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의 천재와 8명의 공범’ 스페인 원작 뼈대에 ‘통일 직전 한국’ 설정 가미한 ‘공동경제구역 파트1’
넷플릭스 TV 시리즈 영어 부문 1위인 ‘브리저튼’ 시즌2가 6억 5626만 누적 시간을 기록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영어와 비영어를 더한 넷플릭스 전체 TV 시리즈 부문에서도 ‘오징어 게임’이 역대 최고 흥행작이다.
그렇지만 시즌1만 나온 ‘오징어 게임’과 달리 벌써 시즌5까지 나온 ‘종이의 집’은 시즌 전체 시청 누적 시간에서 가장 앞선다. 정리하면 애초 넷플릭스 최고 흥행작은 ‘종이의 집’이었는데 ‘오징어 게임’이 이런 판도를 뒤집고 최고 흥행작이 됐으며 ‘지금 우리 학교는’도 ‘종이의 집’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의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얘기다.
이런 판도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바로 스페인 TV 시리즈 ‘종이의 집’의 한국판이 곧 공개되기 때문이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이 6월 24일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공개되는데 원작인 스페인판을 리메이크한 한국판으로 제작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무렵부터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성공을 거둔 원작 드라마를 요즘 전세계 드라마 시장에서 가장 핫한 한국이 리메이크했기 때문이다.
검증된 한국의 톱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데 여기에는 ‘오징어 게임’으로 큰 사랑을 받은 박해수도 포함돼 있다. 박해수는 ‘오징어 게임’뿐 아니라 영화 ‘사냥의 시간’과 ‘야차’, 그리고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까지 벌써 네 편째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에 출연하고 있다.
치밀한 계획을 가진 강도들이 조폐국을 점령하는 초유의 인질 강도극이라는 설정은 원작과 한국판이 동일하다. 주요 캐릭터의 이름도 원작과 한국판이 동일한데 이는 스페인판 원작이 강도단의 캐릭터 이름을 세계 유명 도시 이름으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배경 국가가 달라진 만큼 기존 설정에 다소 차이는 존재한다. 원작은 스페인 조폐국을 점령한 뒤 인질극을 벌이다 포위 경찰을 따돌리고 거액의 돈과 함께 달아나는 이야기다. 반면 한국판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다.
4조 원이라는 거액을 노린 초유의 인질 강도극이라는 점과 조폐국이 범행 장소라는 점은 원작과 동일하지만 여기에 한국 고유의 상황을 대입한 뒤 통일 직전이라는 시점을 변수로 가미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범행 장소가 되는 조폐국 역시 통일 한국의 통일 화폐를 다루는 곳으로 설정했다.
주요 출연진은 1명의 천재와 8명의 공범이다. 가진 자들만 더 부자가 된 현실을 깨부수고 싶어 조폐국 점거라는 초유의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 교수(유지태 분)를 중심으로 8명의 강도단이 등장한다. 이런 설정은 원작과 동일하다.
자본주의의 쓴맛을 본 인물로 총구 너머 목표물을 쫓는 ‘도쿄’(전종서 분), 죽어서야 나올 수 있다는 북한 개천 수용소에서 탈출한 인물로 조폐국에서 현장 지휘를 맡은 ‘베를린’(박해수 분), 길거리 싸움꾼 출신으로 단순하고 감정적인 ‘덴버’(김지훈 분), 천재 해커 ‘리우’(이현우 분), 각종 위조 전문가 ‘나이로비’(장윤주 분), 강도단의 탈출을 책임질 ‘모스크바’(이원종 분), 전직 해결사 콤비인 ‘헬싱키’(김지훈 분·덴버 역과 동명이인)와 ‘오슬로’(이규호 분)가 바로 8명의 강도단이다.
강도단을 막기 위해 힘을 합친 남측 협상 전문가 선우진(김윤진 분)과 북측 특수요원 출신 차무혁(김성오 분)의 엇갈린 시선은 드라마의 또 다른 재미다. 선우진 캐릭터는 원작의 스페인 경찰 ‘라켈 무리요’ 역할을 가져온 것이다. 조폐국 직원으로는 조폐국 조영민 국장(박명훈 분)과 조폐국 직원 윤미선(이주빈 분) 등이 출연하는데 이들도 원작 속 캐릭터와 비슷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홍보 과정에서 작품의 구체적인 정보를 거의 공개하지 않는 넷플릭스의 특성상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 역시 세부적인 내용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나마 공개된 자료인 캐릭터를 놓고 보면 원작인 스페인판 ‘종이의 집’과 매우 유사해 보인다.
방송 관계자들은 흥행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 드라마 외주제작사 대표는 “이미 상당수의 넷플릭스 이용자들이 이미 본 드라마지만 한국이 만들면 달라지고 더 좋아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분명 있다”면서 “게다가 ‘오징어 게임’의 열풍을 타고 합류한 넷플릭스 신규 이용자들 중에는 원작 ‘종이의 집’을 안 본 이들이 꽤 있을 수 있고, 봤더라도 한국이 새로 만든 기존 히트작에 대한 니즈는 분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