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락녀 A양 “여긴 성매매 합법 널린 게 한국여자”
시립도록 싸늘한 조명, 다소 음습하고 탁한 공기, 한갓진 골목 어귀에 자리 잡은 호주 시드니의 한 성매매업소를 찾은 시각은 지난 14일 밤 10시 30분께. 50㎝ 남짓한 너비의 좁디좁은 판자 울타리를 따라 막다른 길로 들어가니 2개의 문이 나타났다. 그리곤 왼쪽 문 앞에 서서 노크했다.
이윽고 금테 안경을 걸친 50대 남성이 문을 열고 “This way”(이쪽으로 들어오라)라고 나지막이 말하며 기자를 안으로 안내했다. 중국계 포주였다. 오른쪽 문을 통해 단층 벽돌건물의 안으로 들어서니 어둠침침한 붉은색 조명과 폐쇄회로(CC)TV가 처음 눈에 들어왔다. 로비 모니터에는 아시아인이 등장하는 모자이크 동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20분 정도 기다린 끝에 성매매에 종사하는 한국인 여성 A 씨를 만날 수 있었다.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이 여성은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성매매에 종사한 지 7개월째. 호주에 온 지 1년 됐다. 처음에는 농장을 찾았다고 한다.
워킹홀리데이는 한국과 호주 정부가 청년들이 해외여행을 하면서 취업을 하도록 허가해주는 교류 협정이다. 흔히들 이 비자를 가진 젊은이들을 ‘워홀러’라고 부른다. 호주는 한국인 워홀러의 방문이 가장 활성화된 해외 국가 중 하나로, 재외공관은 그 수를 3만 5000명 안팎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외국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이 자신을 호주에 오게 한 이유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이런 일(성매매) 안 했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워홀러로 호주에 왔죠. 기대감이 컸어요. 그런데 사과농장에서 키가 크지 않아 많이 힘들었습니다. 슈퍼바이저(감독관)가 저만 쫓아다니는 거예요. 일이 고돼서 이쪽으로 온 건 아니고요, 갑자기 (한국) 집에 어려운 일이 있었어요. 돈이 많이 필요해서 처음에는 마사지 숍에서 일하다…. 한인 여사장이었는데 ‘너는 손해 보는 것 없지 않느냐’면서 사장이 더 많이 가져갔어요.”
성매매를 하지 않기 때문에 수익배분에 있어서 사장이 더 많이 챙겼다는 뜻이다. “비인간적이었다. 이런 일을 하는 것도 싫지만 뒤에서 관리만 하며 돈을 버는 게 미웠다”는 A 씨는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윤락업소로 옮긴 사례다. 그녀는 당돌하게 말을 이어갔다. 얘기 도중 살짝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녀는 “이 나라는 성매매가 합법이잖아요? 그래서 한국인들이 무척 많다”라고 말했다. 한국과 호주 정부가 추산하는 호주에 있는 한인 성매매 종사 여성은 1000명을 넘나든다. 최근 호주에서 잇달아 한국인 성매매 문제가 언론에 오르내리며 이슈화되자 한국 외교통상부는 문하영 재외동포영사대사를 급파, 호주 정부와의 공조 방안을 협의했다. 양국 정부의 움직임을 아는지 물으려 할 때 A 씨가 누군가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오늘 장난 아니네. 한국에서 우리 잡아 가려나 봐요. 단속 나온다고 하면 친구들한테 연락이 오죠. 여기는 합법이라고 해도 우리를 붙잡아 한국에 넘기면 처벌을 받는다더라고요. 이 일도 오래 못하겠어요.”
그녀는 양국 정부가 수사에 착수한다는 사실을 동료들을 통해 알고 있었다. A 씨에게 연락을 준 이에 대해 묻자 그녀는 “10년간 성매매를 했는데 호주에서 4년 정도 한 언니”라고 말했다.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되자 이를 피해 원정 성매매 길에 오른 사람으로 추정된다.
“돈을 많이 벌어요. 많게 버는 사람은 하루에 1000호주달러(약 113만 원)를 번다고 하죠.”
얼마나 버느냐고 묻자 돌아온 A 씨의 답변이다. 성매매 수익은 윤락녀와 포주가 나눈다고 한다. 대개 5 대 5 정도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6 대 4, 7 대 3으로 윤락녀 쪽이 더 많이 챙긴다.
