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국 억눌린 관객들이 원하던 바로 ‘그것’ 선사…안방극장 ‘지원’ 받은 손석구·박지환 연기도 한몫
#최악의 대진운? 내전 피한 게 묘수
사실 연초에 2022년 극장가를 예상하며 1000만 관객 신화를 쓸 것으로 기대됐던 작품이 여러 편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 넘게 극장 개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며 개봉을 대기 중인 대작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범죄도시2’는 거론되진 못했다. 전편 흥행으로 속편이 제작됐지만 전편의 688만 명까지 도달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5월 18일로 개봉일이 확정되면서 흥행 기대감은 더욱 떨어졌다. 대작 한국 영화들이 본격적으로 개봉을 시작하는 여름 극장가를 피해 일찍 개봉해 어느 정도의 흥행 성적을 올린 뒤 빨리 OTT 시장으로 자리를 옮겨 안방에서의 2차 흥행을 노리는 것으로 관측됐었다.
사실 대진운은 최악에 가까웠다. 포스트 코시국 최초의 1000만 관객 영화가 유력해 보인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5월 4일 개봉했고 또 다른 할리우드 대작 블록버스터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이 6월 1일 개봉했다. 딱 그 중간인 5월 18일에 개봉하는 터라 대작 외화에 포위돼 치이고 밀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사실상 한국 영화계는 6월 중반부까지는 외화에 극장을 내주고 그 이후 본격적인 흥행 돌풍을 준비하는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결국 개봉 3주차에 ‘범죄도시2’를 만나며 흥행가도가 바로 꺾여 버렸고,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개봉일 하루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뒤 ‘범죄도시2’에 밀려 바로 2위로 내려앉았다. 오히려 두 대작 외화와 개봉 시기가 겹치지 않도록 대작 한국 영화들이 개봉 시기를 미루면서 한국 영화끼리의 내전을 피한 게 ‘범죄도시2’의 1000만 관객 달성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
게다가 이 시기에 지방선거일과 현충일 등 공휴일이 두 번이나 있다는 점은 흥행에 가속도를 붙여줬다. ‘범죄도시2’는 지방선거가 치러진 6월 1일 46만 3153명, 현충일인 6월 6일에는 45만 5346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타격감에 코믹까지 ‘마동석의 힘’
‘범죄도시2’의 작품성과 완성도를 두고는 다양한 평이 오가고 있지만 전편보다는 못하다는 반응이 많다. 그럼에도 전편 ‘범죄도시1’이 기록한 688만 명의 흥행 기록을 가볍게 뛰어 넘었다. 관객들은 마동석 액션의 타격감과 요소요소에서 터지는 코믹함에 큰 점수를 주고 있다. 사실 주연배우 마동석의 힘은 전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달라진 부분은 흥행 시점이다. ‘범죄도시2’의 흥행 열풍이 시작된 5월에 비로소 극장가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갔다. 5월 누적 관객 수는 1455만 명으로 2020년 1월(1684만 명) 이후 28개월 만에 월 관객 1000만 명을 넘었다.
코시국 내내 극장을 가고 싶어도 못 가던 관객들이 비로소 극장문을 열고 쏟아져 들어온 것인데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 바로 타격감과 코믹함이었다. 코로나19로 답답했던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마동석 액션 고유의 타격감과 코로나19로 인해 우울해진 심리를 밝게 만들어 주는 웃음을 동시에 제공한 ‘범죄도시2’에 관객들이 열광했다. 또한 다시 극장에서 팝콘과 음료 등을 먹을 수 있게 된 상황에서 관객은 영화에 집중하기보다는 팝콘과 함께 가볍게 즐기는 것을 더 원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기존 마블 시리즈는 물론이고 ‘완다비전’ 등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들까지 봐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재미를 올곧이 느끼기에 관객들은 오랜 기다림으로 너무 지쳐 있었다. 고립된 섬을 벗어나 세상 밖으로 출몰한 공룡들을 만날 수 있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도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지만 더 이상 스크린으로 만나는 공룡이 신선하지 않은 데다 코로나19의 공포를 간신히 벗어난 관객들이 극장에서 다시 공룡의 공포까지 간접 경험하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윤계상 빠진 공백 메운 손석구
‘범죄도시1’의 흥행 원동력이 마동석 한 명에게 집중된 것은 아니다. 희대의 빌런 ‘장첸’ 역할의 윤계상을 비롯해 진선규의 발견도 큰 힘이 됐다. 그러나 ‘범죄도시2’에선 윤계상과 진선규가 빠졌다. 물론 최귀화를 비롯한 금천서 강력반과 박지환 등의 조연들이 1편에 이어 2편에도 출연하지만 아무래도 윤계상의 공백은 커 보였다. 그렇지만 ‘범죄도시2’에서 새로운 빌런 ‘강해상’ 역할을 맡은 손석구가 완벽하게 윤계상의 빈자리를 메웠다.
이 과정에서 안방극장의 보이지 않는 지원도 있었다. ‘범죄도시2’ 개봉 이전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던 손석구지만 아무래도 윤계상보다는 유명세가 조금 떨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손석구는 4월 9일부터 5월 29일까지 JTBC에서 방영된 ‘나의 해방일지’에서 ‘구 씨’ 역할로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완성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의 해방일지’를 인생드라마로 손꼽는 열성팬들이 많을 정도인데 이 과정에서 손석구를 좋아하게 된 팬들이 대거 극장을 찾은 것도 ‘범죄도시2’의 숨겨진 흥행 원동력이 됐다.
박지환 역시 마찬가지다. 강렬한 인상의 범죄자 역할로 ‘범죄도시1’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박지환 역시 4월 9일에 시작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렇게 ‘범죄도시2’가 개봉할 즈음 한창 큰 인기를 누리던 두 편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와 ‘우리들의 블루스’의 간접 지원까지 받으며 ‘범죄도시2’는 비로소 1000만 관객 신화를 완성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