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악기연주 OK! 복합문화체험 시설로 변신…미니·자동차 노래방 등장, 온오프 융합형도 인기
코로나19는 중국 노래방 업계에 재앙으로 다가왔다. 도시봉쇄, 영업통제 등으로 인해 손님들을 받을 수 없었지만 업체들은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를 계속 지출해야 했다. 지연컨설팅이 발표한 ‘2021~2022년 중국 노래방 업계 수급전략 분석 보고’ 등에 따르면 30%가량의 노래방이 코로나19로 인해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극복된 후에도 이런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사람들이 노래방을 찾지 않기 때문이다. 전국 노래방 체인점을 갖고 있는 윈난그룹 임원은 “코로나19 탓도 있지만 요즘 젊은이들의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노래를 부르기 위해 노래방이 아닌 다른 수단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중국 노래방 업계도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나섰다. 등 돌린 젊은이들 취향에 맞춰 다양한 기술을 노래방에 접목시키고 있다. 동시에 굳이 점포를 찾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노래를 할 수 있는 방법도 속속 내놓고 있다.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트렌드는 자동차 안에 노래방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이다. 한 노래방 업체는 신에너지원자동차와 손잡고 노래방 기계를 차 안으로 옮겼다. 자동차 내부 디스플레이에 설치된 앱을 이용하면 기존에 노래방에서 이용하던 것과 똑같은 품질로 노래를 할 수 있다.
자동차 노래방의 최신 곡은 시동을 걸 때마다 저절로 업데이트된다. 단, 이 노래방 앱은 안전 상 이유로 차가 멈췄을 때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주차된 차 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30대 위진해 씨는 “굳이 노래방을 갈 필요가 없다. 차 안에서 누구 눈치볼 것 없이 노래를 할 수 있다. 때론 친구들을 불러 차 안에서 노래를 부르곤 한다. 노래방보다 환경도 훨씬 쾌적하다”고 말했다. 위 씨는 “무엇보다 처음에 설치할 때만 돈을 내면 되기 때문에 비용적인 면에서도 훨씬 저렴하다. 요즘엔 기본 옵션으로 달린 차도 있다”고 덧붙였다.
노래방 업체들은 생존전략 일환으로 기존 시설 외에 보드게임, VR(가상현실) 체험기 등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기는 곳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악기 연주를 할 수 있는 곳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본인이 부른 노래를 동영상 사이트 등에 바로 올릴 수 있는 노래방도 있다. 단순히 노래만 하는 곳이 아닌, 복합 문화 체험 시설을 꾸려 젊은층을 유인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의 일부 도시에선 최대 2인까지 들어갈 수 있는 ‘미니 노래방’도 인기다. 작은 규모다 보니 방음시설만 갖추면 그 어디에도 들어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윈난성 쿤밍의 한 상점 구석에 설치돼 있는 노래방을 직접 찾아가보니 마이크 1개와 이어폰 2개, 스크린 1개, 스피커 1개, 의자 2개가 놓여 있었다. 설정만 하면 내가 부르는 노래를 이어폰으로 바로 들을 수 있었다. 비용은 15분에 20위안(3700원)이었다.
미니 노래방의 장점은 앞서 자동차 노래방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혼자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미니 노래방은 최대 2명이 들어갈 수 있다. 우한의 한 대학생은 “보통 미니 노래방을 학생이나 젊은층이 즐긴다고 생각하지만 요즘엔 나이 든 분들도 많이 간다.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 없이 노래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노래방은 단순히 노래만 부르러 가기 위한 곳이 아니다. 노래를 통해 친목을 다지는 기능도 한다. 노래방 업체들이 여전히 오프라인 점포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베이징 노래방 업체 관계자는 “관계의 측면에서 봤을 때 여전히 노래방을 선호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코로나19가 끝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부분에 착안한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바로 실내에서 인터넷을 접속해 노래방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사운드 카드, 마이크 등 업체에서 판매하는 최소한의 장비만 구매하면 누구나 집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형이다.
쿤밍에 거주하는 조림 씨는 “휴일이 되면 동네 친구들을 불러 노래 점수 내기를 한다. 굳이 노래방을 가기 위해 시내로 이동할 필요가 없다. 또 여럿이서 함께 부르니 얼마든지 노래방 분위기도 난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을 이용한 가정식 노래방은 코로나19 기간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추산된다.
윈난그룹의 웨이 상무는 “다 끝났다고 생각했던 노래방 업계가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파산 위기에 직면했던 노래방 중 ‘변신’을 택한 곳은 오히려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과거의 노래방은 퇴장하고 있긴 하지만, 체험형 오락을 바탕으로 신종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선도하는 노래방이 업계 전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