“이런 숍들은 대개 중국계 사장들이 많아요. 공평하고 인간적으로 대해준다고들 해요. 하지만 한국인 보스는 사장이 7 또는 6을 가져가요.”
A 씨는 한인 포주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특히 한국인 포주는 성매매 여성들의 여권을 복사하는 방법으로 옥죈다고 한다.
“여권을 복사하면 도망을 못 가요. 매어있게 되고 말을 잘 들을 수밖에 없거든요. 여기는 합법이니까 공무원이 단속을 나오면 비자 상태를 증명하기 위해 복사를 해둔다고는 하지만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거 이쪽 일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압니다. 뭐라고 할까요, 꼼짝 못하게 하는 거죠. 반면 중국인들은 심지어 여권도 확인 안 해요. 그러니까 비자를 묻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A 씨는 중국인 포주가 있는 곳에서 일한다고 했다. 호주의 윤락여성들은 대개 출퇴근을 한다. 감금 또는 유치하는 경우 호주 실정법에 따라 불법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아침 10시부터 밤 12시까지 하루 14시간, 1주일에 4일, 돈이 적게 벌리는 때에는 5일을 일한다고 한다. 일하는 장소는 2곳으로 나뉘어 있다. 주중에 한 곳, 주말에 다른 곳으로 출근한다.
한국인 사장이 운영하는 업소는 별의별 룰이 많다고 한다. 손님을 밖에서 만나다 적발되면 3000호주달러(약 341만 원)를 포주에게 물어야 한다. ‘손님이 좋아해도 가게로 오게 해야지 네가 왜 밖에서 만나느냐’며 질책한다는 것이다.
“실제 사귀는 남자친구라고 해도 포주는 못 믿겠다고 하죠.”
그녀는 지난 2008년 한인 워홀러 여성이 한인 남성에게 살해돼 호주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을 알고 있다고 했다. 이 사건은 한인 유부남이 집창촌 여성과 교제를 끝내려고 이별통보를 하러 갔다가 일어난 일. 이 남성은 지난해 징역 22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그녀는 “그 애가 밖에서 남자를 만난 것부터가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녀들이 가늠하고 있는 호주의 한인 성매매 종사자 수는 얼마나 될까. 그녀는 “도심에 있는 업소에 가보면 널린 게 한인”이라며 “한인이 보스로 있는 가게는 거의 다 한국 여성이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수라는 말로 들렸다.
한데 한국인 여성들은 한인 손님을 싫어한다고 한다. 매너 좋고 팁 잘 주는 서양인이나 중국인을 선호한다고. 그녀는 “80대의 한국인 할아버지도 온다”면서 “한인 노인이 부항 같은 것을 가져와서 스스로 준비하는 것도 봤다”는 말도 곁들였다.
A 씨는 결혼을 가장한 한인사회의 영주권 불법 취업 풍토에 대해서도 적나라하게 언급했다. 그녀는 “아는 사람 중에도 돈을 주고받으며 가짜 서류를 만들어 영주권을 얻는 경우가 있다”며 “몇 년 전 3000만~5000만 원에서 지금은 8000만~1억 원까지 거래된다”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들 사이에 위장결혼을 통한 영주권 취득이 빈번하다는 얘기다.
