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동 대표 취임 후 징계와 인사 두고 뒷말…이 대표 “잘못 있으면 징계”
#징계 배경에 괘씸죄 있었나
지난 4월 한국평가데이터(KoDATA·코데이터) 이호동 대표는 김 아무개·윤 아무개 본부장 2명에게 각각 견책과 해고를 통보했다. 표면적인 사유는 직원들의 일탈이지만, 해당 본부장들은 인사와 징계를 통해 조직을 장악하기 위한 징계라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4월 이호동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위 두 본부장과 박 아무개 본부장 등 3명을 기존 직급에서 한 계급 아래인 부장급 지사장으로 발령을 냈다. 3명은 모두 서울지사장, 경기지사장, 대구지사장으로 발령받았다. 같은 해 10월에는 이 아무개 부장에게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올해 1월 박지사장과 윤 지사장은 주로 계약직 직원이 담당하는 소매 영업 업무를 수행하는 평직원으로 재차 강등됐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이 부장에 대한 징계를 부당하다고 판결했지만, 사측은 이 부장을 다른 사안으로 해고했다. 이 부장과 윤 본부장은 부당해고를 이유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한 상황이다. 이 밖에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사측의 노동조합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를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반면 이호동 대표가 발탁해 승진시킨 정 아무개 부장은 계약직 직원 성희롱을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했지만, 징계수준이 당초 ‘해고’에서 ‘정직’으로 변경됐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 부장은 지난해 8월 입사한 계약직 여직원 A 씨를 거래처 저녁미팅에 수차례 동석시켰다. 정 부장은 A 씨와 저녁미팅을 함께하고 집을 데려다주는 과정에서 A 씨의 손을 잡았고, 이 장면을 A 씨의 남자친구가 목격했다. 다음날 남자친구는 A 씨의 휴대폰으로 부서 카카오톡 단체방에 해당 사실을 폭로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지난해 11월 사측은 곧바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정 부장에 대해 해고 처분을 결정했지만, 올해 1월 재심을 통해 ‘정직’으로 수위를 낮췄다. 피해자 A 씨는 퇴사했다.
송 아무개 전 대표의 행보를 최근 직원의 징계 배경으로 꼽는 내부 시각이 존재한다. 지난 2월 송 전 대표는 국내 소프트웨어 전문가 1600명과 함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송 전 대표는 2018년 한국기업데이터 대표로 취임해 2021년 퇴임했다. 송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할 시기에 임명됐다. 그간 정부나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곳에서 퇴직한 인사들이 한국평가데이터 대표나 임원으로 임명됐다. 징계 대상이 된 본부장 3명 모두 송 전 대표 최측근으로 활동했다.
송 아무개전 대표는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고 직원들을 징계위에 회부하면 어떡하냐”고 이호동 대표에게 전화로 항의했지만, 이 대표는 “잘못이 있으면 징계를 하는 거고, 잘못 없으면 징계 안 하는 거다. 더 이상 얘기할 게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송 전 대표는 이 대표의 행정고시, 기획재정부 선배다.
송 아무개 전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1인 대표이사-3인 전무이사 체제에서 1인 대표이사-1인 전무-3인 상무 체제로 개편했다. 주로 외부 인사로 채워지던 전무 자리를 줄이고 대표가 3인의 상무를 선임해 외부 입김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언의 압박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송 전 대표는 오 아무개 인사부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함께 식사 자리를 가졌고, 그 자리에서 백 비서관이 오 부장을 잘 부탁한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 부장은 권 아무개 금융감독원 실장과도 막역한 사이로 전해진다. 2018년 4월 오 부장은 상무에 올랐다.
윤 본부장은 “수출입은행 대의원대회를 가던 중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오 상무 잘 지내고 있죠. 잘 부탁합니다’라고 안부를 물은 바 있다”며 “백원우, 이인영, 오 상무, 권 실장 등은 모두 고려대학교 동문으로 막역한 사이”라고 말했다.
외풍에 휩싸이기 좋은 구조는 조직원 간 반목과 내부 권력 투쟁으로 이어지기 쉽다. 실제 2019년 한국평가데이터 노조위원장 선거를 두고 전과 다른 양상이 벌이지기 시작했다. 3연임에 성공한 뒤 임기 만료를 앞둔 당시 노조위원장 측에 대항하는 세력이 등장했다. 당시 한국평가데이터 한 직원은 “오 상무의 복심인 안 아무개 인사차장과 그의 후배들이 중심이 돼 메시지 단톡방에서 세를 규합해 노조 선거 운동을 본격화했다”고 말했다.
결국 안 차장의 대학 후배가 2020년 1월 새로운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같은 해 4월 임기가 만료됐지만 오 상무는 노조와 함께 송 전 대표를 밀어내기 위해서 채용비리, 부당인사 등의 문제를 계속 제기했다. 같은 해 6월 오 상무는 송 전 대표를 대신해 조문 온 직원을 폭행했고, 추후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관련기사 [단독] ‘복마전’ 한국기업데이터를 흔드는 손은 누구인가).
이런 가운데 안 차장이 형사 사건에 휘말렸고 결국 2019년 7월 해임이 최종 결정됐다. 그런데 해임 결정 3시간 만에 금감원이 한국평가데이터 본사를 조사하러 나왔다. 같은 해 7월 24일까지 진행된 조사에서도 안 차장이 세 차례나 동행했다는 것이 당시 사측의 설명이었다. 안 차장은 징역 1년 등을 최종 선고받았다.
#옛 정권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이호동 대표가 취임하면서 안 차장 사건 관련 인물이 서울 본사로 복귀하기도 했다. 2021년 7월 박 아무개 인사과장은 인천지사에서 본사로 발령을 받은 데 이어 같은 해 9월 차장으로 승진했다. 박 차장은 안 차장 관련 재판에서 안 차장 측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2019년 송 아무개 전 대표가 당시 청와대 비서관으로 재직 중이던 민형배 의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는 내부 고위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가 박 과장을 인천지사로 발령을 낸 뒤 민형배 비서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민 비서관은 ‘박 과장은 광주광역시·전라남도에서 활동 중인 기자의 아들인데, 사건에 가담하지도 않았는데 부당하게 발령을 받았다’고 전화해왔다”고 말했다. 이후 2019년 8월 청와대에서 나온 민 비서관은 그해 12월 광주 광산구을 출마를 선언했고, 2020년 총선에서 당선돼 현재 광주 광산구을 국회의원이다.
이에 대해 민형배 의원은 일요신문과 통화해서 “박 차장의 아버지와 아는 사이인 건 맞다”면서도 “송 아무개 전 대표는 그때 그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해주지도 않았고 인천으로 발령이 끝난 직후라 청탁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호동 대표는 누군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호동 대표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을 대거 중용했다. 고한석 감사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양훈 상무는 2019년 청와대에 들어가 국정기획상황실과 기획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다. 특히 부사장 보직을 신설해서 정성웅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앉혔다. 정 부사장은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마산중앙고 동창으로 알려졌다.
여러 의혹과 관련해 한국평가데이터 관계자는 “박 차장은 안 차장 사건과 무관한 인물이며 인사 순환근무와 개별 역량 등을 고려한 인사 원칙에 따라 실시됐다”며 “임원 선임은 주주총회 의결 사항이다. 해당 본부장은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으로 해고됐다”고 밝혔다. 이어 “본부장을 지사장, 평직원 등으로 강등한 건 맞지만, 그들이 맡은 업무는 기술신용평가(TCB) 영업 업무로 계약직 직원들만 수행하는 업무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