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오류’ 출마하며 ‘답’으로 정정? 농지법 위반 소지, 상속 등기 시점도 석연찮아…노 후보 “직원이 신고해 잘 모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6·1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자 재산신고사항에 따르면, 노 후보의 아내 최 아무개 씨는 경기도 포천시에 1458㎡(약 441평) 규모 답(논)을 소유하고 있다. 부동산등기부 확인 결과, 최 씨는 언니와 함께 이 땅 지분을 절반씩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았다. 소유권 이전 등기는 2017년 8월 29일 마쳤다.
그런데 일요신문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고위공직자 재산등록사항을 확인해보니, 과거 노 후보는 아내가 상속받은 포천시 토지 지목을 임야로 신고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무려 다섯 차례나 그랬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해당 토지는 적어도 1981년부터 지목이 답이었다. 심지어 노 후보는 토지가액은 개별공시지가에 따라 정확히 기재했다. 2017년 1억 5075만 7000원, 2021년 1억 4813만 3000원으로 가격은 비슷했다. 2017년 신고 때는 해당 토지가 상속받은 것이라고도 적었다. 유독 지목만 실제와 다르게 신고했다.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노영민 후보는 5월 26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포천시 토지를 과거에는 왜 임야로 신고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한 번도 아니고 다섯 번이다. 본인 재산신고 내역을 어떻게 모를 수 있느냐"고 되묻자 노 후보는 "누가 재산신고를 직접 하냐, 직원이 한다. 아무튼 모른다"고 말했다. 농지 경작 여부에 대해서는 "농지를 함께 상속받은 처형이 관리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농지 소유권 이전 등기를 2017년 8월 29일에 마친 점도 수상쩍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소유권 이전의 원인은 '2000년 2월 7일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이다. 노 후보의 장인이 2000년 2월 7일 사망한 후 17년이 지나 토지 상속 등기가 마무리된 셈이다. 공교롭게도 노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첫 주중대사로 임명된 2017년 8월 30일 바로 전날이기도 하다. 토지 관련 세금 문제 등을 임명 직전 모두 해결한 것으로 추정된다.
노 후보 일가의 농지법 위반 여부를 두고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은 상속받은 농지 면적이 1만㎡ 이하인 경우 농사를 직접 짓지 않더라도 처분 대상이 아니라고 2019년 2월 판결했다. 다만, 대법원 판결 이전에는 상속받은 농지라고 해도 농사를 짓지 않으면 1년 이내에 처분해야 했다. 즉, 노 후보의 아내와 처형이 사실상 2000년에 농지를 상속받은 뒤 1년 이상 농사를 짓지 않은 기간이 있었다면 농지법 위반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노 후보는 2004년 국회의원 선거 청주시 흥덕구을에 출마해 당선됐고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지냈다.
일요신문이 5월 26일 찾아간 노 후보 아내 소유 포천시 농지는 최근 모내기를 마친 모습이었다. 농경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처형이 농지를 관리했다는 노 후보의 해명이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다. 포천시 농지 부동산등기부에 기재된 노 후보 처형의 주소는 경기도 부천시다. 두 곳 사이 거리는 도로로 82km. 승용차로 가면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노 후보가 주중대사로 임명되기 한 달 전인 2017년 7월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장관 후보자들은 농지법 위반 지적을 받았다.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아내는 경기도 양평군에 소유한 농지에 농작물을 키우지 않고 건물을 지었다.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는 충북 보은군에 소유한 농지 일부를 주택 마당으로 사용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아내는 경기도 양평군에 소유한 농지 일부를 마당처럼 사용했다.
노 후보는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다주택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으로 연일 비판받자, 집값 안정을 위해 솔선수범하겠다며 청와대 내 다주택자 참모들에게 한 채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은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노 후보는 3선 의원을 지낸 지역구인 청주 아파트를 처분하고 서울 서초구 반포아파트를 남겼다. 그러자 "비서실장조차 지역구를 버리고 강남의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탔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노 후보는 반포아파트도 처분해 무주택자가 됐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