“이쪽에서 일하다 호주 사람을 만나기도 하죠.”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일도 있다고 했다. 성매매 여성들의 관심 키워드는 돈, 결혼, 성병을 비롯해 곡절 많은 인생살이라는 게 A 씨의 전언이다. 그 중 돈은 성매매를 그만둘 수 없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짐작된다. 그녀는 “몸까지 버려가면서 남는 것은 돈이죠. 유흥비로 쓰는 애들도 있지만 모으는 애들도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도중 밖에서 벨이 울렸고 이내 노크 소리가 들렸다. A 씨는 “시간이 다 됐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업소를 나올 무렵 포주 이외에 체격이 좋은 남성 3명과 눈이 마주쳤다. 그들은 포커를 치다 말고 올려다봤다. 아시아계 1명, 중동계 2명 정도였다. 밖에 있던 취재팀에 따르면 기자가 업소에 들어간 뒤 3명의 장정이 들어갔다. 전후 관계상 남성들은 방(룸)에 있어야 했지만 포주와 함께 있었다. 기자와 A 씨의 말소리가 계속돼 수상한 낌새를 느낀 탓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한인 성매매 여성 실태를 파악해온 주호주한국대사관과 시드니총영사관은 호주 연방경찰과 공조해 금명간 집중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10월 한국인 여학생을 구하려다 살해된 ‘에이브람 파포 사건’이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 보도를 통해 한국 언론에 소개되자 원정 성매매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고위 외교관을 파견, 대책을 강구하기로 한 것으로 외교통상부를 통해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 성매매 여성 문제를 비롯해 영사협의 전반을 논의하자고 호주에 요청했고, 문하영 외교부 재외동포영사대사를 급파했다. 집창촌 현장 취재 이튿날 시드니총영사관에서 만난 문 대사는 “다양한 루트를 통해 한인 윤락여성의 수가 적어도 1000명에 이른다는 점을 파악했다”면서 “우리 경찰과 호주 경찰이 긴밀하게 공조해 한국 여성의 성매매가 더 이상 사회문제가 되지 않도록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한인 여성들의 호주 성매매가 국가의 이미지 실추와 직결된다고 보고 적발 시 한국 법에 따른 형사처벌은 물론이고 여권 자체를 무효화하도록 할 계획이다. 김진수 시드니총영사는 “호주 연방 이민시민부의 샘플링 조사를 비롯한 정부기관 조사와 총영사관, 대사관에 접수되는 구조요청 등을 취합해 절대적이진 않지만 1000명이라는 근거 있는 추정치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천범녕 사건사고영사(총경)는 “성노예(Sexual Slavery) 여부를 직접 증명하기 어려워 여권 위조에 대해 간접 처벌하는 등 사법공조 조약상 한계가 있고 실무적으로 어려움은 있다”면서도 “지난 10월 연방경찰이 한국인 성매매 여성 2명을 구출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한국인 브로커 남성의 신원과 연락처가 확인돼 본국(한국)에 단서를 제공, 한국에서 호주로 여성을 보낸 브로커에 대한 수사에 착수토록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드니가 있는 뉴사우스웨일즈(NSW)주를 담당하는 호주연방경찰(AFP) NSW 사무소 관계자는 “한국인 윤락여성들의 성매매를 한국 실정법이 불법으로 정하고 있는 한 불법 인신매매, 감금, 학대, 폭행 등 호주법에 근거한 위법행위가 아니더라도 여성이 구조를 요청하면 형사공조에 따라 적발할 근거는 있다”고 확인하고, “최근 인도네시아 여성을 취업해주겠다고 속인 뒤 집창촌에 소개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인도네시아 국적 남성 브로커를 체포, 기소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허겸 호주일요신문 기자 news@ilyo.com.au
성매매업소 사이트 열어보니…
“미코 출신 대기” 황당 소개글
집창촌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XX.com’에서 목격되는 한인 여성들의 소개 사진과 문구는 가히 충격적이다. 이 사이트는 호주에서 성매매와 이른바 ‘한국형 퇴폐 마사지’를 제공하는 업소가 합법인 점을 악용해 한국 여성들의 사진과 신체 사이즈, 특징, 제공하는 서비스, 근무하는 시간, 서비스별 가격 등을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시드니 울티모에 있는 100% 한국 마사지 숍’이라고 소개한 곳은 46명의 여성이 모두 한국 국적으로 표기돼 있다. 스무 살의 M이라는 한국인 여성은 풀 서비스를 제공하며 C라고 소개된 여성은 ‘풍만한 가슴, 훤칠한 키’가 장점이라고 했다. 연령대는 18세에서 27세에 이르는 것으로 올라 있다. 사진에 적힌 촬영 일시가 ‘2011년 2월 3일’인 경우도 있었다.
윌로비에 있는 성매매업소의 한 한국인 여성에 대해서는 ‘미스코리아’(Miss Korea)였다는 소개말이 있었고 매릭빌에 있는 마사지업소는 ‘시드니 최고 한국 미인 중 한 명, 확실한 서비스, 영어 능통’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사이트는 다른 사이트와 연동돼 있다. 이곳에는 시드니와 멜버른, 브리즈번 등 호주 3대 도시의 윤락업소 정보들이 수록돼 있다. [허]