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친한 동생이 그렇게 찍힌 사진, 보낸 카톡 내용 다 가지고 있고 신고하면 다른 사람들도 피해 볼까봐 참았다는데 모두가 보는 방송에서 그런 말을 한다는 건 전혀 그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는 거네. 정준영이랑 다른 게 뭐지? 그 동생은 너무 힘들어서 자살시도까지 했었는데"라고 비판했다. A 씨는 이어 "(피해자를) 달래라 설득시켜라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라. 누가 그런 말 했는지 다 얘기할까?"라며 "떳떳하게 하지 못할 말은 피해자에게도 하지 마라. 본인 엄마, 누나, 동생, 딸이 당했다고 생각해라. 그 카톡방에 있는 방관자 분들 정신 차려라. 진짜 많이 참고 그 사람들까지 언급 안 하는 거 다 알텐데 이런 식으로 하는 게 말이 되나? 당신들 인생만 중요하냐?"라고 분개했다.
A 씨가 저격한 래퍼는 뱃사공(본명 김진우·36)으로 알려졌다. 뱃사공은 한 웹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DM을 보내 만나게 된 이성이 있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어 A 씨의 저격글 내용과 일치했고, 폭로 이후 팬들의 해명 요청에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아 실제 그가 맞다는 여론이 굳어져 가고 있었다.
이에 뱃사공은 폭로 사흘 만인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물의를 일으켜서 미안합니다. 제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사과하고 반성하겠습니다"라는 두 줄 짜리 사과문을 남겼다. 자신이 저지른 행위나 피해자의 피해 회복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무성의함에 일반 대중은 물론 그의 팬들로부터도 비판 댓글이 쏟아졌다. 팬들은 "진짜 이렇게 성의없는 사과문은 처음 본다" "이제까지 좋아하고 응원했던 게 너무 후회된다" "개인적인 반성으로 퉁칠 게 아니라 죗값을 받아야 할 심각한 범죄다"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현재 알려진 피해자 외에도 더 있을 것을 암시하는 일부 댓글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앞서 같은 날 A 씨는 폭로에 대한 추가 부연 설명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다. 그는 "먼저 이번 당사자와 피해자는 사과와 더불어 대화를 나눴다고 하고 다소 더 확대해석될 부분들에 대한 당사자의 우려를 반영해 확실히 명시하고자 전해드린다"라며 피해 사실에 대해 설명했다. 뱃사공이 유출한 불법촬영물은 '상습 유출'이 아니었고, 성행위 영상이 아닌 피해자가 속옷을 입지 않은 채 자고 있는 상태에서 얼굴 측면을 포함한 신체 일부가 노출된 사진을 동의 없이 촬영한 것이라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이어 뱃사공의 피해자로 추정되는 여성이 불법촬영 동영상 공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하는 DM을 공개했던 것에 대해서는 "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해 동의를 구하고 (DM) 캡처본을 올렸으나 그 후 당사자(남자 분)한테 전해들은 이야기와 피해자 친구분들의 주장이 엇갈렸다. 정확한 증거 없이 제보자 분들의 이야기만 듣고 스토리에 올렸던 DM은 경솔했다"고 사과했다.
A 씨는 이어 "제가 처음 (폭로) 스토리를 올린 건 저와 친한 피해자가 사진을 보여주며 피해 사실을 호소했고, 피해자 분과 상의해서 올리게 된 것"이라며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몇몇 분들이 피해자까지 특정하려고 하고, 피해자와 저를 모욕하는 발언들로 인한 두려움이 생겼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상대방에게 직접 사과를 받고 대화를 했다고 하며 이 일이 더 이상 커지는 것은 무섭고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저는 오늘 이후로 이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해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고 정리했다.
뱃사공이 폭로 내용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올린 만큼 이 사건은 피해자와 합의한다고 해서 그대로 종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 해당하며, 촬영 사실 만으로도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한 것도 사실이라면 뱃사공은 물론 이 촬영물을 저장 또는 시청한 제3의 인물 역시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한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단순히 시청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유죄가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사진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서 불법으로 촬영된 것을 인지한 상태로 이를 받아 보거나 관련 대화를 나눴다면 혐의를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뱃사공이 동의 없이 촬영한 것임을 밝혔거나 사진 속 상황만으로 충분히 불법 여부를 알 수 있는 상태에서도 문제의식 없이 '즐겼다면' 이들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