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도 전에 내풍에 휘청
▲ 한성항공 | ||
건설교통부 항공정책과는 지난 8월16일 한성항공의 비정기 노선에 대한 취항증명을 발급해 한성항공은 8월31일 역사적인 첫 운항을 개시한다. 내부 갈등과 상관없이 사업의 타당성은 충분하기 때문에 사실상의 허가를 내준 것이라고 건교부 관계자는 전했다.
현 경영진의 도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이덕형씨는 지난해 9월까지 한성항공을 설립하는 데 주요 역할을 한 전임 대표이사다. 이씨는 지난해 9월 한우봉 현 대표이사에게 지분 88%를 양도한다는 계약을 맺고 퇴임했다. 현재 이씨의 아버지 이정한씨가 한성항공 4명의 이사 중 한 명으로 남아 있다.
이씨는 “지난해 9월22일 주식 양도계약을 맺고 사임에 필요한 인감을 넘겼는데, 한 사장이 대표이사로 등기에 기재된 것은 11월22일이다. 두 달 동안 내 인감으로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 주식양도대금 48억4천만원 중 한푼도 받지 못했다. 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등기이사인 아버지도 연대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현 경영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고 밝히고 있다.
주식양도대금 미지급에 대해 한성항공측은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고 “이씨가 무슨 근거로 그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지만 이씨는 전혀 믿을 만한 사람이 못된다”고 말했다.
이씨가 제기하는 경영상의 첫 번째 문제는 올해 5월 한성항공이 청주시민을 대상으로 한 공모주 모집이다. 당시 1백억원을 유상증자하려고 50억원을 모집했는데, 금융감독원에 이를 신고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되어 무산되었다. 이씨는 “회사의 중요사항에 대해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고, 금감원에 신고도 하지 않고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금감원에 신고를 하려면 회계장부를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성항공측은 “당시 담당직원이 업무상의 실수로 금감원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 뒤늦게 발견되어 주식공모를 취소하고 신청인들에게 돈을 다시 돌려주어 원만하게 마무리되었다. 실수를 인정하지만 지나간 문제를 자꾸 끄집어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두 번째는 여승무원 채용 및 영업권 계약의 특혜시비다. 이씨에 따르면 한성항공은 직원 채용을 스튜어디스 학원인 코세아에 맡겼는데, 이 회사는 2억원을 한성항공에 투자한 곳이다. 영업권도 예일항공이라는 여행사에 맡겼는데 이 회사도 5억원을 출자한 곳이며 현 한성항공의 이승훈 이사가 전무로 재직하는 회사라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이루어졌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한성항공측은 이에 대해 “여승무원 채용을 전문업체에 의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여겼다. 예일항공은 무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영업권을 양도하는 회사가 어디 있는가. 인터넷 발권을 대행할 뿐이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처럼 감정이 격해지면서 폭행시비까지 오가고 있다. 6월8일 청주공항 구내식당에서 만난 이씨와 이정한 이사, 한성항공의 김재준 부사장 사이에 물병을 집어던지고 의자를 집어던지는 등의 몸싸움이 오갔는데, 서로 폭행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측은 “당시 식당 종업원 등 목격자가 다 있다. 김씨를 7월20일 폭행으로 고소했는데, 피해자가 고소를 하는 것이지 가해자가 고소를 하겠는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김씨측은 “나이드신 분이 갑자기 물병을 던지고 때리려고 해 자리를 피했다. 이씨가 당시 상황을 녹음해 녹취록을 만들어 들고 다니는데, 어떤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녹음을 하는 것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며 맞서고 있다.
현재 이씨는 회사에서 손을 뗀 상태이지만 이씨의 부친인 이정한, 문화중 이사, 이원덕 감사이사가 현 경영진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고, 한우봉 대표이사와 이승훈 이사가 이에 맞서는 형국이다.
이정한 이사는 8월9일 임시이사회 개최를 통보하고 연이어 12일 한성항공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감사를 위임받은 회계사가 이덕형씨와 대동해 한성항공을 방문했으나 현 경영진의 완강한 거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사회를 거부하고 감사도 거부하는 이유는 회계장부가 공개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떳떳하다면 이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이덕형씨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 사장측은 “회사와 상관도 없는 이씨가 와서 회계장부를 내놓으라고 난리를 치길래 이를 거부한 것이다. 회사를 양도했으면 손을 떼는 것이 마땅한데도 회사를 비방하고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 경영권을 넘겨준 뒤 회사가 잘 되어 나가니까 다시 욕심이 생긴 것이다”며 맞서고 있다.
8월16일 이정한, 문화중 이사, 이원덕 감사이사는 코리아나호텔 커피숍에서 임시이사회를 개최하고 한우봉 대표이사를 해임했다. 한성항공의 등기이사는 총 4명인데 한 대표는 본인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안으로 의결권이 없으므로 총원 3명에 2명 출석으로 과반수가 되어 이사회는 유효하다는 것이 이씨측의 주장이다. 한성항공측은 “임시이사회를 개최한 적이 없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재 임시이사회 결의는 법원의 판결에 맡겨졌다. 한 대표측도 이정한 이사 등을 업무방해로 고소를 할 예정이다.
이런 내부갈등에도 한성항공은 8월31일 첫 운항을 개시한다. 항공기 내외부에 광고를 유치하고 캐주얼로 간소화한 승무원 복장에도 광고를 유치하는 등 항공요금을 인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성항공이 내부갈등을 잘 마무리하고 국내 저가항공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