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쟁투 대형 화재’ 일단 불길 잡았지만…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심각한 내홍을 겪은 쌍용화재는 일단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어 4월에 해임된 양인집 대표이사를 복귀시키면서 내분이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16일 공시에서는 대내외 악재를 물리치고 지난분기 5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쌍용화재는 7월1일부터 인터넷으로만 가입을 받는 ‘이유(eYou)다이렉트보험’을 출시하면서 하반기 실적이 더욱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직원들이 경영정상화에 매진하는 것과 달리 대주주들의 경영권 분쟁은 쉽게 사그라들지 의문이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대주주간 지분정리가 아직 확실하게 되지 않아 분쟁의 불씨는 꺼졌다고 볼 수 없다. 현재 쌍용화재의 대주주는 지분 24%를 가지고 있는 세청화학과 20%를 가지고 있는 대유컨소시엄이다. 양측은 이미 지난 7월 초에도 연쇄회동을 통해 경영권 분쟁 해소를 위한 대타협을 시도한 바 있다. 당시 결정에 따르면 단일 지배구조 체제를 구축하는 등 경영혁신 방안을 마련해 9월 말까지 실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합의 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문제는 불거졌다. 지난 7월29일 세청화학측 대주주인 이창복 회장(대표이사)은 대유측 임원인 김종직 부사장을 면직했다. 양측을 대표하는 최고임원이 갈등 와중에 상대를 면직시킨 것이다.
당시 경영 실무는 사장직무대행 조성린 이사가 보고 있었다. 조 이사는 금융감독원 출신으로 중립적 위치에 있는 인물. 당시 휴가중이었던 조 이사는 8월1일 출근해 이 사실을 보고받고 김도원 전무, 임양진, 조훈증 고문을 해임했다.
김도원 전무와 조훈증 고문은 세청화학측 임원이었고 임양진 고문은 대유측 임원이었다. 조훈증 고문은 지분 2.3%를 가진 주주고 임 고문은 대유컨소시엄측 대주주인 현대금속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조 이사는 ‘고문’들이 회사의 경영개선보다는 세청화학과 대유컨소시엄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들어와 있다고 판단, 이들을 해임한 것이다.
그날 오후 이 소식을 들은 이창복 회장은 다시 조 이사를 사장 직무대행에서 면직시켰다. 대주주인 자신과 상의 없이 대주주측 임원을 해임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라는 것이 주변의 평이다. 주말을 빼고 영업일만 따지면 불과 이틀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쌍용화재는 모그룹인 쌍용그룹이 해체되면서 2002년 4월 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파행운영을 겪어왔다. 삼애인더스와 중앙제지가 대주주로 경영권을 행사했다. 중앙제지는 당시 지배주주승인을 받지 못해 유상증자납입일을 몇 번씩 어기고 주식감자에 대한 공시를 제때 하지 않아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예고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세청화학과 대유컨소시엄은 유상증자와 장외매수를 통해 쌍용화재의 지분을 사들였다. 세청화학은 가방, 구두, 카시트의 소재를 가공하는 회사고 대유컨소시엄측의 현대금속은 도어록을 만드는 회사다. 세청화학은 세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에 참여해 1대주주가 되었다. 전 세청화학 회장이었던 이창복 회장은 3월18일 공동대표이사로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그뒤 한 달 후인 4월21일 기존의 양인집 대표이사 사장을 해임하고 자신이 단독 대표이사가 되었다. 한 달간 공동대표라는 과도기를 거친 것은 갑작스런 대표이사직 변동에 대한 견제를 최소화하자는 의도라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양 사장의 해임 절차도 문제가 됐다. 양 사장이 이전에 제출해 놓았던 사표가 급작스레 수리됐다는 것. 이 사표는 당시 경영정상화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제출했었다고 한다. 양 사장은 이 회장이 수리한 사표가 사본이기 때문에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가 지난 이사회의 경영정상화 결정으로 다시 복귀하게 됐다.
올해 4월8일에도 쌍용화재의 임시주총이 화제였다. 양대 주주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이사진을 구성하기 위해 주총장에서 결의안을 수정해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극심한 말다툼과 몸싸움이 오가고 휴회가 반복되는 파행을 겪었다. 이 주총 결의안을 무효화해 달라는 소송도 소액주주인 (주)아모스에 의해 제기된 상태다.
한편 쌍용화재는 다른 업체에 의해 꾸준히 M&A가 시도되고 있다. 특히 그린화재는 쌍용화재 인수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선 상태다. 지난 3월 그린화재가 베이시스엠앤에이로부터 콜옵션을, 현대금속으로부터 교환사채권을 사들여 지분 12.14%를 확보하고 인수의사를 밝히자 쌍용화재측에서 오히려 그린화재를 인수하겠다고 발끈했지만 실제로 인수작업에 나서지는 않았다.
그린화재측은 “지금 쌍용화재에 대해 말하고 나서기가 조심스럽다. 현재로는 쌍용화재의 대주주간 분쟁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관망중”이라는 입장이다. 대주주인 세청화학과 현대금속측은 “정상적인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지 않느냐”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8월12일까지 한 달간 쌍용화재에 대한 특별검사를 진행한 후 현재 자료를 분석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양측 대주주들이 일단은 경영권 분쟁을 일단락한 것 같다. 검사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 현재의 대주주들에 대해 지배주주승인을 내준 책임을 묻는 비난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지배주주승인요건은 해외법인의 경우에는 보험사 운영경력이 있어야 하지만 국내법인의 경우에는 재무구조에 문제가 없고 처벌을 받은 적이 없을 경우 승인하게 되어 있다”고 답했다.
쌍용화재는 9월8일 본사 대강당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단일화할 예정이다. 임시주총까지 양대 주주 중 한쪽은 경영에서 손을 떼고 단순투자자로 남고, 이에 따라 새로운 이사진들을 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쌍용화재측은 전했다. 최근 “너무 심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쌍용화재에 대한 좋지 않은 소식들이 알려지는 것을 의식한 대주주들이 갈등을 잘 수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