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이달 말 ‘민생안정대책’ 발표
2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승용차 개소세 인하 조치를 포함해 고물가 대응과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한 민생대책을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유가 상승과 공급망 차질 등으로 물가 상승률이 5%선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각종 조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취임 후 첫 경제장관간담회에서 “국민 민생 부담을 덜어드리는 것이야말로 새 정부 경제팀의 최우선 당면 과제”라며 “관계부처 논의를 위해 민생안정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승용차 개소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았다. 승용차를 살 때는 개소세와 교육세(개소세액의 30%),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현재 승용차를 사면 기존 5%에서 30% 낮은 3.5%의 개소세가 부과되는데 이를 올해 말까지 지속하는 방안이다.
개소세가 30% 내려가면 소비자는 최대 143만 원(개소세 100만원·교육세 30만원·부가가치세 13만원)의 세금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출고가 3500만원의 중형 승용차 기준으로는 개소세, 교육세, 부가세를 포함해 총 75만 원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정부의 개소세 인하 연장 검토는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보다 4.8% 상승하며 13년 6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오르는 등 물가 급등으로 가계 부담이 커진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예정대로 6월 말 승용차 개소세 인하 정책을 종료하면 소비자의 차량 구매 부담이 커지면서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경제 둔화 조짐을 보일 때마다 개소세 인하 정책을 꺼내 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유럽발 재정위기 때인 2012년, 메르스 사태가 불거졌던 2015년 등이다. 경기 둔화 가능성이 나왔던 2018년 7월~2019년 말에도 개소세를 30% 인하했다.
그러다가 코로나19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2020년 6월까지는 개소세 인하 폭을 70%(100만원 한도)로 확대했다. 2020년 하반기부터는 인하 폭을 다시 30%로 되돌렸지만, 이후에도 인하 조치가 계속 연장되고 있다.
기재부는 개소세를 6개월간 30% 인하하면 세수가 40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개소감소분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시 세입 경정 과정에서 이미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달 말 발표하는 대책에 개소세 인하 외에도 물가 안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물가 안정과 관련해 핵심 과제로 꼽고 있는 밀가루와 경유에 대해서는 이미 발표한 조치를 강력하게 추진하되 보완 방안도 필요할 경우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지급 기준가격을 기존 리터(L)당 1850원에서 1750원으로 낮춰 화물차·택시 등 생계형 경유 운송 사업자에 보조금을 L당 105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밀가루에 대해서는 제분업체의 가격 인상 최소화를 조건으로 가격 상승 소요의 70%를 국고로 한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추경안에 담았다.
국제가격 상승으로 공급 차질 우려가 불거진 식용유의 경우 올해 초부터 할당관세를 적용 중인 대두 이외에 식용유 수입 관련 품목에 추가로 할당관세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도 정부는 각종 생활필수품과 가공식품, 음식 재료 등의 급격한 가격 인상과 유통 과정 교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발주 상황 등을 적극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