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예비후보 여론조사 0.9% 기록하기도…“미래에 대한민국 지킬 군인 없다는 것 무서워”
최근 일요신문과 만난 차일호 방배결혼정보회사 회장 겸 한국결혼상담협회 회장의 말이다. 77세인 차 회장은 최근 서울시장 선거 예비후보로 활동했다. CBS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5월 6일부터 7일까지 양일간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조원씨앤아이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차 회장의 지지율은 원내 정당들에 이어 4위인 0.9%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차 회장은 본 후보 등록에는 실패했다. 후보 등록 당일 추천서 몇 장이 부족하단 것을 뒤늦게 깨닫고 보충했지만 등록 시간을 약 10분 넘겨버렸다. 차 회장은 “아쉽게 됐지만 2년 뒤 국회의원 선거에 또 출마할 것”이라고 했다. 차 회장은 과거 서초구청장 3번, 국회의원 선거도 1번 출마했다가 낙선한 경력이 있다.
그의 계속된 출마 고집의 이유는 뭘까. 차 회장은 “나도 당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안다. 다만 출마를 통해서라도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리고, 저출산 대책 공약을 홍보해야 한다는 꿈이 있다”고 호소했다. 이런 차 회장은 주변에서 돈키호테로 통한다. 차 회장에게 출마 이유와 저출산 문제에 집착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중매 대통령’이라고 통했다.
“내가 직접 양복을 사본 적이 없다. 대학교 때부터 짝을 잘 맺어준 게 소문났다. ROTC로 복무한 군대에서도 소문이 퍼져 중매를 부탁 받았고, 성공하면 양복을 선물 받다 보니 옷장이 양복으로 가득 찼다. 참모총장 아들을 중매해 결혼시켜 ‘중매대장’이라고 다들 불렀다. 장기를 살려 중매쟁이를 업으로 삼다 보니 맺어준 커플만 4000쌍에 가깝다. 대부분 최상류층이나 권세가 자제, 유명인, 전문직을 중심으로 했다. 그러다 보니 ‘자니윤쇼’를 시작으로 ‘아침마당’, ‘황금알’ 등 100회 이상 TV 출연도 하게 됐다.”
―우리가 알 만한 사람들도 중매를 부탁하나.
“의뢰 받은 사람은 철저히 비밀로 해야 한다. 전임 대통령 친인척, 이름 들으면 알 만한 과거 유력 대선후보 자제, 재벌가 자제 등이 고객으로 있다. 유명 아나운서, 연예인들이 스스로 찾아오기도 한다.”
―그 정도면 중매로 돈도 많이 벌었을 것 같다.
“돈은 충분히 벌었다. 건물도 있다. 자식들도 모두 성공했다. 물려줄 걱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출마하는데 드는 돈이 큰 문제가 아닌 이유다. 다만 그렇게 번 돈을 쓰다 죽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가장 큰 문제인 우리나라 인구 절벽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었으면 할 뿐이다. 저출산 해결이 내 평생소원이란 걸 아니 가족들도 출마를 걱정은 하지만 크게 만류하지도 않는다.”
―아무래도 유명 결혼정보업체를 운영 중인 만큼 출마를 통한 홍보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홍보라면 차라리 그 돈으로 광고비에 쓰는 게 나을 수 있다. 내가 출마한다고 돈 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ROTC 소위로 임관한 월남 참전자로 국가 유공자다. 10년, 20년 뒤면 미래에 대한민국을 지킬 군인이 없다는 것이 무서울 뿐이다.”
―과거에도 여러 번 출마했다.
“1995년 베트남 정부와 대한민국 보건복지부 공동으로 가난해서 결혼을 못하는 농촌 총각을 데리고 베트남에 가서 베트남 한인 2세인 라이따이한 여성과 결혼하는 프로젝트를 했다. 항공권, 혼수 등을 내 돈으로 지원했다. 당시 아파트 한 채 값을 썼다. 결혼 이후 이들 모두 잘 살고 이혼하는 커플이 한 쌍도 없었다. 내가 살고 있는 서초구 전체에서 혼인율을 올려 행복한 구가 되면 다른 구 젊은이들도 부러워 결혼 생각이 들 것이라 생각했다. 행복한 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출마했다 고배를 여러 번 마셨다.”
―그럼 국회의원 출마는 왜 했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인구 절벽 문제가 심각해지고 이를 뒷받침할 법안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021년 출산율이 0.81명이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이 사라진다. 그런데 혼인 대비 출산율은 그보다 높은 1.3명 정도다. 일단 결혼을 하면 1명 이상 낳는다는 얘기다. 다가올 인구 절벽을 막기 위해서는 일단 결혼을 최대한 많이 시켜야 한다. 농촌 총각 결혼처럼 결혼할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도 좋지만 ‘신혼부부 맞춤 주택’처럼 결혼하면 받을 수 있는 혜택도 늘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 시장 선거에서 본 후보로 등록은 못했지만 예비후보로 활동했다. 출마 이유는 뭔가.
“서울시장 선거를 나간다고 당선된다는 기대는 없었다. 다만 정책을 홍보할 기회가 되리라고 봤다. 감사하게도 여론조사에서 0.9%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투표용지 인쇄 전 여야 어느 당이든 저출산 공약을 강화하거나 내 공약을 받아주면 내 지지율을 몽땅 주고 해당 캠프에서 활동하겠다고 말하려고 했다. 사람들은 거시 담론에 관심 가지기 어렵지만 최소한 미래를 설계한다는 정치권은 저출산 문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초등학교가 사라지고 있는데 저출산 공약 예산에는 허튼 돈이 많다. 이번이 안되면 2024년 국회의원 선거에 또 출마할 생각이다. 그때는 대한민국 미혼남녀의 결혼을 뒷받침할 법적 지원 제도 공약을 준비하겠다. 결혼을 통한 저출산 극복이 꿈이자 목표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