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떼려다 혹 붙인 격? 공정위 “하림 측 주장에 이유 없다” vs 하림 “절차상 이의신청 기각된 것”
하림 계열사가 지난 1월 27일 공정위의 제재를 골자로 한 원심결에 불복해 제기한 이의신청에 공정위가 지난 4월 전원회의를 통해 기각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의신청을 제기한 하림 계열사는 팜스코, 선진, 제일사료, 하림지주, 팜스코바이오인티, 포크랜드, 선진한마을, 대성축산 등 8개 계열사와 올품이다.
공정위는 원심결에 앞서 지난해 10월 보도자료를 통해 하림의 계열사들이 김홍국 회장에서 김 회장의 장남 김준영 씨로 승계를 위한 부당거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계열사는 △양돈용 동물약품 고가 매입 행위 △사료첨가제 거래단계 추가 행위 △옛 올품 주식 저가 매각 행위 등을 통해 지원 객체인 주식회사 올품을 부당하게 지원했다. 이 이유로 공정위는 이들 계열사에 대해 과징금 49억 원 부과했다. 공정위는 2012년 1월 김홍국 회장이 올품 주식(지분율 100%) 전부를 그의 아들 김준영 씨에게 증여하면서 김 씨가 개인주주(자연인) 가운데 하림지주의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게 됐다며 이들 계열사와 올품의 거래를 승계를 위한 계열사의 부당지원이라고 판단했다.
하림 측은 지난해 공정위가 이 같은 제재 사실을 공개했을 때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다. 해당 거래는 당사자 간 합의를 거친 정상적인 거래로, 이를 통해 오히려 경영효율을 높이고 더 많은 이익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2013년 1월 하림지주(당시 제일홀딩스)가 보유한 옛 올품 지분을 현재 올품(당시 한국썸벧)에 저가로 매각했다는 조사 결과에도 반박했다. 공정위는 매각 당시 옛 올품이 보유하고 있던 NS쇼핑(당시 비상장) 주식을 시가보다 낮은 취득원가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옛 올품 지분을 저가 매각했다고 판단했다. 하림 측은 NS쇼핑의 주식가치 평가는 상증여법 시행령에 따른 적법한 평가였다는 점을 객관적 자료와 사실관계 입증을 통해 해명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거래에서 반영된 옛 올품의 NS쇼핑 주식의 평가가치는 최득원가가 반영된 주당 7850원이다. 공정위는 해당 지분 가치를 ‘시가’로 판단할 경우 주당 5만 3000원~15만 원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림 측은 공정위의 결정에 반발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공정위는 기각 처리하며 하림의 주장을 일축했다. 문제가 된 계열사와 거래(양돈용 동물약품, 사료첨가제)와 관련해 관계자들에 대한 진술과 내부 문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해당 거래는 정상적인 거래가 아닌 올품 지원을 위한 거래라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또 NS쇼핑 지분을 저평가하는 방식으로 옛 올품 지분을 헐값에 거래했다는 기존 시각도 그대로 유지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재결의서에는 서울지방국세청이 당시 NS쇼핑 지분 가치를 14만 7741원으로 평가했다는 내용을 포함하면서 해당 거래에서 NS쇼핑의 지분가치가 낮게 평가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림으로선 이번 공정위의 기각 결정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하림그룹은 이의신청을 통해 명예회복을 노렸지만 오히려 부작용만 키운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외부 평가도 박해졌다. 공정위 제재 방침이 알려진 이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하림지주의 ESG 등급을 A에서 B+로 한 단계 내린 바 있다.
공정위 기각 결정으로 오너리스크를 깨끗하게 해소하지 못한 점도 껄끄러운 대목이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 발표 이후 하림그룹의 오너 일가 및 계열사를 검찰 고발까지는 하지 않았으나 한 시민단체가 제기한 바를 떨쳐내지는 못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공정위의 결정을 토대로 김홍국 회장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등으로 같은 해 12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고발했다. 이후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현행법상 경찰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4월 고발을 취하하고 '공정위가 검찰뿐 아니라 경찰을 통해서도 고발 조치를 가능하게 해달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통해 고발할 수 있는 곳이 검찰로 한정돼 있어 경찰 수사에 비협조적”이라며 “공정위가 경찰에도 고발할 수 있게 된다면 경찰 수사에 협조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에 대한 고발 건은 원칙상 6개월 내에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공정위의 협조가 약한 데다 경찰이 수사한 내용을 검찰이 다시 검토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6개월 안에 결론을 기대하기 힘들어 일단 고소를 취하했다”며 “향후 헌법소원 결과가 나온 이후 하림그룹에 대한 대응을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림 측은 이번 결과에 대해 “이번에 기각된 이의신청은 절차상 문제에 대한 것이었으며 이외 이의신청 기각에 대해서는 따로 전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