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선거 ‘관성’ 자신감, 민주당 10년 연승 보며 ‘가속도’ 기대…홍준표 오세훈 등 거물 당선엔 경계심
#뉴턴의 제1법칙과 ‘허니문’
군부세력의 집권이 끝나고 문민정부가 등장한 이래 대선 직후 1년 이내에 전국 단위 선거가 치러진 사례는 김대중 정부와 이명박 정부 모두 2차례 있었다. 1997년 12월 18일 제15대 대선에서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의 DJP연대를 통해 승리한 김대중 대통령은 공동정부를 만들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한 지 3개월여 만인 1998년 6월 4일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됐다. 대통령 취임 한 달도 안 돼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올해 상황과 엇비슷했다.
당시 지방선거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이끄는 새정치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연합공천을 통해 수도권을 모두 거머쥐는 등 광역 단체장 16자리 중 10자리를 따내는 압승을 거뒀다. 당시 제1야당인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광역단체 6곳(영남 5곳+강원도)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특히 한나라당은 서울에 최병렬, 경기에 손학규, 인천에 안상수를 공천하는 등 거물들을 출마시키고도 수도권에서 참패해 충격이 컸다. DJP연합의 위력 과시라고도 볼 수 있지만, 당시 지방선거는 국민들이 대통령 취임 직후 ‘허니문 선거’를 허용해준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허니문 바람은 정계 개편까지 이끌어냈다. 이인제 전 의원이 이끌던 국민신당은 논산시장에 당선된 전일순 후보를 제외하고는 모든 출마 후보가 낙선했다. 패배 여파로 국민신당은 당을 해체했고, 이인제 전 의원은 새정치국민회의에 합류하게 된다.
대선과 전국 단위 선거가 맞닿아있던 다음 사례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2007년 12월 19일) 3개월여 만에 있었던 제18대 국회의원 선거(2008년 4월9일)였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허니문 선거를 만들며 153석을 가져가 과반을 넘겼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의 친이계 의원 공천에 반발해 독자 정치세력화했던 친박연대가 14석, 충청권 중심의 자민련 후신인 자유선진당이 18석을 얻는 등 범여권이 압승을 거두면서, 새 대통령이 나온 직후 선거는 허니문 결과로 귀결됨을 또다시 보여줬다. 반면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은 81석을 가져가는 데 그치며 참패했다.
당시를 기억하는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공천을 둘러싸고 내분이 일어나면서 공천학살 등 섬뜩한 단어가 난무했다”며 “그런 와중에 한나라당 단독으로 과반을 확보했고, 범여권 성향 정당까지 감안하면 압승이었다. 여당이 분열된 와중에서 승리한 것은 대선 직후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큰 허니문 정서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
대선 직후 치러지는 선거에서 허니문 현상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새 대통령 임기 초반에는 업적 평가를 유보하고, 회고보다는 전망적 투표를 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때문에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다가오는 지방선거도 과거 데이터를 벗어나지 않는 허니문 선거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 차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도 이런 예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5월 20일부터 21일까지 서울시 거주 18세 이상 1002명에게 물은 결과 ‘국정안정론’이 53.5%, ‘정부견제론’이 40.9%로 나타났다. 두 문항 간 격차는 12.6%포인트(p)였다. 한 달 전 조사 대비 국정안정론은 6%p 상승했고, 정부견제론은 6%p 하락했다(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뉴턴의 제2법칙 ‘가속도’
선거 역사를 보면 국민들은 대통령 임기 초반 허니문 선거를 허용하면서 출발에 힘을 실어줬지만, 연전연승 구도는 허락하지는 않았다. 허니문 선거인 제2회 지방선거에서 압승했던 새천년국민회의·자민련 공동정권은 2년 뒤인 2000년 치러진 제16대 총선에서는 과반을 얻는 데 실패했다. 이후 2년 뒤인 2002년 제3회 지방선거 결과는 더욱 참혹했다. 당시 여당은 고작 4곳의 광역단체장을 당선시키는 데 그쳤다.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압승했던 여당 한나라당 역시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는 겨우 광역단체장 6곳을 잡는 데 그치는 등 참패했다. 충청남·북도를 모두 잃었고, 보수정당의 강세지역이었던 강원도와 경남마저 각각 제1야당 민주당의 이광재 김두관 후보에게 내줬다.
이렇듯 과거 선거 결과는 한번 압승하면 다음에 패배하는 지그재그형이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도 열린우리당이 단독 과반을 넘기면서 크게 이겼지만,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을 쓸어가면서 압승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까지 최근 10년간 더불어민주당이 누렸던 전성기를 보면, 연전연승을 허용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여당에 앞섰던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연전연승을 이어갔다.
“최근 선거 경향을 보면 국민들은 마음에 안 드는 정당에게는 직격타를 날리고, 잘한다고 생각하면 기회를 확실히 주는 경향이 있다. 최근 수년간 민주당의 연전연승 현상, 그리고 지난해 서울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의 야당 후보 승리, 이후 대선에서의 정권 교체 등을 놓고 보면 연전연승도 적극적으로 허용해주고 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승리한다면 국민의힘이 가속도를 얻게 되고 다음 총선 승리도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돼야 진정한 의미의 정권교체가 이뤄진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최근 기류를 살펴볼 때 가속도를 한번 타면 연전연승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뉴턴의 제3법칙 ‘작용·반작용’
국민의힘이 만약 이번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낸다면 다수의 정치 거물들이 지방권력과 여당 내부 주요 포스트로 들어오게 된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승리의 기쁨이겠지만 윤석열 대통령 및 이른바 ‘윤핵관’ 등 기존 여당 당권파들은 이들 거물들에 대한 경계심을 거둘 수 없게 된다.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 대선 경선에서 치열하게 겨뤘던 홍준표 대구시장 후보다. 27일 현재 대구시장 선거 여러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는 압도적 지지율을 얻고 있다. 홍 후보가 만약 당선된다면 국민의힘 최대 지지기반인 대구의 리더가 된다. 홍 후보는 향후 대선 재도전이 예측되고 있는 만큼, TK(대구·경북) 정서를 내세우며 정치판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과 날을 세우는 장면도 연출될 것으로 당내에서 보고 있다.
가장 인구가 많은 서울과 경기도에서 당선되는 여권 후보도 단숨에 대선 잠룡이 된다.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4선 서울시장이 되고, 김은혜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면 최초의 여성 광역단체장으로서 주목도가 올라간다.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온 안철수 후보 역시 당선되면 국민의힘 당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선거 유세과정에서는 당권 도전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당권 도전→대선 재도전’이라는 향후 안 후보의 행보에 대해 반론을 펴는 정치인들은 거의 없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준석 대표의 당권 재도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터라 안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당선돼 원내로 들어오면, 가뜩이나 껄끄러운 관계인 두 사람의 갈등 양상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국민의힘 차기 당권은 2024년 총선 공천권과 연계돼 있어 벌써부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