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24년 만의 ‘최저치’…통화정책 고수하는 여당 승리 가능성 높아
지난 6월 21일 외환시장에서 1달러당 엔화 가치는 136엔까지 추락했다. 100엔당 원화값은 950원선까지 내려섰다. 24년래 최저로 21세기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엔화 약세는 미국의 긴축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경기부양적 통화정책을 고집하며 심화되는 모습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장 쌀 때 사는 게 유리하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에너지 등 수입물가가 상승한다.
엔화 가치를 높이려면 기준금리를 높여야 하는데 일본은행은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유로존 등 대부분 중앙은행들이 미국의 행보에 발맞춰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초저금리로 엔화 가치가 하락, 국민들이 고물가에 시달린다는 것이 일본 야권의 지적이다. 반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금리를 높이면 기업들이 어려워진다며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엔화 가치가 반등하려면 여당이 패하고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들의 불만이 아직은 그리 높지 않다는 뜻이다. 일본 총무성의 2021년 가계조사 결과 근로자 가구의 평균 저축률은 34.2%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가계순저축률(통계청)은 11.6%다. 국제금융협회(IIF) 세계부채보고서의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우리나라가 104.3%로 주요국 중 가장 높다. 일본은 59.7%에 불과하다.
물가가 높아지거나 금리가 올라도 일본 가계가 우리보다는 좀 더 버틸 여력이 큰 셈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물가 상승은 외부적 비경제적 원인이므로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경기 위축 부담도 줄고,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은 높아진다.
다만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어 선거에서 압도적 승리가 절실한 기시다 총리도 초조함은 감추지 못하고 있다. 6월 20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를 만난 데 이어 21일에는 ‘물가·임금·생활 종합대책본부’ 첫 회의도 주재했다. 하지만 통화정책 변화보다는 엔저, 물가 상승에 대해 '총리가 신경 쓰고 있다'는 여론 진화용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편 미국의 유명 경제학자안 노우리엘 루비니는 달러당 엔화 가치가 140엔까지 하락하면 일본은행도 물가부담에 결국 통화정책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