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4명 포함 일당 13명 관광객 살해 뒤 돈 요구…“혼자 동남아 다니지 말라” 공포 확산
지난 3월 26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한 대나무 숲. 이곳을 지나가던 한 여성은 흙구덩이에서 사람의 다리 모양으로 생긴 물체를 봤다. 가까이 다가보니 그것은 실제 사람의 다리였다. 그는 소리를 지르며 현장을 벗어났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라오스 경찰이 출동해 흙구덩이를 파보니 그곳엔 시신 2구가 묻혀 있었다.
부검 결과, 시신에선 예리한 칼에 찔린 흔적들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이 살해된 후 매장됐을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4월 1일 이들이 중국 시민권자 1명, 중국계 라오스인 1명이라고 밝혔다. 둘은 친구 사이였고 관광 차 비엔티안을 방문했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의 진상은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의 배우자는 3월 18일 자신의 남편이 실종됐다며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며칠 뒤 범인으로부터 “남편이 납치됐으니 몸값을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배우자는 경찰에 신고를 했고, 수사가 이뤄지던 도중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범인이 피해자들을 납치한 뒤 바로 살해했고, 그 후에 돈을 요구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이 사건은 중국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중국에선 살인을 할 경우 최대 사형이다. 그래서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일은 좀처럼 드물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피해자들이 해외로 관광을 갔다가 벌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인해 위축됐던 해외 관광이 부활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발생했기에 더욱 큰 이목을 끌었다.
얼마 전 라오스 경찰은 범인 검거에 성공했다. 결과를 본 중국인들은 다시 한 번 놀랐다. 범인이 무려 13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여기엔 중국인 4명도 포함돼 있었다. 나머지 9명은 라오스 현지인이었다. 이는 이들이 사실상 조직적으로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했음을 의미한다. 또 추가적인 범죄가 더 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비엔티안시 공안국장은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나서 라오스 현지의 19세 노동자를 체포해 조사했다. 그를 취조해 나머지 12명을 모두 검거했다. 납치 및 살해를 하는 데 쓰인 자동차 등 증거들도 모두 확보했다. 이들의 범죄는 매우 중하다. 심각한 형사처벌을 받아야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신 발견부터 범인 일당 검거까지의 과정은 최근 여러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되고 있다. 또 인터넷과 SNS(소셜미디어)에서도 가장 뜨거운 뉴스다. 검색어 상위권은 관련 소식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중국인들에게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피해자라는 것도 그렇지만, 범인들 중 중국인들이 있다는 것에 더욱 분노하는 모습이다.
한 블로거는 “일당 중에 중국인이 4명이나 포함돼 있다는 것에 너무나 놀라웠고, 화가 났다. 외국에 나가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바로 고향 친구라는 옛말을 새삼 떠올렸다. 특히 동남아로 갈 때는 친하게 접근하는 동포를 조심해야 한다”면서 “그나마 안전하다고 여겨진 라오스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하자 ‘아예 동남아는 가지 말자’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인터넷에는 동남아로 갔다가 범죄에 노출될 뻔했던 사례들도 공공연히 올라오고 있다. 한 범죄 전문가는 “무조건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특히 혼자서 동남아를 여행하는 것은 당분간 삼가야 한다. 혼자 다니는 관광객이 최우선 타깃”이라면서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바로 연락할 수 있도록 현지 경찰, 대사관 등의 전화번호를 저장해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공안당국은 추가 범죄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그동안 접수된 해외 실종신고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라오스에서는 운 좋게 범인이 잡혔다. 하지만 필리핀 등 다른 동남아 지역에서 벌어진 납치·살인 사건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그래서 더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라오스 사례가 좋은 보기가 될 것 같다. 범인을 모두 잡으려고 하면 쉽지 않다. 동남아는 범인이 일단 숨기로 작정하면 찾기가 어렵다. 과학 수사도 안 통한다. CCTV도 많지 않다. 일단 한 명만 잡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를 통해 다른 일당들을 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